▲ 애리조나 선발진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메릴 켈리는 여전히 한국과 SK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KBO리그에서 4년을 뛰었던 메릴 켈리(31·애리조나)는 역수출 성공 사례로 기록되기 일보직전이다. 메이저리그(MLB)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활약을 펼쳤다. 전체적인 양상을 생각하면 최상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켈리는 13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시즌 7승째를 따냈다. 5월까지는 경기마다 기복이 심한 양상이었으나 6월 들어서는 확실한 안정감을 뽐낸다. 켈리는 6월 3경기에서 22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81의 뛰어난 성적을 냈다. 당초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던 켈리는 이제 잭 그레인키, 로비 레이와 더불어 팀의 ‘스리펀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벌써 7승을 거둔 켈리는 SK 선수단 내에서도 화제다. 축하하는 시선도 있고, “이제 한국에 올 일은 없겠다”며 아쉬워하는 시선도 있다. 2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 제이미 로맥(33)도 그렇다. 켈리가 한국에 있을 당시 가장 친하게 지냈던 로맥은 여전히 켈리와 가까이 있다. 로맥은 “거의 매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로맥은 켈리의 이런 활약을 예상했을까. 솔직하게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로맥은 “5선발로서는 아주 견고한 성적이다. 이제는 아마 그 이상인 것 같다”고 웃으면서 “여러 구종들을 효율적으로 잘 던지는 것 같더라. 마음가짐도 워낙 휼륭한 선수다. 켈리는 분명 KBO리그에서 성장한 선수고, 나 또한 자부심을 가지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켈리도 SK를 그리워한다. 로맥이라는 창구를 이용해 여러 이야기를 물어본다. 로맥은 “아픈 곳은 전혀 없다고 하더라. 켈리는 여전히 SK의 새로운 선수에 관심이 많다. 지금 팀 분위기는 어떤지 자주 묻는다. 시간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SK 경기를 자주 본다고 했다”면서 “내가 홈런을 칠 때는 문자메시지로 축하를 받기도 한다. 나도 아침에 시작하는 현지 야간경기를 보면서 켈리의 투구를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로맥은 “메시지로 켈리의 투구 내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했다. 잘할 때는 좋은 이야기도 하지만, 못할 때는 ‘너 왜 그러냐’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는 게 로맥의 이야기다. 그만큼 두 선수가 친하고 동료 이상의 인간적인 교감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켈리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로맥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가 함께하고 있었다.

은밀한 영업도 잊지 않는다. 로맥은 “켈리가 잘 던지지 못한 날은 ‘힘들면 한국에 다시 와도 된다’고 한다. 1년만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배우고 다시 이곳에 와 적용하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껄껄 웃었다. 물론 농담이다. 현실도 그렇지 않다. 켈리는 애리조나와 보장 2년 계약이 되어 있어 당분간은 한국에 올 일이 없다. 하지만 SK는 언젠가는, 꼭 그라운드 안이 아니더라도 켈리를 다시 볼 날이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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