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은 이제 '어제 내린 눈'이 됐다. 소속팀에서 생존 경쟁에 몰린 선수들이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인천공항, 이성필 기자] 화려한 귀환을 알린 정정용호에는 혹독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소속팀에서의 생존이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17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메달을 메고 귀환했다. 5백여 팬이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영했고 정오에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도 2천여 팬이 몰려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은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시도민구단 소속 선수들은 구단주인 자치단체장에게 인사하러 가는 경우도 있었다. '격려'는 있었지만, '격려금'은 없었어도 준우승이라는 명예로 버텼다.

이제 선수들에게 남은 것은 소속팀에서의 출전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다수 국가 선수들은 자국 리그 주전이거나 유럽 리그 1~3부리그에서 충분한 출전 감각을 쌓은 이들이다.

반면, 정정용호는 다르다. 이강인(발렌시아CF)은 이번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경기 21분 출전이 전부다. 그나마 국왕컵에서 6경기를 뛰며 446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EL)에서는 2경기 36분을 소화했다.

이적, 임대, 잔류 등 많은 조건과 마주한 이강인이다.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의 전술상 이강인은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U-20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2부리그에서 승격한 오사수나 임대 가능성이 있었지만, 골든볼을 수상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하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와 김정민(FC리퍼링)은 1군 승선에 도전한다. 김현우는 지난해 울산 현대 유스인 울산고 소속으로 크로아티아 국제 대회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 디나모 자그레브에 임대됐다. 2군에서는 나름대로 기량을 인정받고 있어 1군 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울산 김현희 사무국장은 "수시로 (김)현우의 상황을 확인했다. 일단 잘 버텨내면서 경쟁력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1군 정식 승격도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정민의 경우 잘츠부르크로 올라서야 한다. 리퍼링은 잘츠부르크의 위성 구단으로 2부리그에 있다. 좀 더 상위 리그에서 뛰어야 기량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K리거들은 더 냉혹한 현실에 있다. 주장이었던 황태현(안산 그리너스), 이지솔(대전 시티즌), 엄원상(광주FC) 정도가 주전으로 뛰고 있다. 물론 이들이 누비는 무대는 K리그2(2부리그)다. 큰 무대를 경험하고 왔기 때문에 좁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조영욱(FC서울), 전세진(수원 삼성)은 교체 요원이다.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193cm 타깃형 공격수로 유럽 스카우트들의 눈도장을 받은 오세훈(아산 무궁화)도 마찬가지다. 오세훈은 지난해 울산을 통해 프로에 데뷔해 3경기를 뛰었지만,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올해는 김도훈 감독이 192cm의 김수안을 선택해 아산으로 임대됐다. 많이 뛰는 것이 중요하다.

골키퍼 이광연(강원FC)은 김호준, 함석민 등을 넘어서야 한다. 김병수 감독은 쉽게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3경기만 뛴 수비수 이재익(강원FC)도 마찬가지다. 이광연은 공항 인터뷰에서 "일단 제 목표는 팀으로 돌아가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차근차근 밟아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내년 1월 예정된 2020 아시아 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 필요한 자원이다. 경쟁하며 경기력을 쌓아야 U-23 대표팀 승선도 가능하다. 정정용 감독은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스스로 어떻게 준비하고 나서는지 알게 됐다"며 "이들이 한국 축구의 5년 또는 10년 안에 자기 포지션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을 것이다. 기대된다"며 성장을 기대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