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한희재 기자] LG 타일러 윌슨은 언제 어느 때나 한결같이 친절하다. 경기 전 출근길에는 팬들 앞에서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마운드 위에서는 자신의 실투에 분통을 터트릴지언정 동료들의 실수에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는다. 경기가 끝나면 취재진의 인터뷰에 아주 성실하게 응한다.

햇살이 기분 좋게 내리쬐던 날, 잠실구장 관중석에서 윌슨을 만났다. 야구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 그의 인간미가 어디에서 시작했고, 얼마나 깊은지 알고 싶었다.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멀리서 지켜 본 윌슨의 행동들은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조금 달랐다. 물론 다른 선수들의 인간성이 좋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데 윌슨이 그 어떤 선수보다 바른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 것은 분명 사실이다. 혼자 알기 아까운 윌슨의 참모습을 '필드박스 인터뷰'에서 들어봤다.

- 관중석에 올라와 보니 어떤가. 관중석에서 야구를 본 기억이 나는지.

"처음 와봐서 낯선 느낌이다. 치어리더나 장내 아나운서, 팬들이 보는 시야를 알 수 있어서 좋다. 그라운드에 있을 때보다 야구장이 커 보인다."

"동생이 버지니아대학교에서 야구를 했다(윌슨도 버지니아대학 출신이다). 볼티모어 시절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정규 시즌이 개막하기 전 짬을 내서 동생의 경기를 보고 온 적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3경기 정도 본 것 같다."

- 야구는 언제부터 좋아했나.

"언제나 야구를 좋했다. 아버지(필립 윌슨)가 샌디에이고에서 투수로 뛰었다. 아버지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캐치볼도 함께 하고 경기도 지켜봤다. 5~6살 때 야구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야구를 사랑하게 됐다."

- 윌슨 하면 '바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봐야 하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몇년 뒤에 한국을 떠나더라도 팬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지 의식하면서 생활한다. 그래서 매일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노력한다. 부모님으로부터 모든 사람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배웠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모두를 소중하고 특별하게 만드셨다고 생각한다."

- 경기 중에 어떤 일이 있어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경기 중에 아주 기분 좋을 때도, 아주 처질 때도 있다. 그럴 때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동료, 친구들, 미디어 관계자들과 관계를 만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쓴다. 매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중의 일을 생각하면 정작 그날 하루를 망칠 수 있다."

▲ LG 타일러 윌슨 ⓒ 곽혜미 기자
윌슨과 인터뷰를 한 뒤 녹음 파일을 다시 듣다 보면 놀랄 때가 있다. 마치 원어민 선생님처럼 또박또박 학생들이 이해할 만한 단어를 천천히 말한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 특히 새로 들어온 선수들과 확실히 대비되는 점이다. 그래서 물었다. 

- 인터뷰하다 보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쉬운 단어와 표현을 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의도한 일인가.

"나는 어디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 의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 사람들의 의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편한 대로 말해서 상대가 그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래서 내가 불만을 품게 된다면 그건 내가 이기적이었다는 뜻이다. 말을 천천히, 쉽게하는 일이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1년 반 동안 계속 노력했다."

- 올해 LG 외국인 선수들은 과거에 있던 선수들에 비해 쉬는 날 통역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통역도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통역도 가족이 있고, 야구장을 떠나서 쉴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29살이고 두 아이가 있는 가장이다. 나 역시 월요일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이다. 통역들은 나보다 더 오랫동안 야구장에 남아서 일한다. 쉬는 날 푹 쉬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월요일에는 굳이 부탁하지 않는다."

- 마지막 질문이다. 언젠가 은퇴한 뒤, 한국에 돌아와 여기서 LG를 응원할 생각이 있는지.

"물론이다. 한국은 매우 특별한 곳이다. 여기서 야구에 대한 사랑을 다시 깨달았다. 아이들이 여기서 태어나기도 했고. 한국은 아내와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오랫동안 LG에서 뛰고 싶고, 언젠가 은퇴한 뒤에도 한국에 돌아와 LG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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