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5시부터 인천국제공항에 나와 동년배 선수들을 기다린 팬들. 상당수는 또래 팬들이었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이성필 기자] '(이)강인아, 누나가 애정한다', '너희들 덕분에 용기가 났어. 고맙고 행복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사상 첫 결승 진출과 준우승을 해낸 U-20 축구대표팀의 인기와 사랑은 대단했다. 한국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 최초 결승 문턱을 밟았다는 점에서 더 그랬다.

대표팀은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선수들의 목에는 은빛이 찬란한 U-20 월드컵 은메달이 걸려 있었다.

귀국 현장에는 5백여 팬이 몰렸다. 교복을 입고 새벽 5시에 도착해 기다린 팬부터 친구들의 성과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시험 기간이지만 얼굴 한 번 보겠다고 온 팬들도 있었다. 스포티비뉴스는 공항철도를 이용해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유니폼을 들고 가거나 선물을 든 팬들이 꽤 많았다.

이들은 질서 정연하게 선수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몇몇 팬은 '강인이는 내 것', '빛광연 이광연, 내 시력을 돌려줘'라는 재치있는 문구의 손 걸개를 들고 있었다. 윤선아(21) 씨는 "전세진과 조영욱이 참 귀엽다. 그래서 이들을 보러 왔다"면서 "이거 알려지면 안 되는데 남자친구 모르게 왔다. 서울시청 광장 환영식에도 갈 예정이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당초 예정 시각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했다. 당연히 입국장으로 나오는 시간도 다소 길어졌다. 그래도 팬들은 모여서 차분하게 선수들을 기다렸다. 여성팬들이 상당수였지만, 남성팬도 보였다.

조영욱의 소속팀 FC서울 유니폼을 들고나온 안한나(20) 씨는 "TV에서 2002 한일월드컵 4강을 자주 이야기 하던데 저와는 거리감이 있다. 지난해 러시아월드컵을 보고 축구에 관심을 갖고 K리그에 입문했다. U-20 월드컵을 보고 내 동갑 친구들이 대단한 일을 해내는 것을 보면서 정말 기뻤다. 그래서 공항에 나왔다"고 전했다.

오전 8시가 조금 넘어 선수들이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광연아". "이강인", "전세진" 등 선수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면서도 차분하게 질서를 지키며 선수들이 늘어서는 모습을 지켜봤다.

▲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이 끝나고 믹스트존에서 선수들에게 사인 받기 위해 경쟁하는 팬들

우승을 목전에 둔 준우승이라 안타까움이 컸지만, 팬들은 따듯하게 환영했다. 일부 어른의 이상한 행동으로 잠시 선수들이나 구경 나온 팬들이 당황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해프닝으로 봐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또래 친구 또는 동생들이 세계 무대에서 정상 앞까지 갔었다는 것이 자부심으로 느껴진 모양이다. 유선호(21) 씨는 "결승전 당시 친구 집에서 모두 모여 봤다. 선수들이 또래라서 감정이입이 되더라. 준우승하고 이광연이 우는데 괜히 눈물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도 할 수 있구나'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그래서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즐겼던 대표팀의 꾸밈없는 모습도 좋았단다. 원선경(18, 가명) 씨는 "가까이서 선수들을 보고 싶어서 학교에는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나왔다. 어쨌든 '세계 2등' 아닌가. 말도 잘하고 재치도 넘쳤다. 아까 정정용 감독을 헹가래 치는데 시원하더라"며 밝은 모습의 대표팀에 박수를 보냈다. 자신 있게 세계에 도전한 정정용호가 뜨겁게 사랑받은 이유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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