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계약 후 부진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재원은 심리적 압박감부터 떨쳐내는 것이 중요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재원(31·SK)은 13일 수원 kt전이 끝난 뒤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13일 경기에서 나왔던 결정적인 실책이 눈에 아른거렸다. 

이재원은 6회 1사 만루에서 실책성 플레이로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오태곤의 1루수 강습 타구를 1루수 제이미 로맥이 호수비로 건진 뒤 글러브로 1루를 찍었다. 이어 3루 주자 강백호의 홈 쇄도를 막기 위해 공을 홈으로 던졌다. 송구가 옆으로 다소 빗나가기는 했지만, 이재원이 일단 잡고 공을 주위에 떨어뜨리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침착하게 못했던 탓에 공을 제대로 손에 쥐지 못했다. 결국 강백호의 득점이 인정됐고 SK는 이 플레이 후 무너졌다.

이재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김)광현이한테 너무 미안했다.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았다. 말은 하지 않지만 광현이 기분도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미안해하면서 “자책을 많이 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그렇게 자책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재원은 “그렇게 고민해도 경기장에는 다시 나가야 했다. 다음 경기가 있었다. 주장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고 했다.

쥐구멍에 숨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염경엽 SK 감독은 14일 인천 NC전에도 선발 포수로 이재원의 이름을 썼다.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마음,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머리로 다시 홈플레이트에 쪼그려 앉아야 했다. 일정상 휴식을 줄 수도 있었지만 염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염 감독은 14일 경기를 앞두고 “이재원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던 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정심을 주문했다.

이날 3안타 2타점을 기록함은 물론 투수들을 잘 이끌며 팀 승리를 이끈 이재원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얼굴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이재원은 “지금 내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비판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싸늘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홈에서 두 차례 실수를 저지르는 등 워낙 나쁜 인상이 컸다. 타격 성적도 지난해보다 훨씬 못하다. 올 시즌 SK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선수다. 

염 감독은 “올 시즌 리그에서 1점 차 승부, 그리고 연장 승부에 가장 강한 포수가 누구인가?”라고 되묻는다. 이재원이 박빙 상황에서 잘 버티고 있다는 칭찬이다. 투수 파트에서도 올 시즌 팀 마운드가 순항하고 있는 비결 중 하나로 이재원을 뽑는다. 하지만 팬들이 보는 시선도 엄연하고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팬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스타는 존재할 수 없다.

결국 4년 69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이 주는 무게감이다. 지난해와 지금은 또 다르다. 올해는 초고액 연봉자로서 해야 할 마땅한 의무와 성적 기대치가 있다. 모든 관계자들이 이재원의 준비 과정이 성실했다고 인정하지만, 이는 성적과 연결됐을 때 가치가 있는 법이다. 어쩌면 ‘69억’의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형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고전 뒤 반등은 대개 그렇게 시작했다. 

비판을 당연하다고 말한 이재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집중하려고 노력한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작은 바람을 드러냈다. 증명은 자신의 몫이다.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있다. 지금 이재원 비난에 목소리를 높이는 팬들은, 역설적으로 이재원의 반등에 가장 목말라 있는 팬들이다. 언제든지 환호해 줄 준비는 되어 있다. 이재원 하기 나름이다. 자신의 말대로 도망칠 곳은 없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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