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전 전패로 탈락한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3전 전패라는 성적표와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본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은 한국 여자 축구계에 많은 과제를 안겼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랭스의 스타드 오귀스틴 들론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노르웨이에 1-2로 졌다.

2015년 사상 첫 16강 진출을 해낸 대표팀은 2회 연속 같은 성적을 노렸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갔다. 개최국 프랑스와 공식 개막전을 치르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해 0-4로 패하며 현격한 차이만 확인했고 나이지리아와 2차전에서는 경기 내용이나 기록에 우세를 보이고도 0-2로 졌다. 노르웨이에도 골문을 집중적으로 공략했지만, 여민지의 만회골이 전부였다.

한국은 험난한 아시아 예선을 통과했다. 특히 평양 원정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서 북한에 득실 차이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 극적이었다. 아시안컵 본선에서 5위 결정전을 통해 필리핀을 꺾고 본선행을 확정하며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렇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여자 월드컵의 수준은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특히 유럽의 투자가 대단하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이 뛰는 잉글랜드 여자축구리그(WSL)의 경우 프리미어리그(PL) 구단들이 여자 축구의 미래를 보고 대대적으로 팀을 창단하고 좋은 실력의 선수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해 실력을 쌓았다.

잉글랜드는 물론 프랑스, 스페인,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모두 여자 축구팀을 만들고 남자와 똑같이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WCL)까지 치르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2차전에서 골을 허용한 오쇼알라의 경우 이들이 만든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리버풀-아스널(이상 잉글랜드)을 거쳐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뛰고 있다. 투자를 기반으로 기량까지 좋아진 결과다.

▲ 지소연(가운데)이 소속팀 첼시 레이디스에서 함께 뛰는 노르웨이 동료들로부터 위로 받고 있다. 한국 여자 축구가 지소연만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소연도 다음 대회에서는 30대에 진입한다. 인재 발굴이 절실함을 알린 프랑스 여자월드컵이다. ⓒ연합뉴스

반면, 한국의 현실은 초라하다. WK리그의 기둥 중 하나였던 이천대교는 해체, 사실상 인천 현대제철 원톱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WK리그를 관장하는 여자축구연맹은 2000년대 중반까지 여자 축구 발전에 공을 들였지만, 집행부 교체 이후 딱히 발전 의지만 없이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저변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공격적으로 인재를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대표팀도 전력이 약화, 윤덕여 감독이 WK리그에서 어렵게 선수들을 그러모으는 상황까지 왔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발한 골키퍼 윤영글, 김정미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예가 그렇다.

그나마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한 씨앗을 마련했다는 점은 다행이다. 이 역시 축구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섰고 신세계그룹으로부터 2024년까지 약 100억 원의 후원과 연 2회 친선경기 개최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놓았다. "A매치 한 번 해달라"는 선수들의 목소리에 응답한 것이다.

지소연, 조소현(웨스트햄 레이디스)을 넘는 자원도 나와야 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여민지(수원도시공사), 강채림(현대제철)이 가능성을 봤다는 점은 다행이다. 측면 수비수 장슬기(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해외 진출을 통한 자신의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민정(현대제철) 골키퍼가 부족한 A매치 경험에도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축구협회는 2023 여자월드컵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월드컵에 나설 수준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노력과 관련 기관의 보조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