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마르(왼쪽)의 득점에 함께 환호하는 박주영 ⓒ한희재 기자
▲ 승리를 즐기는 서울 선수들과 팬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슈퍼(Super).'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대단한' 혹은 '굉장히 좋은'이라는 뜻이다. K리그를 대표하는 FC서울과 수원삼성의 경기에 슈퍼매치란 별칭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 한때 K리그의 정상급 선수들이 맞대결을 펼치는 무대이며 팬들도 응원으로 맞대결을 펼치는 무대가 바로 슈퍼매치였다. 하지만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는 역시 경기력이다.

FC서울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6라운드에서 수원삼성을 4-2로 이겼다. 슈퍼매치에서 6골 이상이 터진 것은 2015년 11월 7일 경기(서울 4-3 승) 이후 처음이다.

그간 K리그를 대표하는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는 라이벌전답게 치열한 몸싸움과 신경전이 벌어지곤 했다. 그래서 잘 만들어진 플레이보단 투지를 앞세워 투박하게 경기가 전개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경기 내용에서도 '슈퍼'라는 말이 걸맞는 경기였다. 패했지만 수원도 전반전 짜임새있는 경기력을 보여줬고, 승리한 서울은 멋진 4골을 뽑아내면서 승리의 자격을 입증했다. 

▲ 각자 색에 맞춰 경기를 준비한 최용수 감독(왼쪽)과 이임생 감독 ⓒ한희재 기자

◆ 중앙을 두껍게 쌓은 수원, 고전한 서울

수원은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고명석-양상민-구자룡으로 구성된 스리백은 페시치-박주영 투톱에 수적으로 대응하기 좋았다. 그리고 중원을 사리치-염기훈-최성근으로 구성해 두툼하게 구성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공의 흐름에 맞춰 공간을 안 주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전반전 서울은 3개의 슛을 시도했고 2개만 유효 슈팅이었다. 전반 6분 나온 윤종규의 슛 장면이 페시치-알리바예프의 세밀한 왼쪽 공략에서 나온 것을 제외하면 서울도 공격 활로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전반 10분 오스마르의 득점은 직접 프리킥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전반 39분 정현철이 시도한 중거리 슛이었다. 페시치가 후방까지 자주 내려와 왼쪽 측면으로 돌아나가면서 도움을 주면 어느 정도 공격이 풀리긴 했지만 수원은 단단했다.

수원은 공격적으로도 잘 준비해왔다. 이른 실점에도 불구하고 전반 15분 한의권의 골로 균형을 맞췄다. 홍철이 넘겨준 패스가 데얀-사리치를 거쳐 한의권으로 연결되는 동안 터치는 4번뿐. 전환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움직임과 전진 패스가 잘 어우러졌다. 전반 9분 데얀의 역습 장면이나, 전반 26분 염기훈에서 한의권으로 연결되는 장면 역시 '공수 전환 속도'를 극대화한 장면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뒤 "전반전 준비를 많이 하고 나온 느낌이었다"면서 수원의 전반 경기력을 칭찬했다.

▲ 사리치(왼쪽)와 한의권(오른쪽)이 합작한 수원의 멋진 동점 골. ⓒ한희재 기자

◆ 후반에 강했던 서울, 최성근 부상에 운 수원

후반은 일방적으로 서울의 페이스로 흘렀다. 최성근 교체가 컸다. 전반 29분께 고요한과 몸싸움을 벌이던 도중 최성근이 노동건과 충돌해 쓰러졌다. 최성근은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타가트로 교체됐다. 최전방에 힘은 실렸으나 중원은 엷어졌다. 최 감독은 "후반 초반 공세에 기다리면서 역습을 준비했다. 상대가 무게 중심을 앞에 두면서 찬스가 나왔던 것 같다"면서 "두번째 골이 아마 승리를 결정짓는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 감독의 분석대로다. 후반 2분 타가트, 후반 4분 데얀이 연이어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하면서 서울을 괴롭혔다. 서울은 골대까지 돕는 행운 속에 균형을 지켰고 반격에 나섰다.

수원은 후방에 많은 수비수가 있었지만 염기훈-사리치만 남은 중원은 서울의 미드필더들과 싸움에서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후반 16분 박주영-알리바예프-고요한-페시치로 이어지는 간결하고 빠른 공격 전개가 바로 골로 연결됐다. 박주영이 측면으로 빠지면서 수비진을 끌고 움직였는데, 사리치와 염기훈이 전진해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했다. 뒤를 지키던 최성근이 빠진 자리가 아팠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이 중원의 우위를 살려 수원을 압박했다.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34분과 36분 오스마르와 페시치가 1골씩 추가했다.

이임생 감독은 "최성근이 부상이라 후반에 뛸 수 없었다. 저희가 쓸 수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고승범인데 너무 큰 경기였다. 솔직히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전술적으로도 잘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원에서 쓸 수 있는 선수가 충분하지 않았고 공격적으로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고 할 수 있다.

수원의 작은 위로는 타가트의 환상적인 침투와 사리치의 크로스가 합작한 마지막 골일 것이다. 이번에도 절묘하게 공간을 살렸다.

▲ 멀티골 페시치(오른쪽)의 거수경례 세리머니. ⓒ한희재 기자

◆ 명성에 걸맞는 '뛰어난' 경기력

"이전의 슈퍼매치는 이기기 위한 전략을 썼다. 마음 편안하고 축제 분위기에서 우리는 재미있는 축구를 하자고 했다." (최용수 감독)

슈퍼매치는 경기력으로 K리그를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다. 하지만 그동안 라이벌 의식과 패하지 않으려는 자세 때문에, 내용에선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 지난 5월 5일 벌어진 슈퍼매치에서도 치열하게 붙었지만 세밀한 맛은 떨어졌다. 

원정 팀 수원은 빠른 공수 전환을 준비해왔다. "전략적으로 하려고 한다"는 이 감독의 말대로 후반 초반까진 충분히 승점을 따낼 경기력을 발휘했다.

서울도 투박하게 맞서지 않고 시즌 내내 끌고 온 경기를 펼쳤다. 패스를 중심으로 좁은 공간에서도 풀어나오려고 노력했다. 고요한은 "감독님이 포지션마다 원하는 움직임이 있다. 공이 있는 쪽으론 선수들이 많이 접근해야 한다. 패스 플레이를 위해 숫자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6골이 터졌다는 그 자체보다도, 잘 만들어진 그리고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공격 전개에서 골까지 나왔다는 것이 중요할 터. 평소 칭찬에 인색한 최 감독도 경기 내용에 대해선 만족감을 표했다. "2실점은 아쉽지만 두 팀 모두 빠른 템포로 좋은 상황을 많이 만들었다. 팬들도 즐겁게 돌아가시지 않을까 싶다."

▲ 경기장 분위기도 역시 '슈퍼'매치,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쪽 응원석 ⓒ한희재 기자
▲ 경기장 분위기도 역시 '슈퍼'매치, 수원 원정 응원석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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