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경엽 감독은 선수단 의사결정에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이다. 그만큼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프런트와의 호흡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소사의 데이터를 최대한 빨리 뽑아주세요”

염경엽 SK 감독은 지난 9일 인천 삼성전이 끝난 뒤 구단 Data 분석그룹(이하 데이터 그룹)에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헨리 소사의 투구 리포트를 되도록 빨리 전달해달라고 했다. 이날 KBO리그 복귀전을 가진 소사는 4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맞으며 8실점하고 무너졌다. 이것이 일시적인 부진인지, 혹은 영구적 기량 저하의 시작인지를 판단할 근거가 필요했다. 

경기 후 현장에서는 첫 경기 등판에 따른 낯설음과 부담감, 즉 일시적 부진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감’이었다. 그 ‘감’이 맞는지, 혹은 틀린지에 대한 확실한 숫자가 필요했다. 이날 랩소도와 트랙맨 시스템으로 소사의 투구를 면밀하게 살핀 데이터 그룹은 곧바로 이 자료를 트랙맨 본사로 보냈다. 그리고 안도할 만한 결과가 다음 날 아침 염경엽 감독의 책상 위로 올라갔다.

데이터로 보면 소사는 큰 문제가 없었다. 구속은 물론 회전수나 익스텐션, 그리고 릴리스포인트 모두 정상이었다. 오히려 회전수는 SK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어깨나 다른 부분에 큰 문제가 없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숫자였다. 이에 SK는 소사 투구폼을 약간 고치는 선에서 교정을 마무리했다. 소사는 두 번째 등판이었던 15일 인천 NC전에서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화려하게 반등했다.

사실 이런 데이터야 10개 구단 모두가 뽑을 수 있다. 이미 데이터 수집 장비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 데이터를 중시하는 현장도 있고, 상대적으로 덜 보는 현장도 있다. 중시한다고 해서 다 같은 것도 아니다. 이것을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이 있는 반면, 일단 참고용으로 두는 감독도 있다. 똑같은 자료라고 해도 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염 감독은 이동욱 NC 감독과 더불어 데이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감독으로 손꼽힌다. 감독실에는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리포트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염 감독은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도움이 많이 된다. 손혁 (투수)코치도 비슷한 성향이라 잘 맞는다”면서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 데이터 분석을 많이 요구하는 편”이라고 미안한 마음도 드러냈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염 감독이 구체적인 수치를 요구하니 데이터 그룹은 쉴 날이 없다. 경기를 마친 뒤 장비가 측정한 숫자를 추출하고, 이를 본사로 보내야 하루 일과가 끝난다. 자정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본사로부터 다음 날 아침 일찍 회신이 오면 이를 다시 보기 좋게 만들어 코칭스태프에 보고한다. 염 감독 책상의 A4 용지들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데이터 그룹의 혹사(?)는 SK 투수들의 건강과 기량을 지킨다. 염 감독은 이 숫자를 의사결정에 중요하게 활용한다. 분당 회전수(RPM)이나 릴리스포인트에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실제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한다. 데이터 그룹에서 신속 대응해주는 덕에 현장은 여러 자료를 가지고 판단을 할 수 있다.

앞으로 투수들의 관리도 이 데이터에 달렸다. 특히 불펜투수들이 그렇다. 요주의 관리 대상인 하재훈 서진용의 경우, 현재까지는 분당 회전수나 릴리스포인트가 시즌 초와 별 차이가 없다. 아직은 힘이 있고, 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매일 체크하는 이 데이터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다시 살필 계획이다. 사실 힘이 떨어질 시기가 된 지금부터가 비상이다. 특히 투수로서 첫 시즌을 맞이하는 하재훈이 그렇다. 

염 감독은 하재훈의 관리 계획에 대해 “최근처럼 충분한 휴식을 가지고 경기에 나가는 방식을 가장 선호하기는 한다”면서도 “데이터에 이상이 생기거나, 2~3경기 연속 블론세이브 등 부진할 경우에는 아예 1군 엔트리에서 빼 휴식을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른 투수들도 다르지 않다. 

이처럼 시즌 내내 데이터 그룹의 혹사는 계속될 전망이지만, 선수들의 기량을 최전선에서 확인한다는 보람도 있다. 데이터 그룹을 총괄하는 류선규 행복경영팀장은 “부원들이 밤 늦게까지 고생하지만 팀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1군 데이터를 담당하는 박윤성 매니저 또한 “일이야 많아지겠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해주시니 우리야 감사한 일”이라고 고마워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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