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20 축구대표팀의 준우승 뒤에는 기술연구그룹(TSG)의 조용한 보조가 있어 가능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U-20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결과 뒤에는 치밀한 과정이 있었다. 선수들이나 정정용 감독은 한결같이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들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대회는 향후 백서로 발간해 참고, 교육해도 될 좋은 사례가 됐다. 부상자 한 명 없이 대회를 치렀고 조별리그를 통과해 결선 토너먼트에서는 8강에서 세네갈과 연장전에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혈투를 벌여 4강에서 신선했던 에콰도르를 만났는데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으며 1-0 승리,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면에는 기술연구그룹(TSG)의 활약도 더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U-20 월드컵에서 두 명의 TSG를 가동했다. 조별리그에서는 최승범 교육팀장이 분석을 지휘했고 16강부터는 서효원 기술연구실 연구팀장이 분석과 더불어 벤치와 무선 헤드셋으로 교신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 상황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두 명의 TSG가 보조해 만든 기적

그나마도 최 팀장이 P급 라이선스 교육 지도를 위해 중도에 귀국해 토너먼트에서는 서 팀장이 온전히 TSG 역할을 수행했다. 정 감독은 수시로 TSG의 조언을 참고하며 자신의 전술 수행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 또 확인했다고 한다. 이 덕분에 TSG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분석에 시간을 쏟았다.

TSG는 대한축구협회의 야심작 중 하나였다. 그동안 숱한 대회를 치르면서 TSG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제대로 꾸려진 적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TSG의 역할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기 관전을 위해 표나 구해 달라는 식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간단한 보고서만 작성하고 넘기니 참고가 될 수 없었다. A대표팀 경기에는 6명이 나눠 전담하지만 연령별 대표팀은 1~2명 정도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을 치르고 돌아왔던 조광래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현 대구FC 대표이사)은 "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연구다. 밖에서 그런 부분을 잘 갖춰주면 경기력 등 대표팀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되는데 전혀 그런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TSG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TSG가 틀을 갖춰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봐야 한다. 세계 축구의 유행과 경향 등을 면밀하게 알아야 한다는 홍명보 전무와 김판곤 부회장 겸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TSG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며 조직한 결과다. 자금 문제가 있었지만, 지난해 월드컵부터 아시안게임 연령별 대회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전, 보고서를 만들었다. 현장 중심주의에 힘을 실은 것이다.

김학범 감독은 수시로 TSG를 찾아 문제점과 보완책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황의조(감바 오사카)-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조합이 완성됐고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냈다.

U-20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3-5-2, 4-4-2 등 과감한 전형 변화도 상대팀을 치밀하게 분석한 TSG의 활약이 있어 가능했다. 축구대표팀 관계자는 "모든 최종 판단은 감독이 내려야 해서 그 책임감이 상당하다. 선택하는 과정에 TSG가 분명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TSG는 현장에서 드러나지 않고 자기 역할을 하는 '책사'인 셈이다. 최승범 팀장은 "이제 감독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재들을 잘 육성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조합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과거처럼 선수기용술만 발휘하는 시대는 아니다 "고 말했다. 최 팀장은 지도자 교육에서 U-20 대표팀의 과정을 모범 사례로 교육할 예정이다.

▲ 20세 이하(U-20) 월드컵 관전을 위해 폴란드 현지에 머물렀던 김학범 감독(왼쪽). TSG였던 최승범(오른쪽) 대한축구협회 교육팀장이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많이 괴롭혔다고 한다. ⓒ대한축구협회

조언을 참고하는 감독의 열린 자세가 금메달과 준우승을 만들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감독이 운동생리학부터 영양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시대가 됐다. 자신의 전술 등이 문제가 생기면 TSG의 조언도 과감하게 귀를 기울여서 고칠 줄 알아야 한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도 TSG의 보고서를 비교적 잘 참고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보통 지도자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주변에서 조언해도 자신의 문제점 지적에 대해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학범, 정정용 두 감독은 열린 자세로 TSG를 간섭으로 보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조언을 구했다. 그래서 성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TSG의 수가 부족하고 지도자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떨어지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10여명의 TSG가 현장을 누볐다. 월드컵은 그보다 더 많았다. 유럽 팀들은 말이 필요 없다. A대표팀부터 연령별 대표팀까지 전문 TSG가 구축됐다. 모두 정규직으로 지도자 출신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주로 단기 계약직이거나 현직 지도자로 자신이 맡은 팀을 꾸리면서 대표팀의 장기 계획을 세우고 조언해줘야 하는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사실상 이번 U-20 월드컵 성과는 2명의 TSG가 헌신한 결과인 셈이다. 전문 TSG 육성으로 더는 허울 좋은 대표팀이 아닌 뼈대부터 튼튼한 대표팀과 한국 축구의 기술 과학 수준을 보여줘야 하는 축구협회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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