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기대치를 높이고 있는 SK 서진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서진용(27·SK)은 팀의 차세대 마무리 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모든 감독들이 그의 빠른 공과 포크볼에 주목했다. 구단도 밀어주는 선수였다. 그러나 냉정하게 이야기해 기대만큼 성장하지는 못했다.

조금 잘했다가, 다시 부진에 빠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팔꿈치 수술도 겪었다. 종합하면 그는 좀처럼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유망주에 머물러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기대치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서진용은 묵묵하게 칼을 갈았다. 그 칼은 올해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SK 불펜의 핵심으로 우뚝 서며 사실상의 생애 첫 풀타임 시즌을 조준한다.

서진용은 18일까지 시즌 35경기에서 3승1패2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했다. 김태훈 서진용 하재훈으로 이어지는 계투 라인은 어느덧 팀의 필승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서진용 자신에게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시즌이다. 매년 있었던 ‘아름다운 한 달’을 뛰어넘어 풀타임 소화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 온 기회다. 그래서 더 놓치기 싫다고 말한다.

사실 기술적으로 큰 발전을 이룬 것은 아니다. 달라진 건 내면이다. 시즌 전부터 독한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서진용은 내면적으로 더 성숙한 선수가 되어 있었다. 지난 몇 년의 실패에서 받은 상처가 이제는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다. 서진용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맞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지금까지는 혼자 긴장해서 내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이제는 내 공과 수비를 믿고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다른 점을 설명했다.

쉬운 발상의 전환처럼 보이지만 3~4년의 시간이 걸렸다. 조금씩 마음이 단단해지면서 공도 좋아졌다. 특히 올 시즌에는 좀처럼 제구가 잡히지 않았던 포크볼의 위력이 좋아지면서 전반적인 경기력도 향상됐다. 서진용은 “포크볼 등 변화구가 지금까지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많이 벗어났다. 결과적으로 버린 공이 많았다”면서 “올해는 존 아래에서 떨어지면서 타자의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높은 쪽 빠른 공에 파울이 많이 나와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것 같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서진용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여기서 그치면 지난 몇 년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올해는 풀타임 소화 의지가 강하다. 서진용은 “간혹 피로감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어디가 아프고 안 좋은 느낌은 없다. 코칭스태프에서도 관리를 너무 잘해주신다. 힘들 때는 코치님, 감독님이 쉴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다”면서 “올해는 풀타임 욕심이 많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힘든 시기를 겪은 유망주는 그렇게 달라져 있었다. 자신에게 걸리는 기대치를 마냥 부담스러워했던 서진용은, 이제 자신의 잠재력과 공을 믿는 선수로 점차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알을 깨고 나오는 시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서진용은 올 시즌 목표에 대해 농담 삼아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가지 않는 것”이라고 웃었다. 지금 추세라면 그 목표는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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