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비스트' 포스터. 제공|스튜디오앤뉴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 제작 스튜디오앤뉴)는 색다른 출발점으로 참신한 형사물을 표방했으나 완급조절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범죄 스릴러다. 배우들의 호연은 빛나지만 캐릭터들에 대한 거친 설명, 거듭되는 반전들은 중심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않아 몰입감을 약화시킨다.

영화는 인천 앞바다에서 여고생의 사체가 별견된 후 단순 실종사건이 살인사건으로 뒤바뀌면서 시작한다. 강력반 1팀장 형사 한수(이성민)와 2팀장 민태(유재명)는 차기 과장직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 한수는 직감으로 밀어부치며 여고생 살인사건에서 의심되는 용의자를 체포하지만 허탕을 치고만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한수 앞에 3년 전 교도소에 들어간 정보원 춘배(전혜진)가 나타난다. 한수의 눈앞에서 예상치 못한 범죄를 저지른 춘배는 이를 덮어주는 대가로 살인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건네겠다고 그를 유혹한다. 결국 한수는 유혹적인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은 그를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몬다.

▲ 영화 '비스트' 스틸. 제공|스튜디오앤뉴

영화는 다른 형사 범죄물과 달리 두 인물의 대립 관계를 서사의 첫 동력으로 삼는다. 늦은 밤 한 남자를 벌기벗긴 채 위협하는 한수, 실종사건이 살인사건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의 뉴스를 듣고 생각에 잠긴 민태. 각각의 모습을 짧게 스케치한 프롤로그는 앞으로 펼쳐질 분위기, 이야기를 암시할 뿐 아니라 주요 캐릭터들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인물들에 대한 성격, 대립 등에 대한 묘사를 급하게 건너뛰면서 극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안긴다. 라이벌인 민태는 한수의 행동 변화에 직접적 계기가 되지 않고 그들의 대립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특히 한수의 행동을 추동하는 동기가 극 초반부터 흐릿해 클라이맥스, 결말로 이어지는 전개에 몰입감이 약화된다.

'비스트'는 각양각색의 캐릭터들, 거듭되는 반전들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스릴을 노린다. 강렬한 외모와 거침없는 행동으로 한수를 흔드는 춘배,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정보원, 어딘가 수상한 용의자는 한수를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그러나 캐릭터들 간의 갈등, 전개의 변곡점이 되지 않는 반전들은 서사를 한데로 좁히는 데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보안관'(2017) '바람 바람 바람'(2018) '목격자'(2018) '공작'(2018) 등을 통해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성민은 점차 늪에 빠지면서 구석으로 내몰리는 연기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유재명은 드라마 '비밀의 숲' '자백' 등 전작에서 인상을 남긴 연기를 능숙하게 다시 한번 해내고 전혜진은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에 이어 강렬한 여성 캐릭터로 돌아와 눈길을 끈다.

'비스트'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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