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투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1년이 지난 2019년 9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여정에 돌입한다.

한국은 1년 동안 16경기에서 10승 5무 1패를 거뒀다. 칠레,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 남미 강호와 맞대결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뛰어난 성적이다.

하지만 벤투호를 향한 시선은 마냥 곱지 않다. 우선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져 59년 만에 우승이 좌절됐다. 확고한 철학, 보수적인 선수 운용, 일부 선수들의 혹사 논란 등도 도마에 올랐다.

벤투호는 비판 속에서도 보수적이지만 신중하게 1년을 보냈다. 벤투 감독은 부임 뒤 1년을 마무리하며 "현재까지 치른 16경기를 9월 전까지 잘 분석해 이를 토대로, 월드컵 예선에서 각 경기마다 올바른 전략과 전술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축구,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 동안 벤투호가 얻은 것, 나아져야 할 것은 무엇일까.

◆ 일관된 철학 : 주도하는 축구 - 점유와 빠른 재압박

벤투 감독은 지난해 8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볼을 점유하고 경기를 지배하며 최대한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축구를 하겠다. 수비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강하게 수비하고 압박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유와 전방 압박으로 정리되는 '주도하는 축구'다.

그간 4-2-3-1, 4-1-3-2은 물론 3-5-2까지 선수 배치가 어찌 되든 배경에 깔린 큰 그림은 같았다. 김민재는 지난 3월 이란전을 마친 뒤 "항상 벤투 감독님 축구의 틀은 바뀌지 않는다. 큰 틀 안에서 지시를 주시니까 헷갈리지 않는다"며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 이란전 선발로 나선 11명. ⓒ곽혜미 기자

◆ 포메이션 : 손흥민 활용법 찾은 4-1-3-2

포메이션상 플랜A도 마련했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까진 선수들이 익숙한 4-2-3-1 포메이션을 썼다. 아시안컵을 마친 3월부터 4-1-3-2 포메이션을 실험했다. 다만 플랜B로 두 차례 실험했던 3-5-2는 완성도가 떨어져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투톱은 손흥민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벤투 감독은 "손흥민은 여러 가지 해답을 줄 수 있는 선수"라면서 "포워드, 가짜 9번, 처진 스트라이커, 측면 공격수 등 모두 가능하다. 각 경기 전략을 봤을 때 어떻게 쓸지 고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손흥민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은 투톱으로 보인다.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이후 손흥민은 11경기에서 1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4-1-3-2 포메이션 전환 뒤인 지난 3월 26일 콜롬비아전에서 골이 나왔다. 파트너 황의조 역시 득점력을 갖춰 손흥민에게 쏠리는 수비를 적절히 나눌 수 있는 선수다. 황의조는 이란전 뒤 "(손흥민과 투톱은) 저로선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 수비들이 흥민이에게 신경을 쓰면 저한테 찬스가 많이 나고, 수비가 저한테 붙으면 흥민이가 편하게 공을 찰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의조 역시 6월 A매치 2연전 모두에서 골 맛을 봤다.

장지현 SPOTV 해설위원은 "3월 두 경기와 이란전에서 (4-1-3-2 포메이션을)사용했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2차 예선부터 플랜A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톱 전술에 관해서도 "토트넘에서부터 투톱을 보여주면서 손흥민이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어차피 손흥민 중심의 공격 전술을 구상했기 때문에 윙 포워드보다 중앙에 기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손흥민의 투톱 배치에 대해 "상대 팀에 따른 장신 선수 등 플랜B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손흥민-황의조 조합은 가장 좋은 공격 카드다. 2선에 좋은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손흥민의 전진 배치가 좋은 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는 숙련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이재성은 이란전 뒤 "3월에 해봤기 때문에 더 편하게 준비했다. 어떻게 압박하고 풀어나갈지 서로 인지하고 경기했다"면서 "익숙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6월 기준 20위)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치르고 1-1로 비겼다.

▲ 주장이자 공격 중심 손흥민 ⓒ곽혜미 기자

◆ 선수 기용: 보수적인 or 신중한

벤투 감독은 원하는 선수상을 뚜렷하게 제시했다. 지난해 9월 A매치를 앞두고 선발 기준으로 "첫 번째로 선수의 능력, 즉 기술력, 두 번째로 경기력, 세 번째는 대표팀에서 필요성"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6월 A매치 소집 당시 "공격 진행 시에 원하는 전술, 기술적 움직임을 충족시키는지 우선 본다. 수비적으론 볼을 빼앗겼을 때 즉각 압박할 수 있는 적극성을 가진 선수들을 본다"고 구체화했다.

확고한 철학만큼 선수 선발과 기용도 보수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벤투호 출범 뒤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는 모두 49명.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34명이다. 박지수, 이진현, 이승우, 구성윤 등 출전 기회가 없거나 제한적이지만 꾸준히 소집해 점검하는 선수들도 있다. 훈련에서 기량을 입증해야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이를 이란전에 선발 출전한 백승호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백승호는 "소집 이틀째부터 이 자리에 서고 어떻게 준비하라고 말씀했다.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운동 때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백승호 기용은 훈련 성과에 따른 결과였다. 벤투호 초기 교체 출전하던 황인범이 기성용이 대표팀을 떠난 뒤 주전으로 올라선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벤투호의 호성적도 실험 대신 경쟁력을 입증한 선수를 기용한 덕분이다. 황의조는 "선수들도 열심히 해서 기회를 얻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 데뷔전 백승호 ⓒ곽혜미 기자

◆ 밀집 수비: 벤투호 월드컵행 위한 과제, 카타르전 복기

한국은 지난 1월 2019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카타르에 8강전에서 0-1로 패했다. 점유율은 60%를 넘겼지만 밀집 수비에 고전해 슈팅 수에선 10-11로 뒤졌다. 역습에 흔들렸다.

한국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 반드시 밀집 수비를 넘어야 한다. 상대적 강국인 한국을 상대로 아시아 국가들은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자주 구사한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전 패배 뒤 "효율적이지 못했다면 동의하겠지만, 기회 창출에 대한 지적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 지금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지 않고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완성도다. 일단 골에는 공격수의 개인 역량이 중요하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말대로 기회 창출은 전술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베스트11에 변화가 크지 않고 4-1-3-2 포메이션을 유지하는 것도 조직력과 숙련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 해설위원은 "점유율을 높이며 밸런스를 유지하고, 전방으로 전환 속도를 올리는 것이 과제다.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과정이라고 본다"며 월드컵 예선에선 벤투호의 경기력이 더 좋아질 것으로 봤다.

▲ 월드컵 본선을 노리는 벤투호 ⓒ곽혜미 기자

◆ 혹사 논란: 장거리 이동과 시차 적응 문제

혹사 논란도 짚어야 한다. 장거리 이동을 하는 선수들의 경우 시차와 이동 문제로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아 휴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주장 손흥민은 유난히 긴 시즌 2018-19시즌을 마무리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아시안컵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굵직한 국가 대항전에 나섰고, 토트넘 소속으론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오르며 6월에서야 시즌을 마감했다. 

황인범도 지난해 3월부터 쉼없이 경기에 나섰다. K리그에서 25경기, A 대표팀에서 16경기,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8경기, 아시안컵 때문에 휴식기 없이 메이저리그사커 벤쿠버 화이트캡스에 진출해 16경기를 뛰었다. 모두 65경기다. 황인범은 "휴식이 없이 계속해온 상태다. 많이 힘들긴 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과 황인범 모두 출전 의지가 있어 결정한 것. 코칭스태프와 의사소통이 선행됐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포츠과학의 발전으로 보다 체계적인 체력 관리도 가능해졌다. 일단 코칭스태프와 선수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장 해설위원은 "2차 예선부터는 실전이다. 손흥민 중심으로 전술이 구성된 만큼 빠지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여름 휴식기 동안 회복이 중요할 것"이라며 출전의 불가피성도 제시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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