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범의 투구 모습. 투심 패스트볼 그립이 정확히 찍혔다. ⓒ곽혜미 기자
▲ 이형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두산 임시 마무리 투수를 맡고 있는 이형범은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40km를 조금 넘는다. 하지만 그의 공은 좀처럼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다.

19일 현재 이형범의 피안타율은 0.228에 불과하다. WHIP도 1.17에 불과하다. 평균 자책점도 1.83에 불과하다. 함덕주의 부진으로 임시 마무리 보직을 맡게 됐는데 벌써 7세이브를 수확했다.

보기엔 그저 평범한 패스트볼처럼 느껴지는 공이 마구처럼 이형범에게 힘을 넣어 주고 있다.

FA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이름을 알린 그가 이젠 두산 불펜에 없어선 안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형범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불펜 운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형범, 그리고 김승회의 공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대단해 보이지 않는 그의 패스트볼은 왜 위력적인 것일까.

첫 번째 힘은 어디로 변할지 모르는 의외성에 있다.

일단 이형범의 패스트볼은 정통 포심 패스트볼과는 거리가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형범의 포심 패스트볼, 흔히 말하는 직구(똑바로 오는 공이라는 뜻) 비율이 1.6%에 지니지 않다.

그가 던지는 공 중  77.5%가 투심 패스트볼이다. 일단 똑바로 날아오는 공 자체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포심 패스트볼도 결국 끝에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지만 구분을 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주목할 것은 구사 비율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거의 80%에 가까운 비율로 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이젠 상대하는 타자들도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형범은 잘 맞지 않는다.

김원형 두산 투수 코치는 투심 패스트볼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에서 답을 찾았다.

김 코치는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이형범의 투심 패스트볼은 일반적인 투수들과 움직임이 다르다. 우타자 몸 쪽으로 휘는 것은 같지만 휘는 각도가 공마다 다 다르다. 어디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예측하고 타격하는 것이 어렵다. 투심 패스트볼이라는 걸 알아도 공이 올 때마다 각이 변하기 때문에 대응이 어렵다. 제대로 맞은 안타가 많지 않은 이유다. 간혹 회전이 덜 걸리며 스~윽 밀려 들어가는 공이  맞기는 하지만 제대로 변하는 이형범의 투심 패스트볼은 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반대편에 있다. 투심 패스트볼과 반대 궤적으로 휘는 변화구, 슬라이더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원래 이형범이 던지던 슬라이더는 컷 패스트볼에 가까웠다. 패스트볼과 속도 차이가 크지 않은데다 꺾이는 각이 작았다.

패스트볼의 구속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패스트볼 타이밍에 나오다 걸리면 장타로 이어지기 쉬웠다.

지난 겨울 이 문제에 대한 조정이 있었다. 김원형 코치가 새로운 그립을 알려 주며 변화를 이끌었다. 조금 느려지더라도 훨씬 꺾이는 각이 크도록 만들었다.

김 코치는 "슬라이더가 빠르면서도 꺾이는 각이 크기 때문에 타자들이 치기가 쉽지 않다. 투심 패스트볼 때문에 몸 쪽에 부담을 갖고 있던 우타자들이 반대 방향으로 슬라이더가 오면 쉽게 속는다. 새로운 그립을 익힌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이형범이 해냈다. 손재주도 있고 성실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투심 패스트볼과 각도를 크게 한 슬라이더. 타자의 양쪽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이형범의 공은 구속만이 야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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