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비스트'의 배우 유재명. 제공|NEW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지금의 속도를 유지하는 게 배우로서 목표예요."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 '비밀의 숲'(2017) '자백'(2019) 등과 영화 '명당'(2018) '악인전'(2019) 등에서 연이어 존재감을 입증한 배우 유재명(46)이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 제작 스튜디오앤뉴)를 통해 익숙하지만 낯선 캐릭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비스트' 개봉을 앞둔 유재명과 인터뷰 했다. 최근 종영한 '자백'으로 첫 드라마 주연을 꿰찬 유재명은 '비스트'를 통해서도 첫 스크린 주연에 이름을 올렸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가는 길목에 선 그는 들뜬 내색을 비추기보다 늘어난 책임과 무게감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드러냈다.

첫 스크린 주연 소감을 묻는 질문에 유재명은 "스스로 마인드 콘트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단역, 조연, 주연의 경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주어지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물론 부담감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조금씩 편해졌다. 부담감을 콘트롤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했지만 역시 작품을 하는 건 공동작업이더라. 개인적인 '나'가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주연이 돼서 그런 감정을 더 특별하게 느끼는 건 아니고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 영화 '비스트'의 배우 유재명. 제공|NEW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유재명은 연극 연출자 출신이기도 하다. 이날 연극에 큰 애정을 드러낸 그는 "각각의 공간에서 최선을 다하는 멋진 배우들이 많다. 나는 다만 운이 더 좋았을 뿐이다. 특히 고수들의 연기를 보면 정말 멋지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난 2001년 영화 '흑수선'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유재명은 점차 안방극장으로 영역을 넓히며 인지도를 쌓아올렸다. 특히 '응답하라 1988'과 '비밀의 숲'은 그의 연기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들. 그만큼 '비스트'의 형사 민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비밀의 숲'의 검사 이창준, '자백'의 형사 기춘호을 떠올리기 쉽다.

이에 대해 유재명은 "이창준은 권력의 실세로 지난 순간들을 후회한다. 이창준이 목적을 두고 차가운 이성을 가진,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면 기춘호는 뜨거움을 가진 형사"라며 "민태는 지금 현재를 살면서 그 전의 순간들을 끊어버린다. 누군가를 이유없이 미워하고 승진하고 꼰대이기도 하다"고 비교했다.

"민태는 아름다움은 1도 없는, 정말 지독한 인물이죠. 느와르이지만 피곤에 절어있는 모습, 스스로 만든 허상의 세계관에 갇힌 사람이에요. 어떻게 보면 제가 연기한 인물들 중에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이지 않나 싶어요. 외롭고 고독한 형사의 이미지 때문에 전작들과 비슷한 캐릭터로 볼 수 있지만 연기를 하는 저로서는 분명 다른 결이었어요."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페한 형사 한수(이성민)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

유재명은 원칙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력반 2인자 민태로 분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검거하는 한수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그를 견제하는 민태는 우연히 그를 제칠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유재명은 민태를 통해 가장 밑바닥의 감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 감을 가지고 해석하기 마련인데 '비스트'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작품으로 다가왔다"고 회고하며 말문을 열었다.

"범죄 형사물이지만 형사들의 애환, 유머, 인간적인 모습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인간 본성을 파고들고 극한으로 몰아부치더라고요. 디테일의 끝은 어디일지 가늠할 수 없었고 감독님과 미팅을 여러 번 한 후에 출연을 결정했어요. 조미료 없이 밀어부치니까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웃음) 그래도 인간 본성을 밀어부치니까 오히려 캐릭터의 밑을 알아보고 싶었죠."

"진실에 다가가려는 노력,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이면 무언가를 포착하게 된다고 하더라"라며 민태를 연기한 후 소감을 밝힌 유재명은 "관객들도 영화를 통해 '나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나는 욕망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닌가' 등을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 영화 '비스트'의 배우 유재명. 제공|NEW

영화의 주제, 분위기 등으로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육체적 고통은 며칠 간 약을 먹으면 되지만 창작자의 고통은 그런 것 같다. 여전히 힘들지만 고통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고 답하며 다작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주위에서는 이미지가 너무 소비된다는 걱정을 하는데 안 해주셔도 될 것 같아요. 매력적인 작품이라면 최선을 다해 출연하는 게 제 목표이기도 해요. 취미를 갖고 싶기도 한데 며칠 지나면 '에이, 그냥 좋은 작품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을 하면서 무언가를 다시 채우고 회복하는 거죠. 다만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이다보니 체력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죠. "

'비스트'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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