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9회 제라드 호잉 타석에서 폭투가 나오자 3루 주자였던 변우혁이 홈에 슬라이딩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9회 2아웃, 볼 카운트 1-2에서 제라드 호잉이 방망이를 헛돌렸을 때 경기는 끝나야 했다. 그런데 끝나지 않았다. 포수 안중열이 공을 빠뜨렸기 때문이다. 삼진인 줄 알았던 호잉은 헐레벌떡 1루로 전력질주했다. 안중열이 공을 잡았다면 롯데는 5연승, 한화는 8연패, 두 팀의 승차는 반 경기로 좁혀졌다.

이 공 하나가 승패를 뒤집었다. 죽다 살아난 한화는 이성열의 만루 홈런으로 경기를 극적인 역전 끝내기 승리로 장식했다. 롯데로선 7-6으로 끝나야 했던 경기가 폭투 때문에 10-7로 역전당했다.

지난 12일 잠실 LG전에서도 롯데는 폭투 때문에 주저앉았다. 3-3으로 맞선 연장 10회 2사 1·3루에서 구승민이 오지환을 삼진으로 잡았을 때, 포수 나종덕이 블로킹을 하지 못하면서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사상 최초 스트라이크 낫아웃 패배다.

▲ 롯데 포수 김준태가 3월 31일 잠실 LG전 수비에서 폭투를 저지른 뒤 공을 쫓아가고 있다. ⓒ한희재 기자

롯데의 폭투는 지난달 3월 23일 키움과 개막전부터 쌓였다. 브룩스 레일리와 호흡을 맞춘 선발 포수 안중열이 폭투 2개를 저질렀다. 20일 대전 한화전까지 73경기에서 롯데 포수진이 허용한 폭투는 무려 66개. 리그 2위 한화(39개)의 두 배 수준이다. 경기당 1개꼴로 2017년 NC가 기록한 KBO 역대 한 시즌 최다 폭투 기록인 93개를 경신할 페이스다.

야구는 한 베이스를 가고 막는 경기다. 한 베이스를 놓고 양 팀 더그아웃에서 수십 가지 경우의 수가 섞인다. 폭투는 주자를 공짜로 득점권에 진루 시킨다는 점에서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실제로 롯데의 폭투 66개 가운데 43개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롯데는 폭투를 허용한 38경기에서 12번 이기고 28번 졌다. 올 시즌 최하위로 떨어진 성적 27승 1무 44패가 폭투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종별로는 패스트볼 18개를 비롯해 슬라이더가 19개, 포크볼이 17개, 커브가 9개, 체인지업이 3개다. 슬라이더는 외국인 투수였던 제이크 톰슨이 즐겨 썼고 포크볼은 김원중과 장시환 그리고 구승민 등이 많이 던진다. 커브 폭투는 박시영과 정성종 그리고 진명호 등에게서 나왔다. 모두 해당 투수들의 제2구종이자 결정구다.

▲ 롯데 안중열이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9회말 수비에서 투수의 폭투를 막아내지 못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한 지난해 젊은 포수들을 믿었다가 한계를 느꼈던 롯데는 외부 영입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로하고 육성을 외치며 나종덕, 안중열, 김준태 젊은 선수들로 안방을 꾸렸다. 양상문 감독은 기회를 균등하게 주면서 앞서가는 선수를 찾을 것이라고 희망찬 계획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세 선수 모두 블로킹에서 불안할뿐더러 타격마저 나란히 1할대다.

한 관계자는 "구승민 등 롯데 투수들의 포크볼은 공은 리그 내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그런데 빠질까 봐 불안하니 공을 100%로 던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크볼 열풍을 일으키며 불펜 야구로 가을 야구에 올라간 2017년 주전 포수는 강민호였다. 그해 롯데의 폭투는 67개. 투수들이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시즌이 절반 이상 진행된 이상 현재로선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오프시즌과 시즌 초반 트레이드가 무산됐던 포수들은 현재 금값이 됐다. 베테랑 김사훈마저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148에 머무르고 있다. 트레이드에서 큰 손해를 감수를 하지 않는다면 내부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올 시즌 폭투 문제에 대해 "(투수나 포수나) 누구를 탓할 상황이 아니다. 다만 투수들이 타자를 너무 유인하려 한다 너무 낮게 제구 하려다 보면 바운드가 일찍 튀어 포수들에게 어려워진다"며 "공을 한 개 정도 포수 쪽으로 던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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