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찬성이 '좀비'처럼 부활했다. 두 주먹으로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던 7개월 전 충격에서 벗어났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두 주먹으로 악몽을 털어 냈다.

정찬성(32, 코리안좀비MMA)이 미국 그린빌을 '재기의 땅'으로 만들었다. 경기 시작 58초 만에 페더급 5위를 잠재웠다.

MMA 통산 15승째(5패)를 신고했다.

결과는 물론 내용까지 거머쥐었다. 언더독으로 분류된 선수가 자기보다 7계단 높은 컨텐더를 펀치 TKO로 눕혔다.

지루한 바닥 싸움이나 판정승이 아니었다. 근접 거리에서 모이카노 얼굴을 정확하게 통타했다.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에 뽑힐 만큼 눈부신 어퍼컷이었다.

'정찬성 경기는 재밌다'는 인식을 재확인시켰다. 수준 높은 타격 테크닉으로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일석이조다. 연패 늪에 빠지지 않으면서 좀비 이미지를 강화했다. 최근 UFC에서 중요한 덕목인 캐릭터 흥행성을 크게 높였다.

7개월 전 정찬성은 충격적인 실신 KO 패를 당했다. 미국 덴버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39에서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야이르 로드리게스(27, 멕시코) 엘보에 고꾸라졌다.

단순 1패 이상 내상을 입었다. UFC는 야이르 팔꿈치를 지난해 최고 KO로 선정했다.

여러 종합격투기 매체도 "역대 다섯손가락에 드는 KO" "야이르는 MMA판 릭 그라임스(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주인공)"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찬성으로서는 최악 흐름이었다. 애초 프랭키 에드가를 잡고 타이틀전 직행을 노렸던 그는 상성에서 불리한 야이르를 받아들여 경기를 치렀다. 4라운드까지 채점표서 3-1로 앞서 있었다.

5라운드 통한의 엘보만 맞지 않았다면 커리어 두 번째 타이틀전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1초를 견디지 못해 모든 게 헝클어졌다. 결과와 내용 모두 스물일곱 젊은 파이터에게 내줬다.

어느덧 서른두 살로 접어든 베테랑 미래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 '코좀 사랑'이 방아쇠 노릇을 했다.

화이트 대표는 "정찬성 매치 가운데 재미없던 게 하나라도 있던가. (야이르 전도) 거의 이긴 경기였다. 곧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이하 한국 시간)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도 여전했다. 화이트 대표는 "모이카노는 대단한 실력자다. 그런 선수를 이긴다면 당연히 (더 큰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운을 뗀 뒤 "당장 타이틀전을 약속할 순 없지만 타이틀전으로 갈 수 있는 경기를 붙여 줄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기회를 보장했다.

정찬성은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모이카노에게 졌다면 커리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멋지게 다시 일어섰다. 화이트 대표가 아무리 정찬성을 아낀들 톱 5 파이터를 연속으로 매칭하긴 어려웠을 터.

정찬성은 실력으로 승리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협상 테이블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벌써 조제 알도와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 전 승자 이름이 물망에 오른다.

다음 경기에서 만날 후보군 '급'이 달라졌다.

돌아가는 꼴도 매우 좋다. 올해 안에 UFC 한국 대회 개최가 유력해진 상황. 모이카노를 잡은 코리안 좀비는 메인이벤터로 손색없다. 화이트 대표와 션 셀비 머릿속이 환해진 모양새다.

정찬성이 23일 그린빌에서 거둔 '58초 TKO승'은 커리어 통틀어 가장 빛나는 승리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다. 당대 정상급 타격가 마크 호미닉과 '더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에를 눕혔던 승리보다 더 큰 선물을 안길 수 있다.

정찬성은 자기 주먹으로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 링네임인 좀비처럼, 스스로 부활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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