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류현진(사진). 6이닝 3실점(1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야수 도움을 받지 못하며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그렇게 됐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은 어느새 팀 내 최고령 투수가 돼 버렸다. 우리에게 ‘소년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낯익은 투수지만, 이제는 정말 ‘가장’처럼 다저스 맏형의 위치에 올라 있다.

현재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KBO리그 1군 엔트리 격)에는 투수 13명과 야수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야수를 세분화하면 포수 2명, 내야수와 외야수 각각 5명씩 포진해 있다.

그런데 투수만 놓고 보면 류현진이 가장 나이가 많다. 1987년 3월 25일생으로 만 32세다. 1987년생으로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있지만 9월 30일생으로 류현진보다 6개월 정도 늦게 태어났다.

류현진이 다저스 25인 로스터의 맏형이 된 것은 리치 힐이 부상자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다. 힐은 1980년생으로 다저스 팀 전체 최고령 선수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현역 최고령 투수였다. 그러나 지난 20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선발등판한 뒤 2회초 시작 전 연습투구를 하다 갑자기 공을 던지는 왼쪽 팔 이상증세를 호소해 교체됐다. 정밀검진 결과 왼쪽 팔뚝 굴곡근 이상으로 판명됐다. 일단 10일짜리 부상자명단(IL)에 올랐으나 최소 3~4주 정도는 공을 던지지 못할 전망이다. 힐은 “부상이 심각하지는 않다”며 “올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저스 투수진에서 30대 중반대 층에 있는 투수가 없다. 힐의 공백 속에 곧바로 1987년생 쪽으로 내려간다. 이제 클럽하우스나 원정경기를 위해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류현진은 팀 투수진의 맏형으로 자리를 잡는다.

▲ 다저스 투수진 프로필. 1987년생인 류현진이 현재 가장 맏형이다. ⓒ MLB.com 캡처
류현진과 잰슨 한 살 아래로 1988년생인 클레이튼 커쇼와 마에다 겐타가 있다. 불펜투수인 페드로 바에스와 조 켈 리도 1988년생이다. 1989년생인 로스 스트리플링이 마지막 1980년대생이다.

이후는 모두 1990년대생이다. 케일럽 퍼거슨과 훌리오 우리아스가 1996년생으로 투수진 막내다. 생일까지 따지면 8월 12일생인 우리아스가 퍼거슨(7월 2일)보다 한 달 이상 늦게 태어나 막내다.

야수까지 포함하더라도 류현진은 나이로 서열 3위다. 전담 포수처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러셀 마틴이 1983년 2월생으로 다저스 팀 내 최고령 선수다. 내야수로서 1984년생 저스틴 터너가 2위다. 그 다음이 바로 류현진이다. 1983년 4월생인 데이비드 프리즈가 있었지만, 24일(한국 시간) IL에 오르며 류현진이 3위가 됐다.

류현진은 팀 내 투수진 맏형으로서 충분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비록 10승 눈앞에서 삼수를 하고도 불운하게도 실패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9승1패, 평균자책점 1.27을 기록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 단독 1위다.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압도적 1위다.

류현진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맏형다운 책임감과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23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동료 수비진의 거듭된 실수와 실책으로 6이닝 3실점(1자책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올 시즌 최다 실점으로 개막 이후 이어오던 14경기 연속 2실점 이하 기록이 중단됐다. 74년 전에 알 벤튼(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이 작성한 15경기에 1경기 부족한 상태에서 기록 도전이 무산됐다.

야속하고 아쉬울 법도 하지만 류현진은 무덤덤했다. “더 실점할 경기도 많을 것”이라며 “그런 기록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선발투수로서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하고 있다.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 이제 류현진은 다저스 투수 맏형으로 팀 전력은 물론 정신적 구심점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시카고 컵스전. 팀 내야수들과 마운드 회의를 하고 있는 류현진.
동료 야수들의 실수가 연발되면서 2실점을 한 3회초 수비에 대해서도 류현진은 “그나마 최소 실점으로 막았다. 그래서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갔다”고 오히려 안도했다. ‘수비실책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한화 시절 20대의 어린 나이에 이런 경험을 숱하게 해서였을까. 류현진은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 가는 데 자신이 무너지지 않고 버틴 데 대해 만족해했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에게 고마워했다. 로버츠 감독은 "오늘 수비 실책이 많았고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지만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고 6이닝 동안 제 역할을 다해줬다. 변수가 일어나는 가운데서도 화를 내지 않았다"며 류현진의 맏형다운 성숙한 태도를 칭찬했다.

류현진은 스스로 승리를 챙기지는 못해도 팀을 위하는 마음이 크다. 로버츠 감독도 이런 류현진의 자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실력도 태도도 맏형으로서 흠 잡을 데 없는 류현진이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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