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FC를 상대로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된 포항 스틸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역대급이라 평가되는 경기에 '희생양'이 된 포항 스틸러스는 쓰라림을 참고 견뎌야 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24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강원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17라운드 경기에서 4-5로 졌다. 후반 11분까지 4-0으로 앞서갔지만, 26분 조재완을 시작으로 26분 발렌티노스에게 골을 내줬다.

경기가 마무리되려던 후반 추가시간, 정신없이 골이 쏟아졌다. 조재완이 두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했고 정조국이 머리로 마무리했다. 완델손이 해트트릭을 했지만. 완벽하게 묻혔다.

이길 경기를 놓친 포항의 충격이 심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김기동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5경기 무패(4승 1무)로 순항하다 내리 4전 전패를 기록했기 때문에 더 속이 타는 포항이다.

경기 후 포항은 선수단에 이틀 휴식을 줬다. 25일까지 쉬고 송라 클럽하우스로 복귀하는 일정이었다. 선수들이 충격적인 경기를 잊고 복귀해 30일 홈에서 예정된 전북 현대전을 준비하라는 배려였다.

하지만, 집중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익명을 원한 선수 A는 "지인들이 '세계적인 경기가 됐다. 외신도 관심을 보였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링크해 보냈다.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며 롤러코스터를 탔던 경기를 잊으려 해도 잊기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향후 일정에 좋은 참고서가 된 경기다. 90분 집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선수들 스스로 잘 알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정재용은 긍정론을 전파했다. 그는 "강원전은 하기 싫은 경험이었지만 멀리 봤을 때는 좋으리라 생각했다. 잘 추슬러서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이 젊어서 미래가 밝다"며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 강원FC전을 반성과 반전의 기회로 여기겠다는 포항 스틸러스, 이수빈처럼 젊은피들의 패기를 기대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실제 포항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강원 수비의 약점만 더 크게 보였다. 운이 따르지 않은 것은 약관의 미드필더 이수빈이 후반 4분 만에 발등 부상을 당해 이승모와 교체됐다는 점이다.

이수빈은 올 시즌 정재용과 함께 포항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다. 상대 압박을 적절히 해주면서 뿌리는 패스는 또래 이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수빈이 나가지만 않았어도 틀이 흔들리지 않았을 포항이다. 김기동 감독도 "드릴 말이 없다. 팬들이 응원을 와주셨는데…"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포항은 공격수만 제대로 보강하면 경기력이 더 나아지리라 보고 있다. 훈련이 필요한 일류첸코와 팔로세비치가 팀에 잘 녹아들면 다시는 강원전처럼 경기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다.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호흡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포항 관계자는 "선수들도 프런트도 다 털어내고 편하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앞만 보고 가자고 했다.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며 다시는 특별한 경기의 조연이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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