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KBS 양양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가 강원도 양양에서 열렸다. ⓒ 대한자전거연맹
[스포티비뉴스=양양, 박대현 기자 / 송경택 PD] 굵은 허벅지와 그을린 피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곱게 어우러졌다.

역전을 눈앞에 둔 주자가 막판 힘내기를 보이면 환호성이 터졌다. 분초를 다투는 종목 특성과 선수들 건강미가 더해져 쫄깃한 상(像)을 이뤘다.

사이클 매력을 만끽했다.

2019 KBS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가 24일 강원도 양양 사이클 경기장에서 열렸다. 나흘 전 막 올린 대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모든 게 동그랬다. 트랙 꼴과 자전거 바퀴, 바짝 웅크린 사이클리스트 옆태와 바람을 막는 고글이 둥글했다.

원(circle) 이미지를 지닌 아귀 센 속도 경쟁. 기자가 느낀 사이클 첫인상이었다.

분위기는 달랐다. 정반대였다. 각 져 있었다. 동글동글하지 않았다.

완주한 뒤 토해내는 호흡과 페달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도는 바퀴, 흔들리는 프레임(자전거 뼈대)은 부드럽지 않고 날카로웠다. 맹렬했다.

18년 만에 여성 중등부 스크래치 기록을 새로 쓴 김채연(전남체중)은 "사이클은 운동한 만큼 (기록이) 나오는 스포츠"라고 했다.

소년체전에 이어 전국선수권대회까지 석권한 이찬영(부산 사하중)은 "허벅지가 터질 거 같은 고통을 참고 완주했을 때 쾌감"을 사이클이 지닌 매력으로 꼽았다.

유망주 둘과 문답에 공통점이 보였다. 거친 숨과 땀에 절어도 꿋꿋이 견뎌 결승선을 골인한 뒤 좋은 기록을 확인했을 때 짜릿한 기분. 이 기분을 입에 올렸다. 

자신이 몸담은 세계 매력으로 강조했다.

▲ 제2 조호성을 꿈꾸는 사이클리스트 935인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 대한자전거연맹
'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 자전거.'

일제 강점기 전국에서 유행했던 노래다. 민족의식을 일깨운 스포츠 가운데 사이클도 있었다. 절도 논란이 있지만 엄복동은 1910~1920년대 억눌린 조선인 마음을 달래 준 최초의 스포츠 스타였다.

해방 이후 한국 사이클은 꾸준히 올림픽에 선수를 보냈다. 1948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태극마크를 단 사이클리스트가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사이클 메카 양양에서 제2 엄복동, 조호성을 꿈꾸는 '자전거 탄 935인'이 방울땀을 흘렸다. 68년 노메달 한(恨)을 풀어 줄 미래 사이클 스타를 미리 확인하는 자리였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송경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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