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을 눈앞에 둔 주자가 막판 힘내기를 보이면 환호성이 터졌다. 분초를 다투는 종목 특성과 선수들 건강미가 더해져 쫄깃한 상(像)을 이뤘다.
사이클 매력을 만끽했다.
2019 KBS 전국사이클선수권대회가 24일 강원도 양양 사이클 경기장에서 열렸다. 나흘 전 막 올린 대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모든 게 동그랬다. 트랙 꼴과 자전거 바퀴, 바짝 웅크린 사이클리스트 옆태와 바람을 막는 고글이 둥글했다.
원(circle) 이미지를 지닌 아귀 센 속도 경쟁. 기자가 느낀 사이클 첫인상이었다.
분위기는 달랐다. 정반대였다. 각 져 있었다. 동글동글하지 않았다.
완주한 뒤 토해내는 호흡과 페달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도는 바퀴, 흔들리는 프레임(자전거 뼈대)은 부드럽지 않고 날카로웠다. 맹렬했다.
18년 만에 여성 중등부 스크래치 기록을 새로 쓴 김채연(전남체중)은 "사이클은 운동한 만큼 (기록이) 나오는 스포츠"라고 했다.
소년체전에 이어 전국선수권대회까지 석권한 이찬영(부산 사하중)은 "허벅지가 터질 거 같은 고통을 참고 완주했을 때 쾌감"을 사이클이 지닌 매력으로 꼽았다.
유망주 둘과 문답에 공통점이 보였다. 거친 숨과 땀에 절어도 꿋꿋이 견뎌 결승선을 골인한 뒤 좋은 기록을 확인했을 때 짜릿한 기분. 이 기분을 입에 올렸다.
자신이 몸담은 세계 매력으로 강조했다.
'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 내려다 보아라 엄복동 자전거.'일제 강점기 전국에서 유행했던 노래다. 민족의식을 일깨운 스포츠 가운데 사이클도 있었다. 절도 논란이 있지만 엄복동은 1910~1920년대 억눌린 조선인 마음을 달래 준 최초의 스포츠 스타였다.
해방 이후 한국 사이클은 꾸준히 올림픽에 선수를 보냈다. 1948년 런던 올림픽 때부터 태극마크를 단 사이클리스트가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사이클 메카 양양에서 제2 엄복동, 조호성을 꿈꾸는 '자전거 탄 935인'이 방울땀을 흘렸다. 68년 노메달 한(恨)을 풀어 줄 미래 사이클 스타를 미리 확인하는 자리였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송경택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