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에이스 김광현이 25일 잠실 LG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SK 에이스 김광현은 25일 잠실 LG전에서 올 시즌 가장 안 좋은 투구를 했다. 6이닝 동안 안타를 10개나 맞았다. 두 자릿수 피안타는 올 시즌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김광현은 승리투수가 됐다. 스스로도 "오늘은 타자들의 힘으로 승리를 추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의 판단은 달랐다. 김광현이 많은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충분히 제 몫을 했다는 평가를 했다. 염경엽 SK 감독은 경기 후 "김광현이 효율적인 피칭을 한 덕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괜한 립 서비스가 아니었다. 실제 김광현은 이날 나름대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분명 아니었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 안타를 허용할 만큼 위력은 덜했던 경기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끝까지 자기 공을 던졌다. 그가 두 자릿수 안타를 허용하고도 충분한 승리투수 조건을 갖춘 이유다.

일단 탈삼진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김광현은 이 경기 전까지 98개의 삼진을 잡으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스스로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분야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이날 삼진을 잡기 위해 특별히 애를 쓰지 않았다. 안타를 많이 맞으며 어려운 흐름에 놓이자 상대의 방망이를 이끌어 내는 투구로 투구수를 아끼려는 노력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염경엽 감독은 "김광현의 장점은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무기가 있다는 점이다. 슬라이더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기 때문에 타자들이 빠른 카운트에서 공략하려고 애를 쓴다. 반대로 김광현이 그런 타자들의 심리를 잘 이용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투구가 가능하다. 빠른 카운트에서 치게 해 잡을 수 있다. 하지만 탈삼진 부문 1위라는 타이틀 때문에 그런 조절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김광현이 그 문제를 잘 조절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말대로 LG 타자들은 찬스가 왔을 때 빠르게 김광현의 공을 공략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김광현은 그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았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선점하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10개의 안타를 맞고서도 실점은 2점으로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처럼 김광현은 던지면 던질수록 진화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있다.

10안타를 맞고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염경엽 감독이 경기 후 김광현을 칭찬했던 이유도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다.

투수가 1년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순 없다. 안 좋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더 중요한 이유다. 김광현은 LG전에서 최악의 컨디션을 보였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가 더 큰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투구였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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