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김성철, 김동현 PD] 일본 도쿄에서 3일.

핸드볼을 다리로 한일 두 나라가 마주섰다. 서늘한 전운과 뜨거운 축제가 섞였다.

간이 잘 든 고기처럼 '간간한 72시간'을 보냈다.

올해 11년째를 맞은 2019 핸드볼 한일정기전이 지난 19일 열렸다. 열띤 취재 열기와 관중 호응, 높은 경기력이 어우러졌다.

일본핸드볼협회(JHA) 관계자가 "핸드볼 카니발"을 입에 올렸다. 그만큼 후끈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한 해 앞두고 종목 흥행성에 파란불을 켰다.

▲ 지난 19일 일본 타치가와 타치히 경기장에서 2019 핸드볼 한일정기전이 열렸다. ⓒ 일본 도쿄, 김성철 PD
희비가 엇갈렸다. 여자는 웃고 남자는 고개를 떨궜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 팀은 19일 일본 타치가와 타치히 경기장에서 9골을 수확한 류은희(29, 파리92)를 앞세워 일본을 31-20으로 크게 이겼다. 남자 대표 팀은 27-35로 졌다.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위해 복도를 가로질렀다. 경기 뒤 곧바로 선수 대기실 앞에 섰다.

강재원 여자 대표 팀 감독은 취재진에게 "수고했다"며 승리 기쁨을 나눴다. 류은희와 김선화, 강은혜 등 선수 표정도 환했다.

빼어난 속공으로 공격 첨병 노릇을 한 신은주는 "아픈 선수가 많아서 (정기전) 준비가 쉽진 않았다.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려 기분이 정말 좋다"며 배시시 웃었다.

남자 팀은 그러나 어두웠다. 전반은 12-12, 팽팽히 맞섰으나 후반 중반 와르르 무너졌다. 수비 조직력이 흔들려 속공 점수를 연이어 내줬다.

경기 종료 7~8분쯤 남겼을 때 이미 승리 추를 일본에 뺏겼다.

조영신 감독은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를 마다했다. 선수단도 샤워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웃음소리 그득했던 여자 팀 대기실과는 분위기가 천양지차였다.

대표 팀 막내 강탄(한국체대)이 어렵게 인터뷰에 응했다. "현재 팀이 세대교체 중이다. 부상 선수도 워낙 많았다. 로테이션이 원활하지 못했다. 후반 경기력 저하도 그래서 나온 게 아닐지 싶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 한국 남녀 핸드볼 대표 팀 희비가 엇갈렸다. ⓒ 일본 도쿄, 김성철 PD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일본 기자가 장사진을 이뤘다. 줄잡아 서른 명가량이 자리를 잡고 현장을 글 사진에 담았다.

기자 한둘도 보기 어려운 한국 경기장과 견주면 장관이었다.

응원단 기세도 매서웠다. 대형 깃발과 확성기를 든 대여섯 명이 "닛폰 간바레(일본 힘내라)"를 수차 외쳤다. 응원을 주도했다.

이들은 한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동서남북 구석구석을 오갔다. 관중 함성을 60분 내내 끌어 냈다.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하세베 마코토(35, 프랑크프루트)를 연상케 했다.

한국은 무뢰한이었다. 일본 만화 '슬램덩크' 속 '산왕전 북산' 같았다. "악당 등장" 대사라도 뱉어야 할 분위기였다.

일본 선수단이 등장하자 "닛폰" 외침이 더 커졌다. 남자 대표 팀끼리 붙을 땐 열기가 더했다. 축구 A매치를 방불케 했다.

▲ 정기전 종료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한 한일 여자 핸드볼 대표 팀 ⓒ 일본 도쿄, 김성철 PD
일본은 올해 구마모토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등 핸드볼 불씨를 지피는 데 여념이 없다. 도쿄 올림픽 호성적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검증된 선장을 식구로 들였다. 2년 전 겨울 중장기 전략 일환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독일에 동메달을 안긴 명장 다가르 시거슨 감독을 영입했다.

정기전에도 공을 들였다. 평가원 모의고사 치르듯 꼼꼼히 준비했다. 불러모은 선수 가운데 30%가 유럽파였다.

최고 전력으로 아시아 최강과 맞겨루겠다는 의지였다. 

JHA는 자국 선수단 기량을 성장시키는 데 두 팔을 걷어부쳤다. 지도자 역량과 로스터 깊이를 살찌우는데 아낌이 없다.

서늘했다. 빠른 성장세뿐 아니다. 2년을 내다보고 움직이는 프론트(JHA)와 현장간 호흡이 긴장감을 유발했다. 세련된 이인삼각 파트너로 보였다.

대한핸드볼협회(KHF)도 마냥 손놓진 않는다. 올해만 4차례 연수회를 열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핸드볼 강국에서 지도자를 모셔와 선진 핸드볼 트렌드를 익혔다. 

지난 4월에는 살레 비나슈허 아시아핸드볼연맹(AHF) 심판위원장이 서울을 찾아 판정과 룰에 관해 열띤 강의를 펼쳤다. 물밑에서 바지런히 움직인다. '핸드볼학교' 등 뿌리 다지기에도 한창이다.

과거 한국 핸드볼은 비유럽권 나라 가운데 최강이었다. 남녀 합쳐 올림픽 메달만 7개(금 2, 은 4, 동 1)다. 

영화 재현을 꿈꾸는 KHF와 도광양회를 끝맺으려는 JHA 사이 팽팽한 줄다리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김성철, 김동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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