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거 우즈는 11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정상을 밟았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안녕하세요. 타이거 우즈(43, 미국)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블로그로 찾아뵙습니다. 지난번 블로그를 통해 소식을 전한 뒤 많은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올해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해 5번째 그린 재킷을 입었습니다. 정말 말로 표현 못할 만큼 기뻤는데요. 최종 라운드에서 뛰어난 동료와 치열한 경쟁을 펼친 저는 운 좋게도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실력에 행운이 섞인 결과였죠.

저는 1995년부터 마스터스에 나섰습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97년에 첫 우승을 거뒀습니다. 저와 제 가족에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마스터스가 열리는 골프장)은 의미 있는 곳입니다. 제 두 아이인 샘과 찰리, 어머니와 친한 친구가 저를 응원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번 우승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2008년 US오픈 이후 11년 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을 밟았습니다. 메이저 통산 15승째를 신고했죠. 더불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1승을 달성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엄청난 역경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전 허리 부상을 비롯해 여러 건강 문제에 시달렸고 정신적으로 힘들게 했던 문제까지 겹쳐 앞으로 다시 골프채를 쥘 수 있을까 의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마스터스 우승이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아직도 메이저) 우승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제게 찾아 온 아주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 타이거 우즈는 자서전 제목으로 삼을 만큼 1997년 마스터스 우승을 소중히 여긴다.
마스터스 우승으로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출전 랭킹을 9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미 미국 팀 단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전 항상 기회가 된다면 '플레잉 단장'으로 어니 엘스가 이끄는 인터내셔널 팀과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었습니다.

남은 시즌 동안 경기를 잘해서 랭킹 8위 안에 들고 싶습니다. 그래야 저와 저희 팀 부단장이 추천 선수 4인를 뽑는데 곤란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단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프레드 커플스와 스티브 스트리커, 자크 존슨이 (미국 팀 부단장으로) 뽑혔단 소식을 듣고 안도했습니다. 커플스와 스트리커가 부단장으로 있기에 혹시 제가 선수로 뛰게 돼도 마음 놓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8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미국을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커플스는 단장으로, 스트리커는 선수로 인터내셔널 팀을 꺾는데 이바지했죠.

존슨은 미래 미국 팀을 이끄는 훌륭한 단장이 될 것입니다. 압도적인 열정과 승리욕을 지닌 골퍼입니다. 자기만의 코스 공략법이 확실한 선수라 더 믿음이 갑니다.

존슨이 200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 모든 파5홀에서 레이업 작전으로 12타나 줄인 장면을 기억합니다. 4년 전 디 오픈에서도 우승 뒤 포효하는 모습을 기억하죠. 저는 부단장 3인이 지닌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겁니다. 미국 팀 조합은 그래서 눈부십니다.

3차례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은 커리어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입니다. 2013년 이후 처음으로 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 플레이에 출전했던 전 애론 와이즈와 패트릭 캔틀레이, 브랜트 스네데커와 한 조에 속해 매치 플레이를 치렀습니다.

로리 맥길로이와 16강전에선 이겼지만 8강에서 루카스 브제르가드에게 덜미를 잡혔죠. 아쉽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매치 플레이 무대에선 마주한 상대만 이기면 됩니다. 이 점에만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전 이러한 압박 속에서 경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와이즈와 캔틀레이가 공 치는 걸 보면 미국 프로 골프 앞날이 아주 밝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와이즈가 오리건 대학교에서 제 예전 동료인 케이시 마틴 지도를 받으며 플레이하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제 기억에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갖춘 골퍼였죠.

성적으로도 증명했습니다. 와이즈는 지난해 바이런 넬슨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모두에게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캔틀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잔부상을 극복하고 PGA 투어에서 2승을 수확했고 올해 마스터스에서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챙겼습니다.

▲ '골프 황제'에게도 앳된 시절이 있다. 22년 전 첫 그린 재킷을 입고 환히 웃는 타이거 우즈.
지난해 버바 왓슨과 결승에서 맞붙고 올해 (매치 플레이) 대회에선 우승을 차지한 케빈 키스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우 뿌듯했습니다. 키스너도 저처럼 매치 플레이에서 받는 압박을 즐길 줄 아는 선수인 듯합니다.

2017년 프레지던츠컵에서 부단장이었던 저는 그때 처음으로 키스너를 알았습니다. 당시 필 미켈슨 파트너로 활약했던 그가 첫 프레지던츠컵 출전에서 여유로운 샷을 구사했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올 시즌 제가 눈여겨보는 골퍼 가운데 한 명입니다.

백전노장 맷 쿠차가 보이는 최근 활약상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과거 매치 플레이 우승자이기도 한 그는 챔피언십 매치에서 호성적을 거두는 게 얼마나 박수 받을 만한 일인지 잘 압니다. 이미 이번 시즌 PGA 투어 2승이라는 화려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죠.

쿠차는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올 시즌 미국 팀 멤버로서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팀에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유쾌한 성격을 지닌 선수이기도 합니다.

미국 팀 멤버는 쟁쟁합니다. 이번 마스터즈에서 공동 2위에 오른 더스틴 존슨을 필두로 브룩스 켑카와 젠더 셔플레가 포진해 있죠. 여기에 저와 (마스터스) 마지막 날 한 조에서 플레이한 토니 피나우, 공동 5위를 기록한 웹 심슨 등도 있습니다.

모두 (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리더 보드 상위권을 차지한 골퍼들입니다. 명단을 보면서 정말 흐뭇했습니다. 현재 프레지던츠컵 랭킹 톱 10에 이름을 올린 저스틴 토마스와 브라이슨 디섐보, 리키 파울러, 미켈슨 등도 미국 팀에 꼭 필요한 선수입니다.

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과 젊은 선수 재능이 조화를 이뤄야 최강 팀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는 12월 로열 멜버른에서 또 하나 명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www.presidentscup.com에서 하루빨리 표를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또 뵙겠습니다.

정리=박대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