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경남 양산, 박대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삶이 그를 '오뚝이'로 만들었다.

닳아 없어진 연골 탓에 스윙할 때마다 오른 손목이 아팠다. 의사는 골프를 그만두라고 했다. 전문가 권유에 고개를 떨궜다.

결국 골프를 놓았다. 20년 가까이 쥐었던 골프채를 뒤쪽으로 치웠다. 스물일곱 살 젊은 나이에 필드를 떠났다.

장타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호주 교포 이원준(34) 이야기다.

12년 만에 프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이원준은 30일 경남 양산 에이원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선수권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더블 보기 1개와 보기 2개, 버디 3개를 묶어 1오버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서형석(22, 신한금융그룹)과 연장에 들어간 이원준은 연장 첫 번째 홀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고 커리어 첫 승을 신고했다.

한때 선수 생활 중단을 고민했다. 7년 전부터 시작된 손목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비거리가 15~20야드 줄었다.

장타자로 이름난 그에게 비거리 감소는 치명적이었다.

이원준은 "오른 손목 연골이 다 닳았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2012년 스윙할 때마다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더는 골프를 칠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실제 2년 가까이 골프채를 쥐지 못했다. 단념했다. 골프와 연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진로를 근심했다.

▲ 이원준은 "아직 한(恨)이 덜 풀렸다. 더 우승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 KPGA
복귀 계기는 단순했다. 복잡하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가 가볍게 라운드하자고 제의해 필드를 찾았는데 이상하게 손목이 아프지 않았다.

'왜 이러지.' 스스로도 놀랐다.

복귀를 결심했다. 2014년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큐(Q)스쿨에 도전했고 이듬해 선수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일본을 재기 무대로 삼았다.

우승 인터뷰에서 이원준은 "당장 다음 주에 또 JGTO 대회에 나간다. 쉴 틈이 없다. 아직 한(恨)이 덜 풀렸다. (12년 만에 우승했으니) 목표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더 우승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복귀를 마음먹는데 큰 도움을 준 발레리나 출신 이유진 씨를 맞아 전기를 마련했다. 자기도 "결혼이 큰 힘이 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원준은 "아내가 매일 (최소) 5분간 스트레칭을 해준다. 길 때는 20분 정도 해주고. 아내가 열정적이다. '골프 못 쳐도 좋으니 몸은 건강하자, 서방' 이렇게 말한다(웃음). 큰 힘이 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올 시즌 흐름이 좋다. 일본 투어 6개 대회에 나서 모두 컷통과했다. KPGA 선수권대회 우승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원준은 "가장이 되니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생겼다. 이전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현재 아내가 임신 중이다. (KPGA 선수권대회) 성적도 괜찮고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며 환히 웃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