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전미선이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났다. 곽혜미 기자 khm@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배우 전미선이 황망히 세상을 떠났다. 올여름 개봉하는 영화 '나랏말싸미'가 30년 연기 인생의 마침표가 됐다.  

고(故) 전미선은 지난달 29일 오전 전북 전주의 한 호텔에서 숨친 채 발견됐다. 매니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고인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으며 병원으로 이송하는 대신 경찰에 인계됐다. 경찰은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같은 날 소속사 보아스엔터테인먼트는 고인의 비보를 전하며 "평소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됐습니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시기 바라며 충격과 비탄에 빠진 유가족을 위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추측성 보도는 자제를 부탁 드립니다"라고 했다.

고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충격과 안타까움을 더한다. 최근 보아스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틀며 배우로서 새 출발을 알렸던 고인은 오는 24일 개봉 예정인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제작 영화사두둥)에서 주요 배역인 소헌왕후 역을 맡아 프로모션을 앞둔 상황이었다. '나랏말싸미' 측은 "고 전미선 배우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라며 영화 관련 일정은 논의 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 영화 '나랏말싸미'의 배우 전미선 스틸. 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나랏말싸미'는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 중 소헌왕후는 나라가 금지한 불심으로 자신의 상처를 달래며 지혜롭고 강단 있게 길을 터가는 품이 너른 여장부. 영화, 연극과 드라마 등 다양한 무대를 넘나들며 깊은 연기 내공으로 출연작마다 신뢰감을 더한 고인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케 했다.

'나랏말싸미'에서 기존 궁중 사극과 다른, 주체적 여성상의 탄생을 예고한 고인은 지난 2월 4개월 간의 촬영을 마친 뒤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하고 열심히, 재밌게 촬영했다"며 "너무 금방 끝난 것 같아 아쉽다.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고 아쉬움과 설렘을 드러냈다. 또한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하는 작업이었다. 관객들의 가슴속에 있는 따뜻함을 끌어 내줄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달 25일 고인은 '나랏말싸미'의 제작보고회에 밝은 모습으로 참석했다. 16년 전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 박해일과 해당 작품에서 재회한 것에 기쁨을 표하며 "더 의지하게 됐다"고 말했고 송강호는 "전미선 씨만이 지니고 있는 푸근함, 따뜻함이 있다. 제가 선배인데 괜히 후배 같다"며 고인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진 후, 송강호는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을 애도하며 슬픔을 더했다. 박해일도, '살인의 추억' 봉준호 감독도 빈소를 찾아 황망히 세상을 등진 고인을 기렸다.  

1970년생인 전미선은 1989년 드라마 '토지'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야인시대 '황진이' '제빵왕 김탁구' '해를 품은 달' '마녀보감' '파수꾼' '위대한 유혹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살인의 추억' '연애' '마더' '숨바꼭질' 등에 출연하며 30년 간 드라마와 영화, 무대를 오가는 연기자로 활동해 왔다. 2006년 주연한 영화 '연애'의 촬영 감독 박상 훈씨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을 뒀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장례식장 1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오는 2일 오전 5시30분. 장지는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유지희 기자 tree@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