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민규 기자]지난 7(이하 한국 시간) 열린 뉴욕 양키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을 갖고 있는 양키스는 그러나 휴스턴의 기둥 투수댈러스 카이클(27)6이닝 무실점 7탈삼진 호투에 막혀 3-0으로 져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휴스턴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전까지 통산 51경기 타율 0.333, 16홈런 OPS 1.118로 뛰어난 포스트시즌 성적을 자랑하는 카를로스 벨트란(38)4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그 1안타는 양키스가 기록한 세 개의 안타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휴스턴과 양키스, 두 팀은 모두 올 시즌 뛰어난 공격력을 보인 팀이다. 휴스턴의 팀 홈런은 230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이며 팀 득점은 729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6위이다. 양키스는 이에 못지않게 팀 홈런은 메이저리그 전체 4(212홈런), 팀 득점은 토론토 블루제이스(891득점)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2(764득점)에 올라 있다. 그러나 양키스는 단 한 점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야구계에는 방망이는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타격은 기복이 있기 때문에 타자에게 의존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는 공격은 승리를 가져다 주지만 수비는 우승을 가져다 준다는 격언이 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타격은 더욱 믿을 수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알려 준 예는 1995년 월드시리즈다.


1995년 월드시리즈에 올라온 두 팀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였다. 당시 애틀랜타 타자 가운데 3할 타자는 하비 로페즈, 라이언 클레스코 두 명 뿐이었으며 30홈런 타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반면 클리블랜드에는 3할 타자가 카를로스 바에르가, 짐 토미, 알버트 벨, 케니 로프턴, 매니 라미레즈, 에디 머레이 등 5명이었으며 팀 홈런(207)과 팀 득점(840)은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또한 클리블랜드는 Off(공격 기여도)가 116.2로 100이 넘는 유일한 메이저리그 팀이었다.

1995년 클리블랜드 주전 타자 명단(Off는 공격 기여도)

포수 : 토니 페냐(91경기 .262 5홈런 28타점 0.9 Off)

1루수 : 폴 소렌토(104경기 .235 25홈런 79타점 5.4 Off)

2루수 : 카를로스 바에르가(135경기 .314 15홈런 90타점 6.6 Off)

3루수 : 짐 토미(137경기 .314 25홈런 73타점 41.7 Off)

유격수 : 오마 비즈켈(136경기 .266 6홈런 56타점 15.3 Off)

좌익수 : 알버트 벨(143경기 .317 50홈런 126타점 60.2 Off)

중견수 : 케니 로프턴(118경기 .310 7홈런 53타점 10.2 Off)

우익수 : 매니 라미레즈(137경기 .308 31홈런 107타점 32.2 Off)

지명타자 : 에디 머레이(113경기 .323 21홈런 82타점 17.1 Off)

정규 시즌 동안 엄청난 공격력으로 경기당 평균 5.83점을 기록했던 클리블랜드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경기당 평균 6.66점을 기록하며 무서운 타력을 이어가는 듯했으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 승리하긴 했으나 경기당 평균 3.83점으로 한풀 꺾인 공격력을 보이더니 월드시리즈에서는 애틀랜타를 상대로 경기당 평균 3.16점에 그치며 결국 우승 반지를 내주고 말았다. 그해 월드시리즈 MVP는 2경기에 등판해 14이닝 동안 단 2점만을 내준 톰 글래빈이다. 그렉 매덕스-톰 글래빈-존 스몰츠로 이어지는 당시 애틀랜타의 선발투수진이 압도적이긴 했으나 클리블랜드는 정규 시즌과는 달리 저조한 득점력을 보여 주는 데 그쳤다.

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각 주의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많은 주목을 받은 네이트 실버는 야구 선수의 성적을 예측하는 시스템인 ‘PECOTA’를 고안한 것으로 유명하다ESPN의 통계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실버는 그의 동료인 댄 페리와 함께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정리했다. 그 세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팀 마무리 투수의 수준

2. 팀의 탈삼진 능력

3. 팀의 수비 능력

그렇다면 실버가 선정한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 투수와 탈삼진 능력, 수비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마무리 투수가 중요한 이유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팀들은 모두 강팀들이다. 이 팀들은 모두 엇비슷한 전력을 갖고 있다. 좋은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고 있다면 중요한 접전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기용할 수 있다.

이어 삼진이 중요한 이유는 애초에 타자의 출루 자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를 삼진으로 잡게 된다면 그 타자는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없으며 볼넷으로 출루할 수도 없다. 팀에게 위협이 될 만한 요소를 처음부터 제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비가 중요한 이유다. 정통파 투수는 강한 구위를 바탕으로 많은 삼진을 잡아낼 수 있지만 기교파 투수가 삼진을 잡아 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가 중요하다. 좋은 수비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투수는 그만큼 타자를 쉽게 상대할 수 있다. 또한 수비가 좋지 않은 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까다로운 타구를 막아 내면서 역시 출루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세 가지 요소에 압도적인 공격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 따르면 포스트시즌에서 공격력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 일단 포스트시즌에서는 이동일을 위해 휴식이 조금 더 보장되며 이 때문에 투수는 다른 때보다도 더 좋은 컨디션으로 타자를 상대하게 된다. 이것이 투수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버와 페리의 칼럼에 따르면 좋은 투수력을 가진 팀이 좋은 공격력을 가진 팀을 상대로 더 좋은 승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1905년부터 2005년까지 좋은 투수력을 가진 팀과 좋은 공격력을 가진 팀의 경기 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투수력이 강한 팀이 241227패로 더 많은 승리를 따냈다. 좋은 공격력을 가진 팀이 전력이 더 강한데도 좋은 투수력을 가진 팀이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한 것은 타자의 출루 이후 연타를 잘 허용하지 않으며 득점권에서 실점 가능성을 억제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공격력을 가진 팀이 좋은 투수력을 가진 팀보다 약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좋은 투수력을 가진 팀보다 상대적으로 승률이 낮긴 하지만 227승을 거뒀다는 것은 그만큼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올 시즌 토론토 타선은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조시 도널슨(29)과 호세 바티스타(34), 에드윈 엔카나시온(32)를 중심으로 강력한 타선을 갖추고 있는 토론토는 메이저리그 팀 가운데 유일하게 경기당 평균 득점이 5.50점으로 5점을 넘어섰다. 891득점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르며 득점 부문 2양키스(764득점)와 100득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1953955득점을 기록한 브루클린 다저스 이후 처음이다. 2위 뉴욕 양키스는 801득점이었다. 그해 다저스와 양키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올 시즌 토론토 타선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손꼽을 만한 압도적인 공격력을 펼친 것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토론토는 포스트시즌에서 어떠한 활약을 펼칠까. 지금까지 연구된 바와 같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투수력을 갖춘 팀에 맥없이 당하게 될까. 1969년부터 1986년까지 17년 간 전천후 내야수로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한 토비 하라는 야구 기록은 비키니와 같다. 많은 것을 보여 주지만 모든 것을 보여 주진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사진 1] 토론토 블루제이스 ⓒ Gettyimages

[사진 2] 1995년 WS MVP 톰 글래빈 ⓒ Gettyimages

기록 참조 :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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