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까지 1차 지명에 신중히 접근한 SK는 결국 오원석을 지명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0년 1차 지명은 괜찮을 겁니다. 3~4명 정도 좋은 선수들이 있어요”

조영민 SK 스카우트 그룹장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가 끝난 뒤 2020년 1차 지명을 낙관적으로 봤다. 구단으로서는 야속하게도(?) 1차 지명감 선수들이 대거 한 번에 풀리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나눠서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탄식을 부른 이 명단에서 최유력 후보는 역시 야탑고의 간판선수이자 청소년 대표 출신인 안인산이었다. SK는 안인산을 투수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조 그룹장은 “야탑고 오원석도 좋은 투수다. 우리 팀에 좌완이 부족하기도 하고 성장세가 좋다"면서 "인천고 임형원, 야탑고 박명현도 후보 중 하나다. 2차 지명으로 내려가도 모두 1라운드 상위 픽에서 지명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극적인 반전 끝에 SK는 오원석의 손을 잡았다.

SK는 1일 2020년 1차 지명자로 야탑고 좌완 오원석을 확정했다.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대다수 팀들이 황금사자기 이전에 지명자를 확정한 것과 달리, SK의 고민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SK 구단 또한 황금사자기 직전까지 “1차 지명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까지 안인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안인산은 3학년 들어 구속이 떨어지는 등 많은 스카우트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연고 팀인 SK는 안인산의 정확한 상태를 알아내기 위해 동분서주였다. 조 그룹장을 비롯한 스카우트 팀은 물론, 손차훈 단장까지 직접 나서 면밀한 비교를 거쳤다. 손 단장은 안인산의 2학년 투구 비디오까지 모조리 돌려보는 등 꼼꼼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학년 구속이 너무 나오지 않자 고민에 빠졌다.

한 구단 관계자는 “3학년 때 자기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안인산은 분명히 좋은 선수”라고 안인산을 두둔하면서 “안인산이 오원석보다 떨어지는 선수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구단 사정상 오원석을 지명한 것으로 생각해 달라. 현재 우리는 우완 자원은 많은 편이지만 좌완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 또한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사실상 안인산을 포기하는 시간이 그만큼 길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오원석 자체로도 매력이 넘치는 선수다. 2학년과 3학년을 거치며 기량이 급성장했다. 아직 평균구속은 140㎞ 남짓이지만 워낙 유연한 선수라는 게 SK 내부의 호평이다. 게다가 고교 선수치고는 제구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프로에 와서 몸을 키우고, 구속을 좀 더 늘린다면 좋은 선발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다. 김광현과는 조금 다른 향기로, 김광현의 뒤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도 존재한다.

구단은 이날 "신장 183cm에 몸무게 83kg으로 우수한 신체조건을 갖춘 오원석은 부드러운 투구폼을 지니고 있으며, 최고 구속 143km의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 커브, 서클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수준급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오원석은 침착한 성격으로 안정적인 경기운영 능력과 위기관리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투구 시 팔동작이 간결하고 공을 놓는 타점이 높아 타자들이 공략하기 까다롭다는 점에서 구단으로부터 높이 평가 받았다. 또한 우수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올시즌 6경기 27.1이닝을 소화하며 35탈삼진을 잡는 동안 사사구를 4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SK와이번스 손차훈 단장은 “당구단 좌완투수의 뎁스 강화를 위해 오원석 선수를 지명했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투구 매커닉과 유연성을 겸비한 우수한 기량의 선수이기에 향후 SK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선발투수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K의 시선은 이제 2차 지명으로 향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팀인 SK는 전체 10번 지명권을 가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워낙 순번이 뒤라 다른 팀들의 선택을 지켜봐야 한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투수와 내야수 등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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