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수비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95번을 잘해도 한번 놓치면 낙제점을 받는 것이 수비다. 특히 큰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 잡을 수 있는 공을 떨어뜨리면 팀 사기는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김성현(28, SK 와이번스)의 본의 아닌 '히 드롭 더 볼(He dropped the ball)'과 함께 SK의 2015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팀의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시즌 전 삼성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며 우승 후보로 주목 받았던 SK는 천신만고 끝에 페넌트레이스 5위에 올라 KBO 리그 사상 첫 와일드카드 경기를 치렀다. 페넌트레이스 4위 넥센 히어로즈와 연장 11회까지 접전을 치른 SK. 그러나 11회말 2사 만루에서 윤석민의 뜬공을 유격수 김성현이 잡지 못하는 바람에 4-5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SK의 2015시즌 경기는 모두 끝났다.

 2009년 6월13일(한국 시간)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의 서브웨이 시리즈에서 메츠가 8-7로 앞선 9회말 2사 1, 2루 양키스 공격에서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평범한 뜬공을 메츠 2루수 루이스 카스티요가 잡지 못했다. 양키스 전담 방송 'YES'의 캐스터 마이클 케이는 격양된 어조로 '히 드롭 더 볼'을 외쳤고 이는 양키스의 9-8 끝내기 역전승과 함께 야구계 명언이 됐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9차전에서 현대 유격수 박진만은 빗속에서 '히 드롭 더 볼'을 했으나 현대 우승 덕택에 '묻혔다.'

그런데 사실 김성현의 실책은 선수를 탓할 수만 없는 장면이었다. 평범한 뜬공이었으나 사실 높이가 생각만큼 높지 않았고 김성현이 낙구 예상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야수도 아니었다. 선수 출신으로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팬들이 알기 쉬운 해설을 해 많은 사랑을 받는 이효봉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이 장면에 대해 묻자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평범해 보이는 플라이였으나 사실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았다. 게다가 낙구 지점 근처 야수들의 대처가 아쉬웠다. 유격수가 달려와 잡을 자리는 아니었다. 2루수나 1루수가 자리를 잡고 공을 잡는 것이 가장 좋았다. 게다가 김성현은 공이 떨어지는 순간 달려오고 있었고 글러브의 손바닥 부분이 하늘을 향해 있었다. 다급하게 달려왔던 만큼 자리 잡기 힘들었다. 김성현만 탓할 장면이 아니다.”

실책 순간을 보면 김성현은 타구와 먼 위치에서 달려왔다. 가장 가까웠던 야수는 나주환이지만 나주환도 1루 주자와 동선이 겹치는 만큼 자칫 주루 방해를 저지를 수 있었다. 나주환이 머리를 써 이를 수비 방해로 이용할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머리를 쓰기는 타구가 높지 않았고 시선이 공을 향했던 만큼 나주환을 탓하기도 힘든 순간이다. 타구 움직임은 둘째 치고 2아웃인 만큼 일단 베이스에 붙는 것이 우선이던 1루수 박정권에게도 쉬운 타구는 아니었다.

김성현이 일단 달려왔으나 달려오던 관성이 있는 만큼 즉각 멈추기 힘들었다. 다급하다 보니 글러브를 머리 위에 오른손으로 받치고 안정적인 포구를 할 여유도 없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만루라는 특수 상황에서 생각보다 높게 뜨지 않은 공이라 수비 체계에 혼선이 왔고 결국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졌다.

[영상] 역사에 남는 '히 드롭 더 볼' ⓒ 영상 편집 배정호

[사진] 김성현의 실책 순간 ⓒ 목동,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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