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 좋은 6월 인터뷰에 나선 윤종규. 울산의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와 닮은 듯하다. ⓒ유현태 기자

[스포티비뉴스=구리, 유현태 기자] 시간은 흐르고 언제나 새로운 선수가 성장해 두각을 나타낸다. 올해 FC서울에서 가장 돋보이는 '새 얼굴'이라면 윤종규를 빼놓을 수 없다.

2017년은 윤종규가 유소년 선수로서 마침표를 찍고 프로 선수로 시작을 알린 한 해였다. 프로 무대에 입문해 경남FC에서 임대로 첫 시즌을 보냈다.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도 참가해 아르헨티나전과 포르투갈전에 나섰다. 

2018년엔 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두 시즌 동안 출장 수는 10. 아직 프로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기엔 일렀다. 2018시즌 말미 강등 위기까지 떨어지는 부진 속에 부임한 최용수 감독이 기회를 주면서 가능성은 입증했다.

서울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기사회생한 2019시즌 윤종규는 이제 서울의 오른쪽 측면을 든든히 책임진다. 아직 기복이 있고 불안할 때가 있다는 평가지만 윤종규의 나이는 이제 21살. 주전으로 도약한 첫해이기도 하다. 힘겹게 2년의 기다림을 넘어 주전으로 도약한 윤종규는 조심스럽게 "서울에서 주전을 차지하는 것이 U-20 월드컵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울산 현대와 맞대결을 앞뒀던 지난달 27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윤종규에게 K리그1, 그리고 FC서울 적응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윤종규와 일문일답.

▲ 바쁜 한 해를 보내는 윤종규 ⓒ한국프로축구연맹

- 이번 시즌 주전으로 도약했는데. 자신감이나 최근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포항과 첫 홈 경기에선 긴장을 많이 했어요. 한 경기씩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는 건 사실이에요. 저도 모르게 여유도 생겼어요.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조금의 성장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할 때 제가 오른쪽 수비다 보니 감독님이 뒤에 계셔요. 처음엔 솔직히 말해서 무서웠어요. 혼날까봐. 그리고 많이 혼나기도 했고요. 들으면 들을수록, 경기를 하면 할수록 어느 것은 듣고, 또 어느 것은 흘려버리는 여유가 생겼어요. 형들이 경기장, 훈련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여유로워진 편이에요.

- 성인이고 프로 선수인데도 감독님한테 혼나면 무섭나요.

아무래도 최용수 감독님의 '마!' 한 마디면 심장이 쫄깃쫄깃해요. 이전에 100%의 긴장감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그래도 1,20% 정도밖에 안 떨어진 것 같아요. (고)광민이 형한테도 물어봤는데 꽤 있었는데도 무섭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이를 좀 먹어야 할 것 같아요.

- 학창 시절과 프로는 다르다고 하잖아요. 뭐가 그렇게 프로가 다른가요. 최근 U-20 월드컵 멤버들의 K리그 활약에 관심도 큰 것 같아요.

힘, 파워? 1,2살 차이랑 겨루는 게 아니라 많게는 10살, 15살씩 차이나는 형들과 경쟁해야 해요. 경험, 파워, 전술 이해도까지 모든 게 다 쉽지 않았어요. 저도 그랬고 형들도 그런 경험이 있을 거에요. 개인적으론 제가 잘할 수 있는 것, 활발한 기동력과 스태미너를 잘 보여주려고 준비했어요. 우리 팀 전술상 측면 수비수가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점이에요. 많이 뛰어야 하고 스피드가 있어야 하고, 빌드업 능력과 크로스까지. 제가 부족했지만 잘하려고 생각했던 점입니다.

- '파워'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요? 공을 지켜낼 힘을 이야기하나요?

힘이라는 게 슈팅을 때리는 걸 수도 있고, 몸싸움을 의미하는 걸 수도 있어요. 많은 의미가 있어요. 말씀하신대로 힘이 떨어지면 공도 못 지키잖아요. 모든 부분에서 파워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패스할 때도, 공격할 때도 힘이 있어야 치고 나갈 수 있고, 수비에서도 힘이 있어야 따라갈 수 있어요. 패스가 빨라지니 전체적인 템포도 빨라지고, 공수 전환도 빠르고. 모든 것이 빨라요. 템포가 빨라서 신인들이 고전하는 것 같아요.

-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확실히 좋아진 점이 있을까요?

지난해에는 최 감독님 오시고 나서 5경기를 했어요. 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술을 잘 몰라서 보여주지 못한 게 많았어요. 동계 훈련에서 감독님부터 많은 준비를 하셨어요. 볼 터치부터, 이럴 땐 이렇게 하라고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빌드업이 많이 늘었죠. 작년 경기할 때도 미팅하면서 빌드업이 이만큼 좋아졌다고 말해주시곤 해요. 지금 만족하지 말고 더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항상 그 말을 생각하고 있어요.

- 감독님은 항상 칭찬과 질타를 묘하게 하시는 것 같아요. 팀 분위기에도 감독님 효과가 있나요.

'채찍형' 감독님을 처음 만나봐서 힘들었어요. 훈련하면서 어떤 분이신지 잘 알게 됐어요. 감독님 스타일에 모든 선수들이 다 잘 따라가는 것 같아요. 선수들 이야기도 많이 들어주시고.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것 같아요.

- 개막전인 포항전은 윤종규 선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긴장한 것 같았어요. 하지만 밖에서 보면 지금은 여유를 찾은 것 같아요. 선수들도 느끼고 있나요?

첫 경기에는 100%도 아니고 101%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감독님이 훈련하면서 많이 고쳐주시고, 선수들도 내용과 결과를 모두 생각하면서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용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 윤종규 선수를 비롯해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고 있어요. 형들이 잘 챙겨주나요?

훈련장에서 형들이 말을 많이 해주시죠. 뭐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생각해서 해주시는 말이니까요. 한 마디, 한 마디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고요. 고맙고 믿게 되고, 장난도 때로 치게 되는 거 같아요.

- 누가 '채찍형' 형님이고, '당근형' 형님인가요.

최고 선배인 (박)주영이 형이 상황상황 말을 잘해주세요. (박)동진이 형도 그렇고요. 채찍 형님이라면 역시 주장 (고)요한이 형(웃음).

- 팀 내에서 '박주영'이란 존재는 어떤가요?

같은 팀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훈련 때 말을 정말 많이 해주세요.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한테. 훈련이 끝나고 나선 농담도 자주 해주시고. 훈련장에서, 경기장에서 해주는 말이 가장 크죠. 그렇게 해주시는 한 마디로 선수들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요.

▲ 윤종규의 좋은 찬스. 찬스가 너무 좋아서 당황했다고. ⓒ한희재 기자

- 최근 조영욱을 비롯한 후배들이 U-20 월드컵에서 성과를 냈어요. 본인도 U-20 월드컵 경험이 있잖아요. 준우승은 쉽지 않은 것이지만 U-20 월드컵에서 높이 올라가는 것과 서울 주전을 꿰차는 것. 무엇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아… (어려우면 각각 어려움을 설명해주세요.) 아 어떤 게 더 어려운지 고를게요. 제가 지금 서울에 몸을 담고 있어서인가, (서울에서)주전을 꿰차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20세 월드컵은 또래 연령하고 싸우는 것이거든요. K리그1에 오면 자기에 맞는 나이대가 아니라 선배님들하고 싸워야 해요. 그 밑으로도 쭉 있고요. (지난 몇 번의 U-20 월드컵에 나섰던 대표 선수들이 다 모여있다는 거죠?) 맞아요. 그렇죠.

- U-20 월드컵 스타인 조영욱도 잘할 수 있을까요.

(조)영욱이도 잘하고 있고, 잘할 거에요

- 스스로 생각하기에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보완할 점은요?

감독님이 말씀하시기론 서울에서 제가 기본기가 없는 선수라고 하시거든요. 저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모든 점이 부족하고 더 나아져야 할 것 같아요. 크로스, 슈팅, 움직임까지 배울 게 많아요. 어느 한 가지 꼽아서 배우겠다고 하기보다는 모든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지나치게 겸손한 대답이네요. 그럼 질문을 바꿔서 마치 게임처럼 능력치만 하나를 모두 채울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르고 싶어요?) 크로스. 제가 15경기를 뛰면서 아직 공격 포인트가 없어요. 형들이 매일 놀려요. 감독님도 크로스로 어시스트하면 소고기 사주신다고 다같이 회식하라고도 하셨는데. 어시스트 꼭 하고 싶어요. 수원전에서도 기대를 좀 했는데 의식하다보니 어렵습니다.

- '슈퍼매치' 수원전에서 득점은 할 뻔했어요. 좋은 찬스였는데 대체 왜 오른발로 찼어요?

볼을 잡고 나서 고민을 진짜 많이 했어요. 볼 잡아두고 몇 초 동안 엄청난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골을 잘 넣는 선수도 아니고, 중앙에 자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방향은 정했는데 상단, 중단, 하단도 못 정하고 발등, 인프론트, 인사이드까지도 못 정하고 찼어요. 그래서 어제는 슈팅 연습을 좀 했습니다(웃음).

- 아직 배우는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윙백 포지션에서 유난히 잘 가르쳐주는 선수가 있나요?

아무래도 요한이 형이 그 포지션을 많이 하셨어요. 지금도, 예전에도 포지션에 관해서 많이 말을 해주셨어요. (제가) 경험이 없다 보니까 동계 훈련 때부터 볼 잡는 위치, 공격 때 등 많이 이야기해주셔서 도움이 됐어요. 지금도 부족한 점을 바로 많이 이야기해 주세요.

- 신갈고 출신으로 유스팀 출신이 아니에요. 다른 팀에서도 제의가 있었을 텐데 FC서울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하나만 봤어요. K리그 최고의 팀. K리그에서 제일 좋은 팀이라는 게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 그 최고의 팀이 지난해엔 고전했잖아요. 속이 좀 상했나요?

저희가 승강 플레이오프, 진짜 마지막까지 갔어요. 그때 모든 선수들이 '설마'하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그때만큼은 정말 떨어지지 말자고 강하게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그러셨을 거에요. 정말 힘들었어요. 11위고 다른 팀들은 다 저희 위에 있으니까. 최고의 팀이었던 팀이 11위까지 떨어지다니. 슬펐어요. 그래도 그렇게 힘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올 시즌 정말 포항 홈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계속 한 팀으로 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게 된 것 같아요.

▲ '수호신' 앞에서 득점하면 서울의 'S'를 그리겠다고 약속한 윤종규. ⓒ유현태 기자

- 현재로선 세 팀이 우승을 다투는 구도잖아요. 감독님은 9월까진 따라가겠다고만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우승보다는 한 경기씩 최선을 다해야 해요. FA컵, 챔피언스리그도 없어요. 한 경기씩만 잘하자고 하다 보니 우승 생각은 잘 없네요. 다가온 울산전을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이 정도면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올해 팀의 목표는 어느 정도인가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면 좋고, 우승을 하면 더 좋겠죠. 하지만 저희는 작년 11위 팀이에요. 순위야 올라갈수록 좋죠. 우선 지난해보다는 순위가 올라가면 좋겠어요.

- 그렇다면 개인의 목표는요?

홈 경기 끝나고 나서 장내 아나운서가 목표를 물어보신 적 있어요. 그때는 '10골, 10도움 하는 것보다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릴테니 오늘 오신 팬들이 다음에 또 오시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어요. 근데 지금은 공격 포인트 욕심은 생겼어요. 10골, 10도움은 아니지만 작게나마, 4개로 잡고 싶어요. 왜냐하면 요즘 공격 포인트 이야기를 들으니까 의식이 돼서, 욕심이 생겨요.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 같아서 딱 4개만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 팬들을 위한 득점 공약이 있을까요, 특히 수호신 쪽 골대에서 골을 넣는다면 하기 좋을 것 같아요.

'FC서울'이니까 'S'자를 손으로 만들겠습니다. (역시 팬들이 해주신다면?) 당연히 같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팬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작년엔 죄송했습니다. 올해는 정말 지난해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경기장에 찾아와주신 만큼 보답하는 경기력, 결과까지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많이 찾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스포티비뉴스=구리,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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