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호의 사과에 오히려 덕담을 건넨 롯데 민병헌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롯데 핵심타자인 민병헌(32)은 올 시즌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한창 타격감이 좋았던 4월 4일 인천 SK전에서 박민호(27)의 공에 왼손을 맞아 장기 이탈했다.

민병헌은 큰 부상임을 직감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중수골 골절 판정을 받은 민병헌은 5월 24일에야 복귀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예정보다는 빠른 복귀였다. 시즌 초반 타율 0.444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던 민병헌으로서는 안타까운 시기였다. 설상가상으로 팀이 하위권으로 처지며 심리적으로도 괴로운 시기였다.

당시 사건의 당사자들은 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다시 만났다. 민병헌이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SK와 만나는 날이었다. 박민호는 일찌감치 훈련을 마친 뒤 롯데 선수단이 경기장에 오기를 기다렸다. 롯데 선수단이 짐을 푸는 광경을 보자마자 재빠르게 3루 쪽으로 달려간 박민호는 민병헌에게 정중히 당시 상황을 사과했다. 

박민호는 당시 경기 후 민병헌에게 사과를 했다. SK는 구단이 나섰다. 손차훈 단장이 직접 롯데 구단과 선수를 향해 사과를 했다. 덕분에 더 이상의 감정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부상 탓에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박민호의 대면 사과를 받은 민병헌은 대인배답게 쿨하게 넘어갔다. 오히려 “더 잘하라”고 덕담을 건넸다.

민병헌은 “처음에는 나도 안타까운 심정이 있었다. 일부러 그랬다면 정말 나쁜 것 아니겠나”면서도 “고의가 100% 아님을 알고 있었고, 내가 잘 피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나도 이해한다고 이야기했다”면서 후배의 사과를 오히려 고마워했다.

민병헌은 부상 복귀 후에도 여전히 맹타다. 시즌 42경기에서 타율 0.361, 5홈런, 24타점을 기록하며 롯데 타선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이제는 부상 악몽은 완전히 머리에서 잊었다. 박민호도 SK 필승조 자원으로 거듭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박민호는 25경기에서 26⅔이닝을 던지며 1승1패3홀드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하고 있다. 두 선수는 예전의 악연을 완전히 털어낸 채 2일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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