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는 한 사설 야구교실에서 자행된 학생 상대 금지약물 복용에 큰 충격을 받았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3일 롯데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3일 인천 SK전에서 5-8로 역전패했고, 선발 서준원은 타구에 맞은 뒤 병원 검진을 받아야 했다. 여기에 보도자료까지 만들어야 했다. 팀 내야수 고승민(19)과 약물은 연관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최근 고승민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참고인 조사를 받는다는 이야기에 “약물을 투약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선수 확인도 거쳤다. 롯데는 3일 저녁 “본인 확인 결과 고승민 선수는 프로지명 후인 2018년 10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약 두 달에 걸쳐 주 5회 야구 레슨을 받은 사실이 있다. 하지만 해당기간 약물에 관한 어떠한 제의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관계기관의 협조요청 시 이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고 했다.

이에 앞서 두산도 팀 유망주 송승환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루머를 서둘러 진화했다. 두산은 “본인 확인 결과 송승환은 프로 지명 후인 2018년 10월 말부터 9주에 걸쳐 이여상이 운영하는 '이루리 야구교실'에서 일주일에 3번씩, 20차례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그러나 이 기간 어떠한 약물 권유를 받은 적도 없고, 투여한 적도 없다”고 깅조했다.

두 선수는 같은 야구교실에서 레슨을 받았다. 최근 문제가 된 전직프로야구 선수 이여상 씨가 운영한 ‘이루리 야구교실’이다. 시기도 비슷했다. 문제는 이 야구교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등을 주사하고 판매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첩보를 받은 식약처가 야구교실을 압수수색한 결과 이 씨는 혐의가 입증돼 구속됐다. 

이 씨는 최초에 “내가 맞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수사가 계속되자 학생들에게 투약했음을 시인했다. 식약처는 충분한 물증을 확보했고, 현재 7명의 학생 중 최소 2명 이상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수도권 한 구단 단장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단언하면서 “이렇게 사태가 터졌으니 이제는 전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O도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거나 혹은 지명을 받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전면 도핑테스트까지 검토하고 있다. 프로야구선수협회 또한 4일 이 사안에 대해 요구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제 관심은 금지약물 투약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느냐다. 암암리에 퍼져 있다면 이는 야구 근간을 흔들 큰 스캔들로 번질 수 있어서다. 신뢰가 완전히 깨진다. 이 단장은 “전국대회라고 해도 아마추어 선수는 도핑테스트가 없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난색을 드러냈다.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 또한 “상대적으로 보는 눈이 많은 엘리트 야구부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다른 야구 교실에서 이러한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착잡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프로에 입단한 지 얼마 안 되는 한 저연차 선수는 “최근 전직 프로 출신 선배님들이 야구교실을 많이 여시는 추세다. 인맥이 넓은 분들도 계셔서 학교에 가끔 오시는 분들도 있으셨다”면서 “사실 야구부는 일정이 빡빡해 레슨을 받을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다. 레슨비도 생각보다 비싼데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 구단 트레이너는 “금지약물은 모든 이들에게 다 위험하지만 특히 이제 막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투약 기간과 횟수, 투약 후 지난 시간 등에 따라 도핑테스트에 적발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야구교실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B스카우트는 “지도자 자격증 없이도 야구교실은 열 수 있다. 어쨌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도 그런 삐뚤어진 생각에 윤리성을 뒤로 미뤄 나온 게 아니겠는가”면서 “야구교실에 참가하는 사회인 야구 마니아들도 많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보가 빗발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한국 야구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생겼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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