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윔블던 남자 단식 2회전을 마친 뒤 악수하는 닉 키르기오스(왼쪽)와 라파엘 나달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코트의 악동' 닉 키르기오스(24, 호주, 세계 랭킹 43위)가 라파엘 나달(33, 스페인, 세계 랭킹 2위)와 맞붙은 2회전에서 상대를 공으로 맞춘 사건의 고의성에 대해 털어놓았다.

키르기오스는 4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2019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나달과 맞붙었다. 그는 나달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세트스코어 1-3(3-6 6-3 6<5>-7 6<3>-7)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 경기 3세트 스코어 4-4의 상황에서 키르기오스는 나달의 포핸드를 받아쳤다. 키르기오스의 포핸드 리턴은 강하게 날아갔고 나달의 몸에 맞았다.

일반적으로 테니스 경기 도중 자신이 친 볼이 상대방을 가격했을 때 미안하다는 말과 제스처로 사과한다. 그러나 키르기오스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코트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경기를 마친 키르기오스는 공식 인터뷰에서 나달에게 왜 사과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그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도 많이 우승했고 은행 계좌에 돈도 많을 것이다. 가슴으로 공을 좀 받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 닉 키르기오스 ⓒ Gettyimages

키르기오스는 '코트의 악동' 혹은 '망나니'라 불릴 정도로 숱한 기행을 저질렀다. 그는 2014년 US오픈에서 3개의 규정을 위반해 벌금 4천 달러를 지급했다. 또 2015년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 컵에서는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상대방에게 시비를 걸어 물의를 빚었다. 2016년 호주오픈에서는 험한 욕설로 4천300달러 벌금 징계를 받았다. 그해 프랑스오픈에서는 6천200달러, 윔블던에서는 8천600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또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는 무성의하게 경기를 펼치는 일이 다반사다. 서브를 제대로 넣지 않는 것은 물론 상대방이 서브할 때 리턴 자체를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난해 퀸즈 클럽 챔피언십에서는 물병을 가지고 부적절한 행위를 해 1만7천500달러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훈련도 성실하게 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밝혔다. 키르기오스는 "나는 테니스 선수지만 프로페셔널하거나 하루종일 연습만 하는 선수는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악마의 재능'을 가졌다는 말을 들을 만큼 잠재력은 오래 전부터 인정 받았다. 193cm의 좋은 체격 조건을 지닌 키르기오스는 남자 프로 테니스(ATP) 투어에서 5번 우승했다.

특히 19살이었던 2014년 윔블던에서는 8강에 진출하며 돌풍의 주역이 됐다. 이듬해 호주 오픈에서도 8강에 진입했다.

지난 5월 ATP 투어 멕시코 오픈 결승전에서는 '차세대 기대주' 알렉산더 즈베레프(22, 독일, 세계 랭킹 5위)를 꺾고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 윔블던 2회전 나달과 경기도중 주심에게 항의하는 닉 키르기오스(오른쪽) ⓒ Gettyimages

그러나 성실과는 담을 쌓은 선수 생활과 성숙하지 못한 태도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있다. 2회전을 앞둔 그는 경기 전날 술집에 갔던 사실이 드러났다.

키르기오스는 "만약 경기 전날 술집에 가지 않았다면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란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렇지 않다"라며 "(그런 질문을 하는 당신은) 매우 지루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나달은 "나는 닉(키르기오스)이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 그런 짓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매우 위험한 일이다"며 "내가 위험한 게 아니라 심판과 관중들이 그렇다. 공은 어디로 갈지 모른다"며 의연하게 답변했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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