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나 혼자 산다'의 황지영 PD. 제공|MBC '나 혼자 산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요즘 프로그램이 너무 많잖아요. 300회. 저희 프로그램이 6년이 됐다고 하니까 좋아요.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MBC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가 300회를 넘어섰다. 2013년 3월 22일 정규 방송을 시작한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6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금요일 오후 11시를 지키며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방송 초기, 조금은 애처럽고 쓸쓸하기도 했던 '나 혼자 산다'의 주인공들은 훨씬 더 당당하고 씩씩해졌다. 집에서 혼자 살 뿐, 밖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는 '나혼자 산다' 속 사랑스럽고 씩씩한 싱글들은 방송 안팎으로 화제를 몰고다닌다. '나 혼자 산다' 역시 우여곡절 속에서도 든든히 제 자리를 지키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6년 가을 '나혼자 산다'에 투입돼 현재까지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황지영 PD는 현 멤버들과 함께 '나혼자 산다' 제2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 그에게 300회를 맞은 소회와 함께 프로그램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었다.

▲ MBC '나 혼자 산다'의 황지영 PD. 제공|MBC '나 혼자 산다'
-지난 3월 이후 전현무 한혜진이 함께 자리를 비웠다. 비교적 무난하게 넘어간 느낌이다.

"밖에서 그렇게 봐 주신다면 잘 견뎌왔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자들이 너무 좋아해주셨던 조합이 깨지면서 언니 오빠들이 빠지는 입장이었다. 동생들끼리 꾸려가야 하는 상황이 벅찼다. 나머지 걱정도 많았고. 전문 예능인이 나래씨밖에 없으니까 어수선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조합을 시청자들도 받아들인 것 같다. 자기들끼리 고군분투하는 걸 응원해준다. 어느 순간부터는 (당이 떨어지면 먹던) 초콜릿을 잘 먹지 않는 것 같다. 박나래씨에 대한 고마움도 크고, 스케줄 조절이 힘든데 억지로 와준 성훈, 이시언, 헨리 모두 고맙다. 멤버들이 200% 해줬기에 넘겨온 것 같다."

-문어발처럼 회원을 확정해 왔다. 비결이 뭔가.

"문어발이요?(웃음) 맞다. 한번 나오면 다 회원이다. 벽에 출연자들 사진을 붙여놓는다. 한쪽 벽면이 꽉 찼는데, 얼마인지 모르겠다. 100명은 훨씬 넘는다. 신뢰가 없으면 힘든 것 같다. 자기의 개인 생활공간을 오픈해야 하고 지인들이 나온다. 한 번 시작하기가 힘든 프로그램인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제작진도 출연자를 '케어' 한다. 집 위치가 노출돼 피해가 있을까 창문만 찍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공을 들인다. 그런 마음이 느껴지면 두 번도 나와주시고 시간이 되면 많이 나와주시려 하는 것 같다. 제작진에 대한 신뢰 덕이 아닐까."

-섭외가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관찰예능이 익숙하지 않은 분도 많은데 노하우가 있나.

"감사하게도 '출연하고 싶어요' 리스트가 있다. 그런데 시청자의 '보고싶어요' 리스트도 있다. 그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 그 중에 혼자 살지 않는 사람도 많고, 취향을 가질 새 없이 일만 하는 사람도 있다. 막상 만나면 자기 일상을 보여줄 거리가 없는 분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찰 예능이다. 토크쇼처럼 본인 에피소드로 막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반면 다소 밋밋한 VCR이 될 수도 있다. 돌아보면 누가 그렇게 일상이 특별하겠나. 다들 보여줄 일상이 없다고 한다. '밥 먹고 화장실 가요!' 그런데 인터뷰 해보면 뭔가가 있다. 사실 뭘 먹는지도 궁금하고, 일어나 뭘 하는지도 궁금하지 않나. 본인은 별 것 아니라 하는데 남들 보기엔 '어!' 하는 포인트가 있다."

-출연자를 선정할 때 제일 주목해 보는 점이 있다면.

"가능하면 다양한 직종, 다양한 연령대를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모델, 개그맨, MC, 가수, 배우, 만화가까지 있다. 직업이 달라야 만나는 사람이 다르고 라이프도 다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를 통해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도 녹여냈으면 좋겠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게 저희의 목표였다.

새로운 인물에 대한 니즈(needs)는 늘 있다. 새 인물을 갈구한다. 시청자도 그렇다. 톱스타가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해 하시지만, 화사처럼 새 인물을 보며 재밌어 하시면 저희도 뿌듯하고 보람되다. 올해는 인지도를 떠나 '루키'들을 보여주자는 기획의도가 있었다. 저희도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조병규, 오스틴강, 잔나비 등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분들이다. 조병규씨 경우는 50편이나 출연한 경험이 있는지 저희도 몰랐다. 김연경 선수도 그랬고, 황재균 선수가 출연하고 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보이려고도 한다. 자기 세계를 이룬 분들, 외국 계신 분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도 싶었다."

-승리, 마이크로닷 등 출연자들이 프로그램 외적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프로그램 성격상 게스트가 많이 나올수밖에 없고, 사생활을 보여주게 된다. 때문에 여럿 중에서도 저희 프로그램이 더 언급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저희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거론되는 게 속상하다. 별개로 봐주셨으면 한다. 저희가 더 알 수 없었던 부분까지 돌아와서 저희의 책임인 것처럼 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속상하다."

▲ MBC '나 혼자 산다'의 황지영 PD. 제공|MBC '나 혼자 산다'
-지난해 MBC연예대상도 화제였다. '나 혼자 산다'가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받았고, 박나래는 대상을 놓쳤다.

"주변에서 많이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활약이 컸으니까 저희도 내심 기대했다. 전현무 오빠가 전년에 타고 엄청 기뻐했었는데, 큰 상을 타면 출연자들에게 큰 보상이 될거라 생각하니까 모든 제작진이 자기 출연자가 상을 받길 원한다. 돌아보면 작년엔 2년째 받은 사랑을 유지하려고, 기대에 부응하려고 아웅다웅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저는 작년이 더 힘들었다. 작년에 상을 받고 우니까 '왜 울었냐' 하시는데 개인적으로 힘든 한 해였다. 9년간 '무한도전'이 받은 상을 얼결에 받았는데, 연속으로 탈 줄은 생각을 못했고, 나래씨 대상 불발이 아쉽고 힘들고 짠하고 그런 게 겹쳤던 것 같다. 올해는 뭔가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다."

-박나래를 비롯해 최근 여러 여러 예능인들이 부상했다. 어떻게 보나. 

"일조한 게여자들이 중심이 되거나 여자 멤버들만 있는 프로그램이 흥하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좋다. MC 군단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들이 부각되고 또 시청자들이 보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기는 거니까. 그 가운데 여성 MC군단이 성장하고, 그 핵심 멤버인 나래씨가 저희 팀에 있다는 것도 좋다."

-시대도 프로그램도 많이 변했다. 멤버들도 각자 삶을 보여주다가 여럿이 모이는 모습을 부쩍 많이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도 시대가 변한 것 같다. '1인 가구가 많아진다'는 데서 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그때만 해도 기러기 아빠라든지, 나이가 찼는데 결혼 안 한 남자를 짠하게 봤다. 거기서 시작된 것 같다. 6년이라는 시기가 흐르며 1인가구는 너무 많아졌고,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선택일 수 있다고 인식이 바뀌었다. 한편으로는 더 많이 사람들과 만나고 모이는 문화가 됐다. 멤버 개인 에피소드를 주고 하고, 그 가운데 게스트가 등장하는 '무지개 라이브'를 하고, 모이는 일도 생긴다. 모이면 더 웃기고 더 이슈가 되고 방송도 2주씩 하니 더 각인이 되는 것 같다. 이전보다는 모임이 늘었다. 그러며 관계가 생기고, 또 품앗이를 하며 서로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다."

▲ MBC '나 혼자 산다'의 황지영 PD. 제공|MBC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이 오래 사랑받으며 멤버들도 함께 성장했다.

"이사해온 곳만 봐도…. 나래씨도 수많은 개그우먼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MC를 여러 개 보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시언씨도 주택청약을 붓다가 그 집에 입주를 했고, 여전히 대기하지만 대기를 좀 덜 하게 됐고, 이제 팬미팅도 하고 연예대상에서 남자 최우수상도 받았다. 나래 씨도 대상 후보가 됐고. 돌아보니 남다르다. 시언씨가 상도동 집을 나와 이사하며 울었다. 저도 그 편집본을 보면서 울었는데, 시청자들도 그런 경험이 있으시니까 감정이입을 하시더라. 그렇게 커가는 모습을 응원해 주시는 게 큰 힘이 된다."

-'나 혼자 산다'가 사랑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멤버들의 합이라고 하겠다! 출연자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고정멤버들뿐 아니라 라이브에 출연해주시는 분들이 사실은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시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내려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카메라가 있지만 현실과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있다. 혼자 살지만 누군가가 연결되어 있길 원하는 인간의 본성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프로그램을 하며 너무 친한 친구가 생겼고, 함께하는 모습이 훈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각기 케미도 중요하다. 제작진을 믿고 열심히 해주는 출연자들, 그 모습을 사랑해주시는 시청자까지 3박자가 잘 맞아서가 아닐까."

-이제 300회다. 앞으로 300회는 어떨까."

"(깜짝 놀라며)앞으로 300회요? 요즘 세상이 그렇다. 리얼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안다. 거짓말을 할 수가 없다. '나혼자 산다'가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게, 제주도에서 멤버들끼리 너무 재밌어하는 게 화면을 뚫고나와 보여서가 아닐까. 생각이 많고, 늘 고민한다. 시청률도 시청자의 반응이고 댓글도 반응이기에 다 본다. 상처도 받지만 본다. 시청자들의 뜻에 따를 거다. 시청자가 싫어하면 안 할거다.(웃음)

많이 느낀 건 '아 프로그램이 살아있는 거구나' 하는 거다. 선배들이 많이 이야기하셨는데, 이제 4년차 해오면서 그걸 느낀다. 남들이 봤을 때 고비라면 고비를 넘어와서 한숨 돌리고 있는 찰나에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된다. 순발력있게 대응해온 팀이라, 저희 페이스대로 하고 연례 행사도 하고 하겠지만, 어떻게 변모할지는 계속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상반기처럼 하반기도 잘 보내고 좋은 연말, 또 좋은 결말이 되도록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함께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다면.

"늘 위시리스트가 있다. 여전히 많다. 김혜수, 이정재, 정우성, 공유, 피아니스트 조성진, 손흥민 선수… 항상 섭외하는데 항상 정중히 거절하신다.(웃음) 좀 시간이 지났다 하면 또 연락 드린다. 조금만 마음을 열어서 나와주시면 시청자들이 행복해하지 않으실까. 전에 정해인씨가 독립하면 나오겠다고 하셨기에 염원하고 있다. 한혜연시 편에 등장하셨던 한지민씨도 그 김에 나와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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