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양, 박대현 기자 / 김동현 영상 기자] 15세기 후반 영국은 프랑스와 100년 전쟁(1337~1453)을 끝내고 장미전쟁(1455~1485)을 치렀다.

150년 동안 이어진 전투에 지루해 하던 병사들은 간단한 놀이를 고안해 냈다. 부러진 화살을 포도주 통에 넣고 놀았다. 영국식 투호였다.

오늘내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쟁통. 공포감을 달래 준 투호는 진영에서 삽시간에 유행했다.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고 물자마저 귀해지자 통나무를 잘라 화살을 꽂고 놀았다. 나이테가 마르면서 생긴 균열이 자연스럽게 점수 구역으로 나뉘었다.

전략이 필요한 표적 스포츠 '다트(dart)'는 그렇게 탄생했다.

4000명에 이르는 다국적 플레이어가 244cm 거리 스로 라인에 섰다. 맥주와 클럽 음악, 짜릿한 손맛을 즐기며 작은 화살(dart)을 쉼 없이 날렸다.

▲ 2019 피닉스 섬머 페스티벌 세계다트선수권대회가 7일 성료했다. ⓒ 고양, 스포티비뉴스
'2019 피닉스 섬머 페스티벌' 세계다트선수권대회가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지난 5일 개막한 대회가 사흘간 열전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총상금 1억3600만 원이 걸린 리그 월드 챔피언십이 진행된 마지막 날. 플레이어와 동호인, 가족이 바글바글 몰렸다. 자가사리 끓듯 했다.

레저와 스포츠로서 다트 잠재성을 실감하게 했다.

인기 래퍼 빈지노가 축제 첫발을 뗐다. 히트곡 '아쿠아맨(Aqua Man)' '달리, 반, 피카소(Dali, Van, Picasso)' 등을 열창했다. 피부색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젊은 층 환성이 커졌다.

음악은 만국공통어. 트렌디한 빈지노 랩에 금발 벽안도, 일장 마크를 가슴에 단 일본 선수도 어깨를 들썩였다. 흥겨워했다.

방송인 조세호 남창희가 일일 사회자로 나섰다. 페스티벌 10주년 기념 영상으로 분위기를 돋운 뒤 준비한 네댓 개 이벤트를 소개했다.

이어 15개국 해외 선수단 퍼레이드가 이뤄졌고 대회 시작을 알리는 5초 카운트다운이 진행됐다. 일산 킨텍스에 모인 '다트인'이 환호했다.

축제 문이 활짝 열렸다.

'다트 대통령'으로 불리는 남자를 만났다. 다트 불모지 한국에서 10년간 씨 뿌리고 모내기하며 시장을 키운 선수.

멋진 턱수염으로 고수 오라(aura)를 풍긴 고준 씨가 카메라 앞에 섰다.

고 씨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다트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목표이면서 생활이 될 수 있는, 일상과 밀접한 스포츠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트 고수가 되는 길은 명료하다. 모든 스포츠가 다 그렇지만 다트도 '노력'해야 잘할 수 있다. 항상 연습해야만 고득점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10년 넘게 소(小)화살을 날렸다. 한국에서 홀로 뚜벅뚜벅 길을 걸었다. 개척자였다.

최근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양과 질에서 한국 다트가 보인 성장세는 눈부시다. 그러나 욕심은 끝이 없다.

이것만은 고쳤으면 하는 부문이 있는지 물었다. 고 씨는 '편견'을 깨주길 바랐다.

"많은 이가 다트를 우연성이 강한 종목으로 여긴다. 그래서 스포츠가 아니지 않느냐, 편견을 지닌 분이 매우 많다. (고득점을 이뤄도) 우연 일치이지 않냐고 폄훼하는 분이 많으시다.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건 노력 산물이다."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거라 자신했다. 그간 한국 다트가 보인 변화 폭과 속도를 보면 탈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내가 처음 다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엔 (다트)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을 보라. 정말 많은 사람이 다트를 즐기고 있지 않나. 남녀노소가 모여 다트를 얘기하고 던지고 감정을 느낀다. (다트인으로서) 정말 행복하다. (10년째를 맞은 대회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래서 믿는다. 노력하면 다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믿는다."

"다트와 관련된 직업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 지금은 가능성이 희박해도 (그럴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하겠다. 그리고 해외에도 한국 다트 시장을 널리 알리고 싶다. 오늘(7일) 대회 현장은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며 웃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김동현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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