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임창만, 김예리 영상 기자]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은 말했다. 

"살아남는 자는 가장 강한 자도, 가장 지혜로운 자도 아닌 변화하는 사람이다."

생존에 성공한 종(種)을 십수 년 살피니 공통점이 보였다. 다윈은 대표작 '종의 기원'에 이렇게 적었다. '자연은 결국 변화하는 자를 택한다.'

한국 남자 골프가 변화기를 맞았다. 생기가 돈다. 거센 여풍(女風)에 맞서 상금 규모를 키우고 대회 수, 방송 중계를 늘렸다. 얼마간 침체기였던 과거를 향해 멋진 어퍼컷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 THE CJ CUP이 있다. 변화 바람 중심이다. 진원지다.

◆ 골프, 그 이상의 골프

출발선에 섰다.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 THE CJ CUP 개막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0월 17일 천혜의 섬 제주도에 있는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대망의 세 번째 THE CJ CUP이 열린다.

TV에서만 보던 PGA 스타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골프 대회. THE CJ CUP은 주최 3년 만에 탄탄한 권위를 쌓았다.

출전 명부만 봐도 성장세가 엿보인다. 초대 대회에 나선 골퍼 가운데 페덱스컵 랭킹 5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이는 26명. 이듬해 제2회 대회 때는 이 숫자가 29명으로 늘어났다.

여러 골프 전문 매체는 100억 원이 넘는 THE CJ CUP 총상금 규모를 고려할 때 올해 상위권 골퍼 출전이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양만 늘어난 게 아니다. 질적 면에서도 깊이를 더하고 있다.

'장타왕' 저스틴 토마스와 '메이저 사냥꾼' 브룩스 켑카, '캡틴 아메리카' 패트릭 리드(이상 미국) '빅 이지'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골프를 주름잡는 스타 골퍼가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이미' 골프채를 쥐었다.

한국 골퍼 면면도 화려하다. 김시우와 강성훈, 임성재, 안병훈, 김민휘(이상 CJ 대한통운) 등 PGA 무대를 누비는 국내 정상급 골퍼가 THE CJ CUP에서 72개 홀을 경험했다.

많은 한국 선수 인터뷰를 살피면 THE CJ CUP이 어떤 위상을 지닌 대회인지 엿볼 수 있다. 최경주는 "국내 무대와 PGA 투어를 잇는 다리 노릇을 할 것"이라고 했고 임성재도 "고향에서 세계적인 골퍼와 라운드했다. 이처럼 좋은 기회는 흔치 않다"며 THE CJ CUP이 '꿈의 무대'로 자리잡았음을 일러 줬다.

▲ 국내 유일 PGA 투어 THE CJ CUP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 한희재 기자
◆ 장면을 쌓다, 기억에 남다

역사는 흐르는 게 아니라 쌓인다. THE CJ CUP은 이제 단 두 번 대회를 치렀지만 골프 팬들 기억에 강렬한 명장면을 수차 남겼다.

2017년 제1회 대회 때 토머스가 '400야드 티샷'을 선보여 갤러리 탄성을 끌어 냈다. 키 177cm 몸무게 66kg로 골퍼로서 평범한 체격을 지닌 그가 '빵'하는 소리와 함께 공 궤적을 무지개 모양으로 그릴 때마다 남성 팬들은 경탄을 금치 못했다.

토머스는 초대 대회 최고 신 스틸러였다. 티박스뿐 아니라 그린에서도 관객 시선을 훔쳤다. 웨지로 1.5m 짧은 파 퍼트에 성공해 갤러리를 놀라게 했다.

드라이버로 세컨드샷을 날린 제이슨 데이(호주) '투 온 공략'도 빠트릴 수 없다.

이른바 '한라산 브레이크'로 불리는 착시 현상도 주목 받았다. 한라산 브레이크란 내리막 경사가 오르막 경사로, 오르막 경사가 내리막 경사로 보이는 착시 현상을 가리킨다.

이 탓에 마크 레시먼 등 많은 쇼트게임 강자가 그린 위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THE CJ CUP을 보도하는 외신 기사를 보면 공통된 문장이 하나 있다. 바로 '브레이브 더 웨더(brave the weather).'

날씨를 무릎쓰고 나아가라는 관용어다. 영어권에서 더 웨더(the weather)는 거친 날씨, 비바람, 역경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인다.

순간 풍속 30km을 웃도는 매서운 제주 바람이 여러 골퍼에게 곤란을 안겼다. 그래서 많은 기자가 이 표현을 제목에 달았다.

초대 챔피언 토마스도 거들었다. "클럽 나인브릿지 풍경은 정말 아름다운데 코스는 그렇지 않다. 태풍 같은 바람이 불어 난이도가 너무 높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PGA 선수들 따듯한 팬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대회 흥행성을 키우는데 크게 한몫했다.

한 해 수입 20억 원을 가볍게 넘기는 스타 골퍼가 연습 라운드가 끝나면 어김없이 자신을 에워싸는 남녀노소에게 싫증 한 번 안 내고 일일이 사인을 건넸다. 나이 지긋한 노신사 팬부터 '한국의 켑카' '포스트 김시우'를 꿈꾸는 많은 골프 꿈나무까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THE CJ CUP이었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쟁쟁한 출전 명단과 수준 높은 경기력, 따스한 팬서비스와 아름다운 골프장이 어우러진 THE CJ CUP은 장면을 겹겹이 얹고 있다. 기억을 남기고 역사를 쌓는다.

▲ THE CJ CUP 초대 챔피언 저스틴 토마스는 숱한 명장면을 남겼다. ⓒ 한희재 기자

◆ 드라이버처럼 단단하고, 아이언만큼 정교할 '78가지 이야기'

THE CJ CUP은 CJ그룹이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을 달성하겠다는 '월드베스트 CJ'를 이루기 위한 발판이다. 세계 1등 대회를 꿈꾸는 만큼 자격을 갖춘 골퍼에게만 대회 문턱을 허락한다.

올해 역시 78명에게만 문호를 개방했다 .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60명과 KPGA 선수권대회·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3명에게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아마추어 골퍼 출전 자격은 조금 바뀌었다.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6개 아마추어 대회에서 대회마다 순위별로 포인트를 매기고, 이 6개 대회 포인트 합계가 가장 높은 골퍼 1명에게 THE CJ CUP 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 13년의 공백

올해 THE CJ CUP 첫 번째 출전자가 확정됐다.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KPGA 선수권대회에서 '잊혀진 장타 유망주' 이원준(호주)이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첫 승을 거두며 제주행 티켓을 끊었다.

약 11년 만에 커리어 두 번째 PGA 무대를 밟는 이원준은 THE CJ CUP 출전 소감을 묻자 함박 미소를 지었다. "국내 골퍼라면 누구나 출전하고 싶은 대회"라며 설렘을 드러 냈다.

데뷔 10년이 넘은 베테랑도 출전을 손꼽을 만큼 권위 있는 대회로 성장했다. THE CJ CUP은 3년이 30년, 300년이 되는 날까지 부지런히 골프 팬을 찾아간다.

아시아 골프 강국 한국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골프 대회. 그렇게 불려질 날이 머잖아 보인다. 2019년에도 여전히, 늦가을 제주를 수놓을 최고수들의 샷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임창만, 김예리 영상 기자 / 김종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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