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리치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8시즌 K리그1 득점 2위를 차지했던 보스니아 공격수 우로스 제리치(27)가 여름 이적 시장에 경남FC로 이적했다. 의아한 대목은 경남의 영입 경쟁 대상팀이 디펜딩 챔피언이자 19라운드 현재 2위에 올라 있는 전북 현대였다는 점이다.

경남은 지난 시즌 준우승 팀이지만 올 시즌 리그 10위로 추락해 강등권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제리치가 소속된 강원FC가 오히려 20경기 9승 4무 7패로 선전해 4위에 올라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도전에 나서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강원이 2018시즌에 24골을 몰아쳤던 제리치를 시장에 내놓은 이유는 김병수 감독의 전술 성향 때문이다. 힘과 높이, 결정력이 강점인 제리치는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와 활발한 전술적 움직임을 요구하는 김병수 감독의 지향점과 잘 맞지 않았다.

강원은 연초 제리치를 이적 시장에 내놓았다. K리그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제리치의 이적료는 8억원으로 설정됐다. 강원의 플랜A가 되지 못했지만 2018시즌 활약이 워낙 강렬했다는 점에서, 여름 이적 시장에 즉시 전력을 원하는 팀들이 생겼다는 점에서 이적료는 10억원대로 올랐다.

강원의 제리치 판매 의사에 먼저 적극성을 보인 팀은 경남이다. 김종부 경남 감독이 2019년 초 말컹의 중국슈퍼리그 이적 공백을 대신할 공격수로 탐냈다. 올 시즌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강원은 전액 현금 보다 선수에 현금을 더한 조건을 원했다. 경남에서 강원이 원한 선수는 이재권의 부상 이탈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미드필더 이영재였다.

▲ 이영재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영재 본인도 강원으로 이적을 원하고 있어 협상은 순조롭게 진척됐다. 이영재의 이적료 가치가 5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이적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경남과 강원이 공감한 조건은 이영재에 이적료 5억원 현금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던 차에 김신욱의 상하이 선화 이적이 가시화되면서 전북이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조제 모라이스 감독은 유럽 리그에서 뛰는 공격수를 원했으나 구단 운영진은 시즌 도중 영입이라는 점에서 K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를 우선했다. 제리치가 몇 안되는 옵션이었다.

선수 보강을 원한 강원은 전북 측에 레프트백 이주용에 현금 8억원을 요구했다. 강원은 주전 레프트백 정승용이 군 입대 예정이고, 윤석영도 임대 선수라는 점에서 이주용을 강하게 원했다. 올해 말 FA가 되는 이주용의 시장가가 최대 2억원으로 평가되어 제리치의 몸값으로 설정된 10억원대 조건이었다.

전북은 이주용을 트레이드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모라이스 감독이 이주용 잔류를 원했다. 현금 이적료 9억원을 강원에 제시했으나 강원이 거절했다. 그 뒤 전북 측의 추가 제안이 없었다. 관계자들은 제리치의 개인 조건은 전북이 더 좋았으나 구단 간 협의에서 경남과 강원의 합이 맞았다고 전했다. 경남과 강원은 팀과 선수 모두 만족하는 거래를 했다. 

전북은 김신욱을 이적시켜 거둔 70억 원의 수익으로 자금력이 풍부하다. 이적 시장 관계자는 "전북이 제리치 영입에 '오버페이'를 할 정도로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경쟁에서 밀렸다기 보다 발을 뺀 상황이라고 했다. 제리치가 좋은 옵션이지만 전북에 절실한 옵션은 아니었다는 반응이다. 

전북은 전반기에 9골 3도움을 몰아치고 떠난 김신욱의 공백을 메울 선수 영입이 필수적이다. 제리치 영입에 실패했지만 전북은 유럽 무대에서 공격수를 영입하는 데 이적 자금을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FA컵 탈락과 AFC 챔피언스리그 탈락으로 이적 시장에서 모라이스 감독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모라이스 감독이 요청한 외국인 공격수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가운데 전북은 20~30억 원 가량의 이적료를 투자해 중량감있는 외국인 공격수를 영입할 의지가 있다는 후문이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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