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춘천, 박대현 기자 / 김성철 PD] 뜨거운 발끝을 뽐냈다.

오혜리(31, 춘천시청)가 고향에서 '금빛 발차기'를 선보였다. 한 수 위 타격 솜씨로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포인트 20점을 챙겼다.

오혜리는 10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제12회 춘천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대회 여자 67kg급 결승에서 한현정(22, 용인대)을 13-3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초반부터 적극적인 발놀림을 보였다. 움직임이 활발했다. "거리가 멀다"는 코치 말에 한두 걸음 전진한 뒤 한현정을 몰아붙였다.

강력한 옆차기로 선취 2점을 뽑은 오혜리는 뒷손 공격으로 2점을 추가했다.

한현정이 점수 만회를 위해 거리를 바짝 좁혔다. 그러자 플랜을 바꿨다. 상대가 쫓아오게끔 유도했다.

2라운드 1분쯤 2점을 내줬다. 그러나 라운드 종료 32초 전 근접 거리에서 한현정 허리를 두들겨 2점을 더했다.

3라운드서도 우위를 보였다. 첫 30초간 연속 4점을 챙겨 승세를 굳혔다. 손과 발, 거리 싸움과 적극성 등 모든 면에서 한 수 위 기량을 뽐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운 경기력이었다.

▲ 오혜리는 2016년에 이어 2020년에도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오혜리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호주오픈과 프레지던트컵, 이번에 코리아오픈까지 최근 2주간 연이어 대회를 치렀다. 그래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꽤 있었다. 하지만 오픈 대회에서 딸 수 있는 (올림픽) 포인트를 모두 획득해 기쁘다. 또 고향인 춘천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종 목표는 명확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연패(連霸)를 노린다. 

오혜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출전권 확보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앞서가지 않고 차근차근 실타래를 풀겠다는 속뜻을 보였다.

"세계 랭킹 6위 안에 들면 올림픽 자동출전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국가 대표 선발전이 어떻게 진행될지 현재 확정되지 않았다. 일단 올해 12월까지 랭킹 관리를 잘하겠다. (세계 랭킹 2위인데) 6위 안에 계속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달 29일(한국 시간) 호주오픈에서 여자 73kg급 정상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선 67kg급으로 경기를 치렀다.

열흘 남짓 기간에 5kg 넘는 감량을 시도했다. 부담스럽진 않았는지 물었다.

오혜리는 "원래 (67kg급과 73kg급을) 왔다 갔다 한다. 이번에도 67kg급에 맞게 감량을 조금 하긴 했는데 몸관리 유의하면서 (대회를) 잘 준비했다. 큰 문제는 없었다"며 의연하게 답했다.

한현정과 경기 중 코치가 계속 '거리' 얘기를 했다. "거리가 멀다" "지금이 딱 좋은 거리인데" "기다려" 등 6분 내내 상대와 간격 조정을 꼼꼼히 지시했다.

오혜리가 선호하는 공격 거리가 따로 있는지 궁금했다. 아니면 결승전에 대비한 특별 플랜이 별도로 있던 건지 알고 싶었다.

"만나는 상대마다 (다들 공격) 거리를 달리 잡는다. 태권도는 거리가 맞아야 공격이 이뤄지고 점수를 얻는 종목이다. (그래서 항상) 경기 초반 거리를 조절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부문을 코치님이 일러주신 거다. 나도 (경기 중) 코치님 말씀 듣고 내 거리를 맞춰갔다"고 설명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스스로를 정확히 알아야 정상에 선다. 대전제다. 

오혜리에게 태권도 선수로서 자기 장단점을 하나씩만 꼽아달라 부탁했다.

오혜리는 "공격적으로 많이 차는 플레이스타일이 장점이다. 앞발을 조금 잘 쓰는 것 같다. 단점은 (수비할 때) 커버가 조금 약하다는 점"이라고 귀띔했다.

어느덧 31살. 노장 축에 속하는 나이가 됐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모두 거머쥔 그에게도 롤모델이 있을까.

오혜리는 "나도 이제 맏언니 소리 듣는 나이가 됐다. 요즘 들어 서른여섯 살까지 선수 생활하고 은퇴한 이인종(37, 전 서울시청) 선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니는 경찰 시험에 합격하고 매트를 떠났다. (떠나고 나니까) '언니가 정말 대단했구나' 생각하게 된다"며 덤덤히 인터뷰를 마쳤다.

앞으로 5년은 더 뛸 수 있다는, 그리고 꼭 뛰어내겠다는 포부로 들렸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 김성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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