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철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도곤 기자] 팬 투표 누구에게 하셨어요? 저요.

사람 마음을 보통 '갈대'로 표현한다. 알기도 힘들고 이러지리 흔들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홍철(수원)의 마음도 조금은 갈대 같지 않았을까 싶다.

수원은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0라운드 인천과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빗 속에서 혈투가 치렀고 한 점차 승리로 상위스플릿 마지노선인 6위로 뛰어올랐다.

홍철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체력 소모가 워낙 큰 탓에 본인이 이임생 감독에게 요청했다. 이임생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체력 안배를 위해 뺐다고 밝혔다. 대신 구대영이 홍철 자리에 투입됐다. 구대영은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전반 막판 부상을 당했고, 홍철이 교체 투입됐다. 홍철은 노련한 경기 운영과 수비,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승리에 일조했다.

경기 후 만난 홍철은 "힘들긴 한데 제가 쉬고 있을 때 (구)대영이가 너무 잘하면 감독님 머리 속에 혼란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힘들어도 뛰고 싶다. 대영이가 워낙 잘해서 좋은 자극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홍철이 이번 시즌 뛴 경기는 20경기다. 대표팀 경기를 포함하면 더 많다. 홍철은 "지난해 12월 아시안컵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렸다. 쉰 기억이 없다. 이렇게 반 경기라도 쉰다는 건 다시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다. 앞으로 쉬지 못하더라도 승리에 보탬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목표가 '쉼 없이 달리는 것'이다"고 했다.

K리그는 앞으로도 빡빡한 일정이 이어진다. 날씨도 더워지고 있다. 하지만 빅 이벤트가 있다.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유벤투스(이탈리아)와 친선전이다. 친선전은 26일에 열린다. 수원은 21일 성남과 홈 경기, 30일 대구 원정 경기가 있다. 이 사이에 팀 K리그에 선발될 경우 친선전을 뛴다.

팀 K리그 베스트11은 팬 투표로 선발된다. 홍철은 왼쪽 측면 수비수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중 치러지는 친선전, 그리고 여름에 치러지는 친선전이다. 쉼 없이 달려온 홍철은 "솔직한 심정으로는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뽑히면 당연히 영광이고 열심히 뛰겠지만 그 후 바로 경기가 있다. 친선전을 뛰고 싶지 않다고 하면 욕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늘(10일) 경기도 제가 힘들어서 감독님에게 쉬겠다고 했다. 이번 시즌 처음해 본 말이다"며 팀을 위해 체력을 아끼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만약 베스트 11에 선정된다면, 혹은 베스트 11에 선정되지 않아도 발탁될 수 있다. 팀 K리그는 팬 투표로 선정된 11명, 그리고 연맹경기위원회가 선정한 9명으로 구성된다.

▲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호날두
수비수인 홍철이 뽑히면 상대할 가능성이 큰 선수는 공격수 호날두다. 세계 최고의 스타와 맞붙을 수 있다. 홍철은 "막게 되면 열심히 막겠으나 혹시 호날두가 부상을 당하면 큰 일이다. '내 연봉에서 까세요'라고 할 수도 없다. (연봉)차이가 너무 크니까. 저도 앞으로 경기가 많고 유벤투스 선수들은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서로 안 다치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현재 팬 투표에서 홍철의 순위는 2위다. 1위는 박주호(울산)다. 혹시 순위를 알고 있는지 묻자 "나은이 아빠에게 밀려서 2위다"며 웃어보였다. 2위지만 박주호 선수와 표 차이가 크지 않다라고 하자 마우스를 딸깍딸깍 누르는 동작을 하며 "그렇다면 수원 팬 여러분들 빨리 눌러주세요"라는 재치있 답변을 남겼다.

유벤투스전에 뛰고 싶다는 선수는 상당히 많다. 세징야(대구)는 "호날두와 유니폼을 교환하겠다"라는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을 뽑는 팬 투표에 선수들이 투표를 했을까? 홍철에게 물어보자 "하긴 했는데…"라며 쑥쓰러운 듯 웃어보였다. '누구에게 하셨어요?'라고 묻자 조금 전까지 쑥쓰럽게 웃던 홍철은 망설임없이 단호하게 "저요"라고 답했다. 분명 홍철은 조금 전까지 "뛰는 것보다 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홍철의 생각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는 팀을 위해 친선전은 뛰기보다 쉬는 쪽을 원한다. 하지만 유벤투스가 온다. 언제 또 이런 친선전이 열릴지 알 수 없다. 밤에 야식을 먹으면 살이 찌는 걸 알면서도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벤투스전 질문은 재미있게 답변했지만 홍철은 마냥 재미있고 장난스러운 선수는 아니다. 팀의 선참급으로 진중하고 리더십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날 경기 막판 노동건이 달려오는 명준재와 충돌했다. 노동건은 벌떡 일어나 명준재에게 달려갔다. 이때 홍철이 두 선수 사이에 들어가 중재했고, 노동건을 말리면서 목을 밀었다. 굉장한 카리스마였다. 노동건도 홍철의 중재에 화를 누그러뜨렸다.      

홍철은 같은 팀인데 너무 강하게 민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노)동건이가 덩치가 크다. 살살 밀면 내가 뒤로 넘어진다. 세게 밀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홍철은 "내가 싸우는 걸 싫어한다. 명준재 선수도 분명 고의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기고 있는데 퇴장이 나오면(당시 수원은 구자룡의 퇴장으로 10명이 싸우고 있었다) 힘들어진다. 또 선배로서 말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팬분들이 많이 오셨다. 팬분들이 보고 계신데 그렇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며 선참다운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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