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박대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연장 첫 번째 홀.

서진원(18, 여수해양과학고)은 차분히 버디 퍼트를 준비했다. 거리가 제법 됐다. 약 6m.

함께 연장에 나선 오승현 이승찬보다 멀었다.

짜릿했다. 살짝 짧을 듯했던 공이 홀 안에 쏙 모습을 감췄다.

골프는 멘탈 게임이다. 그린 위에선 더 그렇다. 스스로에게 안도감을, 나머지 둘에겐 압박감을 준 이 퍼트는 결국 우승 퍼트가 됐다.

오승현과 이승찬이 연이어 짧은 퍼트에 실패했다. 고개를 떨궜다.

누군가 나지막이 "(정규 라운드는 치열했는데) 싱겁게 끝났네"를 읊조렸다.

서진원은 10일 인천 서구 드림파크컨트리클럽 드림 코스(파72)에서 열린 제2회 드림파크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 서진원이 제2회 드림파크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THE CJ CUP에 출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 SPOTV 화면 캡처
국내 유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규 대회 THE CJ CUP 출전 포인트가 걸린 경기. 서진원은 정상에 선 기쁨에 꿈의 무대 가능성까지 키웠다. 겹경사였다.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무심(無心)'을 강조했다.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찬스가 왔다고 의젓이 말했다.

"2라운드까지 선두와 4타 차였다. 끌려가는 흐름이었다. 그래서 큰 욕심 안 부리고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앞선 2개 라운드처럼 '안전하게 치자' '(후반에) 쭉쭉 올라가자'란 생각으로 쳤다. 그러면 언젠간 기회가 오겠지 믿었다. 결국 (후반 좋은 스코어를 내) 연장까지 가게 됐고 그 기회를 잘 잡았다. 마음을 비운 게 주효한 것 같다."

선수가 가리키는 승부처는 어디일지 궁금했다. 연장 첫 홀이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3라운드 14번홀을 얘기했다.

"14번홀이라고 생각한다. 3라운드 초반 '5등 안에만 들자'는 마음으로 공을 쳤다. 확실히 욕심을 버리니까 찬스가 오더라. 그런데 14번홀부터 갑자기 긴장이 됐다. 그때부터 선두권이 눈에 보여서 마인드 콘트롤이 쉽지 않았다. 일부러 더 집중해 라이를 봤다. 퍼트 자체에 몰입하려고 노력했다."

올해 THE CJ CUP 출전 자격이 조금 바뀌었다. 아마추어 골퍼쪽을 살짝 손봤다. 우승보다 꾸준히 순위권에 들었는지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6개 아마추어 대회에서 대회마다 순위별로 포인트를 매기고, 이 6개 대회 포인트 합계가 가장 높은 골퍼 1명에게 THE CJ CUP 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드림파크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는 이 6개 이벤트 안에 포함돼 있다. 

서진원도 기뻐했다. 지난해 THE CJ CUP을 보러 직접 제주도를 찾았을 만큼 열정이 컸다.

"우승도 기쁜데 THE CJ CUP 출전 포인트까지 얻어서 정말 기쁘다. 지난해 대회를 직접 보러 제주로 갔다. (같이 플레이하는 게 아닌) 갤러리 입장에서 PGA 투어 스타를 보는데도 그저 설레더라. TV로만 봤던 선수를 눈으로 보니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출전 포인트 획득이 더 기쁘다. 올해 꼭 '꿈의 선수들'과 같이 공을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THE CJ CUP을 찬스라고 정의했다. 더 높은 곳에 발 디딜 수 있는 주춧돌로 여겼다.

서진원은 "만약 THE CJ CUP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PGA 무대를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래서 내게 THE CJ CUP은 찬스다. 앞으로도 기량 향상에 힘써 좋은 성적을 내겠다. (오는 10월 17일에) 반드시 제주도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기쁨과 포부가 배합이 잘 된 우승 인터뷰였다.

스포티비늏스=박대현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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