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이범호(왼쪽)가 13일 친정팀 한화와 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다. 한화 김태균이 이범호에게 기념 액자를 전달하며 작별 인사를 했다. ⓒ 광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신원철 기자] '꽃범호' 이범호(KIA, 38)는 2000년 한화 소속으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0년 4월 5일 현대전부터 2009년 9월 25일 삼성전까지 꼬박 10년을 한화 선수로 뛰었다. 13일 은퇴식에 앞서 이범호는 "KIA에 죄송한 마음이 있다. 한화와 주말 시리즈에서 은퇴 경기를 하려다 보니 시기가 당겨졌다"고 했다. 

경기 후 고별사를 전하는 10분 동안 한화에 대한 언급을 빠트리지 않았다. KIA에서 이룬 우승을 한화에서는 해내지 못했다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친정팀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드러났다.  

한화 구단도 이범호과 KIA에 예우를 다했다. 은퇴식 파트너로 결정된 만큼 선수들도 남다른 기분으로 광주 원정길에 올랐다. 김태균은 이범호를 꼭 끌어안고 마음을 나눴다. 이범호는 "김태균을 만나면 안아주고 싶다"며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송광민, 장종훈 고동진 코치 등 한화 시절 동고동락했던 이들과도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 

▲ KIA 안치홍과 김주찬, 한화 안영명 송광민 김태균 이성열(왼쪽부터). ⓒ 광주, 곽혜미 기자
한용덕 감독은 "워낙 한화에서 오래 뛴 선수 아닌가. 일부러 한화전에 은퇴식을 맞췄다고 들었다"면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또 정영기 전 감독을 취재진에게 소개하며 "이범호를 구단에 추천하신 분이다. 야구의 기본은 스카우트라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를 뽑으셨다"고 말했다. 

정영기 전 퓨처스팀 감독은 이범호와 김태균을 스카우트한 주인공이다. 이범호 스스로도 정말 1라운드에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한화에서는 이범호의 1라운드 지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영기 전 감독, 당시 스카우트가 고집을 부려 이범호를 선발했다. 그리고 이범호는 10년 동안 한화 핫코너를 책임졌다. 

선발 워윅 서폴드도 이 경기가 이범호의 은퇴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장 이성열로부터 이범호가 한화 선수였고, 이 경기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나름의 세리머니를 준비했다. 첫 타석에서 만나면 모자를 벗어 인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에 집중한 나머지 인사할 때를 놓쳤다. 

▲ 광주기아챔피언스에 찾아온 한화 응원단 ⓒ광주, 곽혜미 기자

한화 응원단은 이범호를 위해 광주 원정길에 동행했다. 지방 구단 원정경기에 응원단이 방문하는 것이 올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례적인 일이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이범호의 은퇴를 기념하기 위해 구단에서 응원단에 요청했다. 응원단은 지방 원정을 거의 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3루쪽 관중석에는 빨간 유니폼이 아닌 주황색 유니폼을 입은 한화 팬들이 채웠다. 

한화 팬들도 경기가 끝난 뒤 은퇴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범호는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기록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존중받으며 은퇴했다. 그의 지난 20년이 어땠는지를 알 수 있는 1시간이었다. 굿바이, 이범호. 

스포티비뉴스=광주,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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