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이범호가 은퇴식 퍼포먼스에서 만루 홈런을 터트리는 순간. ⓒ 광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신원철 기자] 이범호(KIA, 38)는 13일 은퇴식에서 색다른 퍼포먼스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경기를 마친 뒤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베이스에 주자가 꽉 찼다. 김선빈이 배팅볼을 던져줬다. 5번의 기회 안에 만루 홈런에 도전하는 퍼포먼스였다. 그는 세 번째 스윙으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스스로도 예상 못 한, 기대만 품었던 홈런이다. 그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열흘 동안 타격 훈련에서 하나도 못 넘겼다. 5번째도 못 치면 뛰어서라도 들어와야겠다. 그라운드 홈런이라도 쳐야지"라며 "그래도 하던 게 있으니 하나 되지 않겠나. 내 사주가 중요할 때 하나 치는 거라더라"고 말했다.  

경기에서는 5회 진짜 만루 기회가 있었다. KIA가 3-7로 한화를 추격한 상황이었다. 안치홍이 유격수 땅볼을 친 뒤 프레스턴 터커가 2루에서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비디오판독을 거쳐 만루가 됐고, 이범호가 열광적인 응원 속에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나 여기서 18번째 만루홈런은 나오지 않았다. 이범호는 좌익수 뜬공을 쳤다. 

만루홈런은 '꽃범호'라는 별명과 함께 이범호를 상징하는 단어다. KBO리그 역대 최다인 17개의 만루홈런을 날렸다. 2위 기록은 은퇴한 심정수의 12개. 현역 선수 중에서는 SK 최정과 삼성 강민호가 2위 그룹을 이뤘다. 두 선수는 12일까지 11개를 기록 중인데, 당분간 이범호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KIA 이범호 ⓒ 곽혜미 기자
첫 만루홈런은 2004년 8월 14일 SK전에서 기록했다. 마지막 만루홈런은 지난해 9월 28일 잠실 LG전이었다. 2-2로 맞선 8회 1사 만루에서 정찬헌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훌쩍 넘는 '문샷'을 날렸다. 올해는 만루 타석이 한 번 밖에 오지 않았다. 은퇴를 결정하고 1군에 돌아온 지난 4일 NC전에서 만루에 대타로 나와 희생플라이를 쳤다.

다른 기록은 제쳐놓고 만루홈런 하나만 보면 이범호가 미일 전설을 앞선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25개로 통산 1위 기록을 보유했다. 2013년 9월 21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경기에서 조지 칸토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통산 1위에 오르는 24호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2015년 8월 19일 미네소타전에서 JR 그래함으로부터 25번째 그랜드슬램을 날렸다. 로드리게스의 통산 홈런은 696개다.

로드리게스 이전 1위 기록을 가졌던 게릭(23개), 통산 555홈런의 매니 라미레즈(21개)도 20개 이상의 그랜드슬램을 날린 '만루의 사나이'다. 베이브 루스는 16개로 이범호보다 하나가 적다. '타격의 예술가' 테드 윌리엄스가 17개를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투고타저 시대에도 나 홀로 홈런을 터트리던 거포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가 통산 만루홈런 1위 기록을 가졌다. 이범호보다 하나 많은 18개다. 지난해까지는 이범호가 앞섰지만 올해 나카무라가 2개를 더해 역전했다.

나카무라는 2005년 2개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만루홈런 기록을 쌓다가 퍼시픽리그 홈런 1위(37홈런)에 오른 2015년 무려 4개를 몰아쳤다. 나카무라의 통산 홈런은 12일까지 399개다. NPB 통산 홈런 1위(868개) 오 사다하루(왕정치)는 15개의 만루홈런을 때렸다. 

스포티비뉴스=광주,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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