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타선은 "나보다 팀 먼저"를 생각하며 경기에 나서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걱정을 털어놨다. 타자들이 지난해 기록을 잊고 다시 타석에 들어섰으면 했지만, 사람 심리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두산은 지난해 순수 국내 타자만으로 KBO리그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역대 최다 한 시즌 75타점 이상 타자 8명을 배출했다. 김재환 133타점, 최주환 108타점, 박건우 84타점, 오재원 81타점, 오재일 80타점, 허경민 79타점, 양의지(현 NC) 77타점, 김재호 75타점을 기록했다.

역대 한 시즌 최다 3할 타자 배출 타이 기록도 세웠다. 2017년 KIA 타이거즈가 기록한 7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내 타자로만 따지면 두산이 최다 기록이다. 2017년 KIA는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를 포함하고 있었다. 두산은 양의지(0.358), 김재환(0.334), 최주환(0.333), 허경민(0.324), 박건우(0.326), 오재원(0.313), 김재호(0.311)가 규정 타석 3할을 기록했다.

구단 한 시즌 최다 홈런 191개 신기록을 세우면서 구단 역대 가장 많은 10홈런 이상 타자가 나왔다. 김재환(44홈런), 오재일(27홈런), 최주환(26홈런), 양의지(23홈런), 김재호(16홈런), 오재원(15홈런), 박건우(12홈런), 허경민(10홈런)까지 8명이었다. 리그 기록은 2009년 SK 와이번스가 기록한 10명이다.

이외에도 KBO 역대 한 시즌 최고 타율 0.309, 최다 안타 1,601개, 최다 944득점, 최다 898타점 기록을 세웠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지난해 기록을 잊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어제, 그리고 바로 전 타석의 기억도 잊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 타석에 집중하지 않고 예전 것만 생각하면 타석에서 반은이 늦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애써 예전 것을 찾으려고 하면 오히려 슬럼프는 길어지게 마련이다.

▲ 환호하는 두산 베어스 선수들 ⓒ 곽혜미 기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3할을 쳤던 타자들 대부분의 타율이 2할 후반대다. 김재환은 최근 고전하는 바람에 타율이 0.284(345타수 98안타)까지 떨어졌고, 오재일도 시동이 늦게 걸린 탓에 타율 0.272(276타수 75안타)에 머물러 있다. 김재호는 0.288(250타수 72안타), 오재원은 0.159(132타수 21안타), 허경민은 타율 0.274(314타수 86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팀 홈런도 크게 줄었다. 56개로 리그 8위다. 공동 선두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가 기록한 83개에 크게 못 미친다.

주축 타자들 대부분이 지난해와 비교해 기록이 나지 않다보니 팀 분위기도 자연히 가라앉았다. 한 선수는 "1군에서 뛰면서 이렇게 선수들이 개인 기록이 안 좋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안 되다 보니까 팀을 신경 쓰기 힘들어졌던 것 같다. 또 우리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승을 하다 한 경기만 져도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털어놨다. 

선수들 스스로 "현실을 직시하고 팀을 먼저 생각하자"고 입을 모았다. 덕분에 최근 더그아웃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또 다른 선수는 "이제는 조금식 팀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팀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3할 타자가 한두 명이더라도 팀이 많이 이길 수 있게 적시타를 때리거나 한 베이스 더 갈 수 있는 타격을 하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팀을 위해서 하자고 하지만, 그래도 개인 기록이 좋아야 자신감이 생긴다. 기록이 안 나오면 자신감을 갖기가 쉽지 않다. 안 맞으면 또 본인이 가장 속상하다"고 이해하면서도 지금처럼 팀을 먼저 생각하고 움직여주길 기대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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