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2019년 상반기 개봉한 흥행작들. '극한직업',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출처|포스터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2019년 극장가에 상반기에만 3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사실 4편이나 다름없다. '극한직업'과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이 차례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기생충'은 991만 관객을 기록했다. 유례없는 1000만 영화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1000만 영화는 하늘이 내려준다는 속설이 실감난다.

스타트는 한국 코미디 '극한직업'이 끊었다. 설을 맞아 개봉한 유쾌한 코미디가 끌어모은 총관객은 무려 1626만 명. '명량'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이 잠복 수사를 위해 창업한 닭집이 대박이 나며 벌어지는 웃지못할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 '극한직업'은 개봉과 함께 바람을 일으키며 웃을 일 없던 관객들을 제대로 흡수했다. 눈물 한 방울 섞지 않은 순도 높은 코미디의 힘,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에 신하균 오정세로 이어지는 앙상블의 저력을 제대로 실감한 순간이었다.

'극한직업'이 누구도 예측 못한 1000만이었다면, '어벤져스:엔드게임'은 누구나 점친 1000만이었다. 전작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부터 기대감을 폭발시킨 '어벤져스'의 마지막 이야기는 예상한 대로 강렬하고도 비장했다. 또한 예상한 대로 개봉과 동시에 극장가를 점령했다. 총관객은 1392만6507명.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이자, '아바타'(2009)의 1362만 명을 무려 10년 만에 뛰어넘은 외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이기도 했다.

디즈니의 또 다른 1000만 영화로 기록될 '알라딘'은 진정한 역주행의 아이콘이다. 개봉일 불과 7만 여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친 이 뮤지컬 영화는 원작의 향수를 제대로 살려내는 한편 달라진 세상에 맞게 달라진 여성 캐릭터와 진취적인 이야기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무엇보다 영화 내내 넘실대는 '흥'이 제대로 한국 관객과 통했다. ''알라딘'을 보면 행복해진다'는 입소문과 함께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이 더 쏠렸고, 결국 개봉 53일만에 디즈니 라이브 액션 최초 1000만 영화가 됐다. 별책부록쯤으로 여겨지던 4DX 등 특별관의 저력도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여전히 관객이 몰리고 있어 최종 스코어는 지금과 크게 다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상반기의 마지막 1000만 영화 등극을 앞뒀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켜 온 봉준호 감독이 송강호와 만나 한국영화를 찍는다 했을 때부터 기대감이 최고조였다. 여기에 한국영화 최초의 황금종려상이라는, 칸에서 전해진 낭보는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를 폭발시켰다. 대중성이 확실하지만, 자본주의와 계급사회에 대한 씁쓸한 풍자를 가득 담은 작품이 1000만 가까운 흥행에 성공하리라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 높은 관심 속에 현실을 비춘 탁월한 이야기가 관객과 제대로 공명한 셈이다. 막판 스퍼트를 이어가고 있는 '기생충'의 1000만 달성 여부는 대작들이 쏟아져나오는 7월의 극장 상황에 달린 듯하다.

상반기에만 4편의 천만영화가 나오면서 극장가는 더욱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알라딘'과 '기생충'이 5월과 6월의 극장가를 점령한 가운데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이 두 편이 10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을지 누가 알았겠나. 본격 여름 시즌이 오기 전 이런 상황이 올 줄은 미처 몰랐다"며 "배급 전략이란 게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쏠림현상'이 더욱 극심해지는 것 같다. '이 영화가 재밌다', '이 영화가 괜찮다' 하면 모든 관객이 한 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더 짙어졌다"고 분석했다. 여름 대작들이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는 7월 대전을 맞은 각 배급사, 영화 관계자들도 어떻게 요동칠지 모르는 관객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올 여름에는 오는 17일 개봉하는 '라이온킹'을 시작으로 7월 24일엔 한글 창제의 뒷이야기를 다룬 '나랏말싸미'가 개봉한다. 7월 31일 CJ엔터테인먼트 재난탈출액션 '엑시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오컬트무비 '사자'가 맞붙는다. 8월에는 독립군의 첫 승리를 다룬 쇼박스의 '봉오동전투'가 그 뒤를 잇는다. 여름 시즌을 맞은 '암전', '변신' 등의 장르물도 틈새를 노린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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