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이 15일(한국시간)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최악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빠르게 냉정을 되찾으며 자신의 공을 던졌다.

류현진은 15일(이하 한국 시간)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8피안타 6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불펜이 흔들리며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 준 한판이었다.

시작은 악몽 같았다. 거듭된 실수와 실책으로 경기가 어지럽게 진행됐다.

1회말 1사 1루에서 보가츠가 유격수 쪽 땅볼을 쳤다. 시프트는 왼쪽으로 치우쳐 있었고 호흡도 맞지 않았다. 유격수 테일러가 공을 잡는 과정에서 2루수 에르난데스까지 공으로 치우쳤다. 2루가 비었고 발 빠른 보가츠가 1루에서 세이프가 됐다. 1사 1, 2루. 

이어진 2사 1, 2루에서는 바스케스가 유격수 쪽 내야안타를 쳤다. 테일러가 몸을 날려 공을 막았지만 안타를 막지는 못했다. 

2사 만루에서는 베닌텐디의 유격수 땅볼 때 테일러의 1루 송구가 빗나가며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다음 타자 차비스에게 우전 안타를 맞으면서 모두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류현진은 1회에만 5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후 두 이닝이었다. 경기 초반 흐름을 내주느냐 되찾느냐가 걸려 있었다. 2회와 3회에도 위기를 맞았다면 류현진은 조기에 물러날 수도 있었다.

류현진은 달랐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2회는 장기인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에두아르도 누네즈를 1루 땅볼로 솎아 낸 뒤 무키 베츠를 중견수 플라이로 막았다. 두 명에게 모두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삼은 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타자 라파엘 더바스는 빠른 공으로 윽박질러 삼진을 잡아냈다. 장기인 체인지업을 하나도 섞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며 더바스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3회에도 삼자범퇴로 막아 냈다.

젠더 보가츠를 1루 플라이로 잡았다. 이때 역시 체인지업을 승부구로 썼다.

다음 타자 J.D 마르티네스는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했고 크리스티안 바스케스는 3루 땅볼로 솎아 냈다.

각각 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을 던져 잡아냈다.

류현진은 역시 위기에서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체인지업이라는 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처음 꺼내 든 카드는 역시 체인지업이었다.

그러나 체인지업만 있는 투수가 아니라는 점도 확실하게 보여 줬다. 때에 따라 빠른 공과 컷 패트스볼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보스턴 타선을 압도했다.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2회와 3회를 깔끔하게 정리한 것은 류현진이 7이닝까지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류현진은 자칫 크게 무너질 수 있는 위기에서 자신의 공을 과감하게 던지며 이닝을 정리했다. 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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