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랏말싸미' 송강호(왼쪽)와 박해일.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아름다운 배우, 故 전미선 님을 잊지 않겠습니다."

영화 '나랏말싸미'의 엔딩 크레디트.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세 배우의 이름이 올라간 뒤 이 한 글자 한 글자 무게가 실린 이 한 문장이 검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제작 영화사 두둥)가 15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 '나랏말싸미'는 세종대왕(송강호)과 신미스님(박해일)이 함께 한 한글 창제의 뒷이야기를 다룬 팩션 사극.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를 영화적으로 재해석했다. 세종의 고뇌와 진심이 진하게 녹아있는 가운데 한글 창제에 힘을 더한 여러 사람들의 피와 땀방울이 더해졌다.

▲ 영화 '나랏말싸미'의 전미선.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나랏말싸미'는 배우 고 전미선의 유작으로도 주목받았다. 고 전미선은 세종대왕의 아내이자 한글창제와 반포에 큰 역할을 해낸 소현왕후 역을 맡아 활약했다. 그러나 영화 개봉을 앞둔 지난달 29일 전북 전주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결국 유작의 개봉을 보지 못했다. 제작진은 고인과 유가족 등을 고려해 시사회 외에 인터뷰 등 대외 홍보를 하지 않는다.

시사회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가 이어졌다. 주연을 맡은 송강호와 박해일 모두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전미선과 호흡을 맞췄고 세 사람은 16년만에 '나랏말싸미'로 다시 뭉친 터였다.

▲ 영화 '나랏말싸미' 송강호.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송강호는 고 전미선을 언급하며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과정이 있었다. 감독님 이하 모든 스태프가 슬픔 속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극중 전미선이 맡은 소헌왕후의 천도제 장면을 찍을 당시 뒷이야기도 전했다. 송강호는 "사실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이었다, 하필이면. 그 촬영을 끝내고 빨리 서울로 올라온 기억이 있다"며 "영화 속에는 이런 결과가 되니까 저희도 영화를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있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이 영화의 슬픈 운명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송강호는 "그것이 이 영화가 관객분들에게 슬픈 영화가 아니라 그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영화 '나랏말싸미' 박해일.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박해일은 "기억이 생생하다"고 침통한 듯 입을 뗐다. 각자 치열하게 준비해 오셔서 촬영을 하고, 촬영을 마치면 오손도손 과거에 촬영한 이야기도 하고, 작품에 대한 설렘도 이야기한 추억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박해일은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깝고 그렇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해서 너무나 영광이고, 보시는 분들도 저희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말을 잇지 못하던 조철현 감독은 "어머니 누나 아내… 여자들의 그늘에서 살아왔다. 평상시 여자들을 존중하고 또 무서워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극중 대사를 되새기듯 "여자들이야말로 대장부가 아닌가 생각한다. 가장 많이 상처받고 퍼주고 이 땅의 홍익인간의 정신을 일상속에서 구현해 온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면서 "영화이 기본 얼개를 한 명의 대장부, 두 명의 졸장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 대장부는 소현왕후라고 생각했다"는 말로 고 전미선에게 공을 돌렸다. .

▲ 영화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 한희재 기자 hhj@spotvnews.co.kr
제작사 영화사두둥의 오승현 대표 또한 시사회가 끝난 직후 기자간담회에 앞서 홀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고 전미선의 비보에 개봉 연기까지 고려했다며, 그러나 고인의 마지막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드리고 최고의 배우로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승현 대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함께했던 전미선 배우의 비보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영화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고인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했해 영화 개봉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고, 유족과도 이야기를 나웠다"고 털어놨다.

오승현 대표는 "하지만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화를 많은 분이 함께 보시고 좋은 영화, 최고의 배우로 기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개봉을 진행했다. 다만 일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저희의 진심이 왜곡될까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영화 외적으로도 궁금한 게 많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오고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스크린에서 만나는 한글창제의 뒷이야기, 그리고 아름다운 배우 고 전미선의 마지막. 영화 '나랏말싸미'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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