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진수, 황성민, 이동률(왼쪽부터) ⓒ제주 유나이티드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제주 유나이티드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최근 경기에서 기회를 얻기 시작하며 맹활약을 선보인 제주의 숨겨왔던 보석들이 빛을 보며 최윤겸 제주 감독을 미소 짓게 만들고 있다. 

지난 10일 FC 서울을 4-2로 격파한 제주는 13일 포항 스틸러스와 맞대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반전 드라마의 서막을 알렸다. 서울전 해트트릭 포함 2경기 연속골(4골)을 작렬시킨 윤일록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숨은 원동력은 묵묵히 뒤에서 준비해 온 보석들의 뛰어난 활약이다.

제주는 지난 서울전에서 무려 7명의 새로운 이름을 선발라인업에 넣었다. 특히 서진수, 황성민은 그동안 백업자원으로 분류됐던 선수였다. 하지만 변화는 기회를 만드는 법. 그동안 플랜B로 평가받았던 이들의 존재감은 서울전에서 승리의 초대장을 선사했다. 포항전에서도 최윤겸 감독이 똑같은 선발라인업을 기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스팀 출신인 서진수는 지난달 21일 성남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데 이어 이날 서울전에서 3경기만에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울산학성중 재학시절까지 미드필더로 활약했을 만큼 발재간이 좋고 연계 플레이도 뛰어나다. 특히 볼을 간수하는 능력은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팬들은 제주에도 '막내형'이 나타났다고 입을 모았다. 윤일록 역시 2000년대생 서진수를 두고 "나이답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준다. 앞으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극찬했다. 최윤겸 감독은 "골키핑 능력과 센스에 주목했다. U-22 카드뿐만 아니라 아길라르와 주전 경쟁도 펼칠 수 있는 재목"이라고 서진수의 장점을 설명했다.

황성민도 흔들렸던 제주 골문에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황성민은 2019시즌을 앞두고 김경민의 군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안산 그리너스에서 영입됐다. K리그2 무대에서만 통산 123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시즌 개막 후 황성민의 자리는 자신의 등번호(1번)과 달리 No.2 골키퍼였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R리그 및 연습경기에서 녹슬지 않는 경기 감각을 선보인 황성민은 4월 17일 강릉시청과의 2019 KEB 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 첫 선발 기회를 잡은 데 이어 6월 29일 대구전(1-1 무)에서 제주 이적 후 첫 리그 선발로 나섰다. 서울전에 이어 포항전에서도 인상적인 선방을 선보였다.

올 시즌 제주는 황성민이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패배를 당하지 않았다. 최윤겸 감독은 이창근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제주 골문의 안정감은 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윤겸 감독은 "그동안 황성민이 보여준 노력과 열정이 없었다면 결정할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그 기대에 걸맞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뒤에서 실력을 갈고 닦던 선수들의 유쾌한 반란은 멈추지 않았다. 포항전에서 이동률이 또 다른 가능성을 선보였다. 서진수와 함께 유스팀 출신으로 올해 제주와 프로계약을 체결한 이동률은 지난해에는 R리그 9경기에 나서 팀 내 최다 득점인 5골을 기록할 정도로 남다른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7일 수원 원정에서는 교체 투입돼 골망까지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탁월한 골 결정력과 2017 U-18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33.18㎞/h의 압도적인 스피드는 이번 포항전에서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동률은 후반 41분 남준재를 대신해 교체 출전하자마자 절호의 득점 찬스를 맞이했다. 왼쪽 측면에서 마그노의 크로스가 연결되자 자신의 장점인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문전쇄도와 함께 슈팅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발끝에 걸리지 않았다. 비록 득점을 이어지지 않았지만 팬들은 또 다른 주황색 신성의 등장에 환호했다.

경기 후 이동률은 "예상하고 있지만 발에 닿지 않아서 정말 아쉽다. 다음 경기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넣도록 하겠다. 같은 유스 출신이자 입단 동기인 (서)진수의 활약을 보면서 밤마다 잠들기 전에 정말 자극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제주 팬들에게 눈도장을 받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최윤겸 감독은 "최근 뒤에서 묵묵히 훈련하며 기량은 갈고 닦았던 선수들이 정말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 고맙다. 서진수, 황성민에 이어 포항전에는 이동률이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찬스를 놓쳤다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가 너무 빨라서 찬스가 지나갔다’고 위로해줬다.(웃음) 앞으로 충분히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선수다"라고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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