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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리뷰]'나랏말싸미' 한글창제, 파격의 막후

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2019년 07월 21일 일요일

▲ 영화 '나랏말싸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또 세종대왕이다. 송강호가 연기한다. 한글 창제의 이면을 다룬다.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제작 영화사두둥)는 얼핏, 안 보고도 알 듯하다. 허나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는 속은 깊고 도발적이다. 막연한 편견을 뒤집어 새로운 이야기를 꺼낸다.

왕 세종(송강호)이 기우제를 지내다 말고 성을 낸다. 온통 한자뿐인 축문을 이땅의 신령이 어찌 알겠느냐. 우리말로 풀어 단비를 기원하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진다. 왕은 평생 지은 책들도 백성이 읽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냐 괴로워한다. 백성이 쉽게 익혀 쓸 문자를 만들려는 그는, 답을 얻지 못한 채 늙고 병들어가는 중이다. 조선은 고려가 불교 때문에 망했다 여기는 유학자의 나라. 문자를 독점하고서 새 글자따위 오랑캐나 만드는 것이라 믿는 신하들이 협조할 리 없다.

▲ 영화 '나랏말싸미'

이 와중에 일본 승려들이 너희는 필요없는 팔만대장경 원판을 내놓으라 생떼를 쓴다. 그들과 담판을 지은 건 산스크리트어 등 여러 언어에 정통한 해인사 스님 신미(박해일). 팔만대장경에 '소리글자'의 원리가 담겨 있다는 신미 일행의 말에 왕은 눈이 번쩍 뜨인다. 임금에게 절도 않고 따박따박 받아치는 반골 스님 신미의 능력을 알아본 세종은 기꺼이 손을 내민다. 쉽고 아름다운 '소리글자'를 함께 만들자. 공자를 타고 온 지엄한 임금 세종과 부처를 타고 온 개만도 못한 스님이 같은 길에 오른다.

▲ 영화 '나랏말싸미'
세종대왕이 곧 한글이라 여기는 이들에게 '나랏말싸미'는 도발적일 수 있다. 신하에게도 존경과 사랑을 받은 대왕 세종이 집현전 학자들과 힘을 모아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배워온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글 창제에 관한 여러 설 가운데 하나를 극화했다는 조심스러운 전제를 지나면 거침없는 전복이 시작된다. 한글 기획자 점 제작자 세종을 중심에 두고 실행을 맡은 신미의 역할을 크게 다뤘다.세종의 아내 소헌왕후(전미선)는 막후의 동지로 다른 한 축을 이룬다. 이에 더해 수양대군, 안평대군, 이름모를 스님들과 궁인들의 역할도 조명했다. 각기 다른 신념과 종교, 신분, 그리고 상처를 지닌 여러 사람들이 모이고 또한 충돌한다. 한글은 위대한 개인의 업적이 아니라 같은 꿈을 꾼 이들의 위대한 성취가 된다. 

▲ 영화 '나랏말싸미'
위대한 왕 세종도 이전과 전혀 다르다. 태종의 셋째 아들인 그는 아버지의 손에 처가가 몰살당한 왕이다. 내내 당뇨와 안질환에 시달리기도 했다. 물러서지 않고 꼿꼿한 신미는 물론이요, 숭유억불에 하나만 어긋나도 득달같이 달려드는 신하들은 '왕에게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 그러나 왕은 사라지지 않는 미안함과 아픔, 긴장을 꾹꾹 누른 채 고통의 길을 묵묵히 간다. 송강호는 '사도'의 영조는 물론 이전의 세종과도 다른 왕을 그려냈다.

다만 한글창제는 자체가 스포일러다. 영화는 획 하나 점 하나가 만들어지는 지난한 과정에 하나하나 이야기와 의미를 꾹꾹 심는데, 도발적 전복을 꾀했으나 감흥은 덜한 편이다. 묵직한 대사들도 감정보다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가장 마음을 흔드는 건 고 전미선이 연기한 세종의 아내 소헌왕후다. 데뷔 감독이지만 이미 사극의 장인인 조철현 감독은 소헌왕후를 세종과 선미를 만나게 했으며 끝끝내 만들어진 한글을 널리 퍼뜨린 숨은 주역으로 삼았다. 단아하고도 절제된 연기로 풍성한 감정, 진취적 서사,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는 그녀는 내내 빛난다. 목청 한 번 높이지 않고 '암탉이 울어야 나라가 흥한다'고 선언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그녀였기에 가능했다.

7월 24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전체관람가.

P.S. 최초로 스크린에 담긴 해인사 장경판전을 비롯해 공들인 로케이션에 집중하시길. 눈호강이 제대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 영화 '나랏말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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