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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언중유향]어쩌나! 대전 시티즌

이성필 기자 elephant37@spotvnews.co.kr 2019년 07월 18일 목요일

▲ 대전 시티즌의 전설인 김은중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 팀 코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관전하는 대전 팬들. 대전에는 잠재적 축구 팬이 많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사자성어에 '언중유골(言中有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속에 뼈가 있다는 뜻이죠. 그러나 언중유골이 담긴 글에는 다소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 스포티비뉴스는 조금 더 울림 있게 말을 던지는 '언중유향(言中有響)'이라는 사자성어를 통해 다양한 사안에 접근해 보려 합니다. 때로는 말에서 울리는 소리가 조용하거나 크거나, 향(香)이 좋거나 나쁠 수도 있지만 말이죠.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강영구-유정현-이원보-김광식-강효섭-이윤원-송규수-김광식-김윤식-김광희-전종구-김세환-전득배-윤정섭-김호-최용규

문제가 생겨 사장이 물러나면 새로운 사장이 혁신안을 들고 온다. 사무국 체계를 흔들며 직원(프런트)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문제없는 직원을 포함해 전원 사표를 내라고 한다. 그런데 혁신안이 미봉책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오히려 혁신안을 급하게 내세우다 부작용을 일으켜 손가락질이 쏟아진다. 프로 스포츠의 생리를 잘 파악하는 스포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구단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도 구단주의 측근이거나 관계된 인물이 사무국으로 내려와 어설프게 혁신을 하려다 아무것도 못하고 나간다.   

구단 경영진이 교체되면 감독도 교체된다. 감독의 의지에 사장은 힘을 실어주고 선수단 규모는 고무줄처럼 널뛴다. 선수단 증감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함량 미달의 자원이 영입되지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며 넘어간다. 선수가 있는데도 역량 있는 자원이 부족하다며 더 영입해야 한다는 이상한 말이 오간다.

▲평균 재임기간 1년 조금 넘는 사장들의 도돌이표 개혁 좌초…시스템은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

종국에는 탈이 난다. 책임을 지고 감독은 자진 사퇴하거나 경질되고 대행체제가 이어졌다가 새 감독이 오지만, 힘을 받지 못한다. 전임 집행부와 감독이 만든 선수단 정리에 신경 쓰다 시간을 다 보내다 성적 상승은 고사하고 하위권이나 강등되는 운명과 마주한다. 플레이오프에 오르면 순전히 기적 외에는 달리 표현을 할 방법이 없다.

1997년 창단한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을 두고 하는 말이다. K리그1과 K리그2(2부리그)를 오가며 똑같은 이야기가 20년 넘게 반복되는데도 해결책을 모르고 임시방편으로 모든 것을 대응한다.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말머리에 언급된 이름은 모두 역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대전 사장 계보다. 대행 체제를 제외하고 평균 재임 기간이 1년이 조금 넘을 뿐이다. 시민구단 체제에서 제대로 일을 하고 떠났다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사장은 두 번이나 대표를 맡았던 김광식 사장과 송규수, 김세환 사장 정도다.

대전은 1997년 K리그에 참가해 대전, 충청 기업의 컨소시엄 형태로 구단을 운영하다 2006년 1월 서류상 시민구단으로 전환됐다. 물론 그 이전부터 대전을 시민구단으로 인식해왔던 이들이 많았다. 팬들의 정성이 모였지만, 변변한 클럽하우스 하나 없는 가난한 시민구단이라는 이미지가 크게 박혀 축구팬과 만났다.

대전은 K리그 시도민구단의 장, 단점을 모두 안고 있는 '계륵'으로 취급받고 있다. 좋은 축구전용경기장에 잠재력 있는 팬층까지 있지만, 온갖 구설로 미래지향적인 구단이 아닌 '빈수레가 요란한 구단' 이미지가 짙어졌다. 공교롭게도 시에서 예산 지원을 시작한 이후 구단은 더 종속적인 관계가 되면서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주체적인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예를 들어 2005년 5월 구단 사장으로 임명된 강효섭 사장은 염홍철 전 대전 시장의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 대책본부장이었다. 2016년 챌린지(2부리그) 우승 당시 김세환 사장은 특정 정당인으로 상대 당의 공격을 종종 받았다. 2017년 11월 대전에 부임했던 김호 전 사장도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역 정치의 영향력을 적절히 이용해 구단을 맡았다.

구단주의 측근이라도 능력이 좋다고 인정받으면 구단 경영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합리적인 구단 운영의 틀을 잡고 가면 더 좋다. 하지만, 대전은 행정 난맥이 끊이지 않았다. 사장이 구단주 측근이라며 견제가 들어왔고 지역 언론 또는 여론에 바람처럼 휘둘렸다. 잊을 만 하면 부정, 비리가 전면에 등장한다. 측근이나 지역 인사가 경영에 나서니 지역 눈치를 보고 부탁을 받고 오해가 생기도 풍문이 떠돈다. 호흡기를 끼고 수술대에 올려도 회생이 가능한가에 의문을 품을 정도다.  

최근 대전은 기막힌 일을 벌였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메디컬테스트가 다 종료되지 않았는데 보도자료로 소위 '오피셜'을 냈다. 오피셜이 나고 하루 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고 이상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왜 그랬는지 대전 구단 관계자들에게 물어도 함구하거나 연락을 피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누구의 결정인지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없다.  

통상적으로 '건강상의 이유'로 선수를 조용히 돌려보내지만, 대전은 해당 선수의 병력을 만천하에 공개하며 책임을 피하는 데 급급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원소속구단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며 나름대로 방패를 쳤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 국제 교류 협약까지 맺었고 선수선발위원회를 구성해 뽑은 첫 사례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복수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개인이 아닌 단체라도 '감염인'의 의료 정보를 공개했기 때문에 관련 법이 정한 대로 3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다. 몰랐다고 하더라도 '비밀 누설 금지' 조항을 어긴 그 자체가 선수 인권에 대한 의식이 바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구단 인사권자의 실책을 회피하기 위해 선수의 인권을 뭉갰다는 뜻이다. 충격을 받은 선수는 17일 조용히 브라질로 돌아갔고 곧 대체 선수가 대전으로 향하게 된다.

▲ 대전 시티즌의 홈구장 대전월드컵경기장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수 인권 무시하고 영입 취소 발표…기본으로 돌아가도 부족한 대전의 아픈 현실

개혁을 강조하며 표면적인 이유로 '성적 부진'을 앞세워 고종수 감독을 경질하고 새 감독을 선임한 최 사장은 브라질 현지까지 날아가 새 외국인 선수와 사진을 찍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구단 사장이 선수 영입을 위해 현지까지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물론 교류, 협약의 명분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순간의 선택 하나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갔다. 뛰는 선수들과 지도하는 코칭스태프의 침묵과 고통은 자동이다. 새로 선임된 이흥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실책없는 피해자가 됐다. 

대전의 이런 실책을 두고 다른 구단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A구단 사장은 "혈액 검사는 금방 나온다. 그 조금을 참지 못해서 선수 영입 발표를 한 것은 구단이 무엇인가에 많이 쫓겼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우리 경영진은 다르다는 의식 말이다. 초보자의 전형적인 실수"라고 설명했다.

B구단 사장 역시 "외국인 선수 영입 발표는 메디컬테스트가 완벽하게 끝난 뒤 공개하는 것이 상식이다. 근육이나 뼈에 이상이 없다고 발표하는 것이 어딨나"고 설명했다. 보건소에서도 혈액 검사로 20분이면 병력을 확인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세상이다. 외국인이라는 특수한 신분이라도 다양한 절차를 갖추면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최 사장 역시 구단주인 허태정 대전광역시 시장의 대학 동문이라는 약점을 안고 출발했다. 부임 직전의 문제들인 선수선발 비리 의혹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수렁에 빠진 구단을 구하기에 적격이었고 개혁을 앞세워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고종수 전 감독을 경질하고 관련 구단 프런트를 다 청산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대기발령 냈던 사무국장 부재로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등 의지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사무국 체계를 흔들었다가 혼이 난 셈이다. 업무 인수인계도 제대로 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이 됐다.

대전의 오락가락 행정에 구단을 떠난 직원들은 다른 구단에서 팀장급 역할을 하고 있거나 관련 분야에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그만큼 있는 자원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보여주기식 행정에 희생됐다는 뜻이다. 전통과 체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매번 새것과 마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다.
 
사무국에는 해당 분야에 경험이 많은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이 적절하게 섞여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 조직의 리더는 온갖 외풍에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 경상남도 진주 출신 조광래 대구FC 사장은 대구 출신 축구인들이 호시탐탐 사장 자리를 노린다는 소문에 시달리면서도 승격, FA컵 우승,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이뤄냈다. 그 밑에는 오랜 사무국 경험의 직원들이 가감없는 조언하며 버팀목이 됐다. 조 사장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이라도 따라가 자존심을 세워야 하는 대전이다.  

2부리그에 있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지만, '축구특별시'라는 자부심이 있는 대전이 정말 바로 서려는 의지를 보이려면 지역의 이해 관계에 얽히지 않고 업무에 맞는 전문가 육성과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1년마다 소용돌이치는 조직 대신 오래가는 조직을 보고 싶은 이유다. 비단 대전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며.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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