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 올스타전 때 열린 '닭싸움' 이벤트에서 해태 선동열이 삼성 이만수를 쓰러뜨린 뒤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다. 당시 최고 코미디언이었던 김병조(선동열 뒤쪽)와 강석(왼쪽)이 사회를 보고 있다. ⓒKBO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2019시즌도 전반기가 끝났다. 19일에는 퓨처스 올스타전, 20일에는 KBO리그 올스타전이 올해 새롭게 개장한 창원NC파크에서 펼쳐진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첫해부터 시작해 매년 열리고 있는 '한여름밤의 축제'. 세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올스타전은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줬다. 그 속에는 잊지 못할 해프닝도 많이 발생했다.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올스타전의 추억. 당신이 기억하는 최고의 순간은 무엇인가요?

◆이색 퍼포먼스

올스타전은 승부 그 자체도 흥미롭지만,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는 선수들이 펼치는 이색 퍼포먼스와 세리머니다. 올스타전 퍼포먼스라고 하면 홍성흔부터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벤트에 강한 사나이' 홍성흔은 2009년 '금색 가발'을 하고 나와 모두를 웃기더니, 이듬해인 2010년에는 유니폼에 자신의 이름 대신 '최다득표 감사'를 새기고 검은색 수염을 얼굴에 붙이고 나와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홍성흔은 2006년에는 두산 포수로, 2010년에는 롯데 외야수로 참가해 MVP를 받았다. 2개 팀 소속으로 올스타전 MVP를 석권한 것은 지금까지 홍성흔이 유일하다.

2007년에는 강민호가 우규민의 투구에 맞은 뒤 마치 벤치 클리어링을 벌이는 듯한 깜짝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강민호가 마운드로 달려가고 우규민이 마운드에서 내려와 '한판 붙자'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이내 둘이서 포옹을 하면서 화해를 해 웃음을 안겼다.

▲ 홍성흔은 2010년 올스타전에서 얼굴에 검은 수염을 붙인 채 유니폼에 '최다득표 감사'를 새기고 나와 팬들을 즐겁게 했다. ⓒSPOTV 스포츠타임 방송화면 캡처
▲ 2007년 올스타전에서 강민호가 우규민의 투구에 엉덩이를 맞은 뒤 마운드로 달려가고 있다. 일부러 짜고 친 퍼포먼스였다. ⓒSPOTV 스포츠타임 방송화면 캡처
2008년 올스타전에서는 롯데가 동군 외야수 한 자리를 제외하고 전 포지션을 싹쓸이 했다. 그러자 당시 동군 사령탑이던 SK 김성근 감독은 라인업에 1번타자 이대호를 넣는 이색 라인업을 만들었다. 이대호는 8회에 1번타자처럼 기습번트를 시도해 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고,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 3득점 1타점으로 MVP에 오르며 기대에 부응했다.

2012년 경기 전 이벤트에서 한화 류현진은 번트 묘기를 선보였고, 2015년에는 김응용 감독이 사령탑에서 은퇴를 하면서 시구를 하고 제자인 국보투수 선동열 감독이 포수로 앉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kt 강백호가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삼진쇼를 펼쳤고, 넥센 김하성은 홈런을 친 뒤 야탑고 선배인 상대 2루수 오재원(두산) 앞에서 차렷과 열중쉬어를 반복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눈길을 모았다.

이밖에도 과거 정수근은 양준혁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타격폼을 흉내 내고, 홈런을 친 뒤 관중석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며 함성 소리를 듣는 등 올스타전에서 재치 있는 즉석 퍼포먼스를 펼치는 선수로 유명했다.

▲ 2002년 올스타전에서 장나라의 시구를 이종범이 받아치면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SPOTV 스포츠타임 방송화면 캡처
◆해프닝

올스타전은 이벤트의 성격이 많아 해프닝도 많았다. 2002년에는 당대 최고의 인기 연예인 장나라가 시구를 하는데, KIA 이종범이 타격을 하면서 하마터면 타구가 얼굴에 맞을 뻔한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종범은 "올스타전이라 팬서비스 차원에서 시구를 쳐봤다"고 해명했지만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2005년에는 은퇴를 선언한 한화 장종훈이 특별초청선수로 참가했는데, 타석에 서지 못할 수도 있었다. 서군이 5-6으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에서 대타로 LG 조인성이 나섰다. 장종훈은 올스타전 팬투표와 감독추천선수가 아니어서 명단에 없었는데, 김재박 감독도 깜빡 잊고 있었던 것. 초구 파울이 난 뒤 그제야 장종훈이 대타로 나서서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었다. 조인성이 초구에 파울이 아닌 범타로 물러났더라면 장종훈의 올스타전 은퇴식은 허무하게 끝날 뻔했다.

그해 올스타전에 앞서 야수들이 투구 스피드를 재는 '스피드킹' 이벤트을 열었는데, 현대 정성훈은 시속 152㎞를 던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 동군 사령탑을 맡은 선동열 감독도 덕아웃에서 손을 내저으며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웃었고, 정성훈 역시 "스피드건이 고장난 것 같다"며 웃었다.

▲ 현대 유니콘스 시절의 정성훈. 2005년 올스타전 스피드킹 이벤트에서 시속 152km의 강속구를 던져 화제를 모았다. ⓒSPOTV 스포츠타임 방송화면 캡처
2010년에는 SK 김광현과 한화 류현진이 사상 처음 선발 맞대결을 올스타전 무대에서 펼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들로 올라선 이들은 정규시즌에서 격돌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스턴 선발투수 김광현이 먼저 1회초 등판해 0.1이닝 6실점으로 역대 올스타전 투수 최다실점을 기록했고, 웨스턴 선발투수 류현진도 1회말 등판해 1이닝 3실점을 하고 말았다. 둘 다 후반기에 대비해 전력피칭을 하지 않으면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2000년에는 2경기가 열렸는데, 제주에서 펼쳐진 2차전에서 매직리그 투수 구대성(한화)은 4-3으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홍성흔 타석 때 연속 2개의 폭투를 범해 4-5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해석이 분분했다. 제주에서 당일에 뜨는 마지막 비행기를 놓칠까봐 그랬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구대성은 이 부분에 대해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 롯데 김용희는 1982년에 이어 1984년에도 올스타전 MVP에 올라 역대 최초 2차례 '미스터 올스타'에 오른 주인공으로 기록됐다. ⓒSPOTV 스포츠타임 방송화면 캡처
◆미스터 올스타

올스타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미스터 올스타(MVP)'에 누가 선정되느냐를 지켜보는 것이다. 투수는 투구이닝이 3이닝 이하로 제한되고, 실제로는 1이닝이나 2이닝 정도만 던지기에 MVP로 뽑힐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역대로 투수 중에 MVP를 받은 인물은 2명 있었다. 1985년 삼성 김시진은 1차전과 3차전에 등판해 1승과 총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투수 최초 올스타전 MVP의 영광을 안았고, 1994년 태평양 마무리투수였던 정명원은 경기가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예정에 없던 3이닝 투구를 펼치면서 무실점으로 호투해 역대 2호 투수 MVP가 됐다.

뭐니뭐니 해도 미스터 올스타를 논할 때 롯데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까지 37차례 MVP를 배출했는데 롯데가 무려 15차례(40.5%)나 MVP를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김용희는 올스타전만 되면 이름이 나오는 상징적 인물이 됐다. 1982년 초대 MVP에도 올랐지만, 1984년에도 MVP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원년인 1982년 기록한 만루홈런은 역대 올스타전 유일한 만루홈런으로 남아 있다. 박정태(1998·1999년), 정수근(2004·2007년), 이대호(2005·2008년)도 롯데 소속으로 2차례씩 MVP를 받았다. 한편 2009년에는 KIA 신인 안치홍이 최연소 올스타 출전에 최연소 MVP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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