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강원FC의 홈 경기엔 공룡이 출현한다. 그리고 공룡이 출몰한 날 강원은 승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강원FC와 경남FC가 맞붙은 12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경기 전엔 평소와 조금 다른 특별한 장면이 포착됐다. 강원의 공격수 조재완이 6월 '아디다스 탱고 어워드'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를 시상하기 위해 공룡탈을 뒤집어쓴 한 팬이 경기장에 함께 입장했다. 그는 팬을 대표해 조재완에게 직접 트로피를 건네는 영광을 누렸다.
이 공룡은 최근 K리그 팬들 사이에서 '공룡좌'로 불리는 팬 권현 씨다. 권현 씨는 '스포티비뉴스'에 "구단 직원이 먼저 이야기하시더라. 알고 보니 연맹 쪽에서도 요청한 것이었다. 태백에 살고 있는데 왕복 5시간은 걸린다. 평일 저녁이라 생업이 있어 고사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언제 K리그 팬으로서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를 밟으면서 선수들과 팬들을 볼 수 있겠나. (불러줘서) 고맙다기보단 영광이다. 누가 뭐래도 이른바 '성공한 덕후(마니아)'라고 할 수 있겠다"라며 특별했던 경험을 돌아봤다.
공룡좌는 강원이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극적인 5-4 역전승을 만들던 지난달 23일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현재 강원엔 권현 씨 외에도 다른 '공룡'이 한 마리 더 있다. 지난 6일 FC서울 원정 경기에 나타났던 공룡은 권현 씨가 아닌 '제 2의 공룡'이다.
권현 씨는 "사실 알아봐주시길 바라고 (공룡 복장을) 했다. 강원FC와 함께 잘 노출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공룡 인형을 쓰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진 100%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부담이 되는 게 있다. 차라리 빨리 비기거나 졌으면 좋겠는데, 또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복잡하다"고 말했다. 공룡좌는 강원에 승리를 불러오는 행운의 증표인 셈.
'공룡좌' 덕분일까. 최근 강원은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강원 팬들도 신이 났다. 7경기에서 무패를 달리고 있고 최근 5경기에선 4승 1무다. 권현 씨는 "사실 창단 때부터 팬이다. 최순호 감독님을 시작으로 여러 감독님을 지켜봤지만 축구를 보는 눈은 부족하다. 변형 스리백, 포백, 측면 수비가 전진하고 이런 설명들은 잘 모른다. 축구는 잘 모르지만, 이겨서 좋은 게 아니라 보는 게 재미있게 해주셔서 (김병수 감독에게) 감사한다"며 인사를 보냈다.
이어 "감독의 말이 아무리 좋아도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잘 펼쳐줘야 하기 때문에 또한 선수들에게도 고맙다. (이)재익이 형, (이)광연이 형 모두 고맙다. 축구를 잘하면 다 형이다. 야간 경기를 끝나고 태백에 돌아가면 12시 반, 1시가 될 때도 있다. 그래도 피곤한 줄을 모르겠다"며 선수들에게도 깊은 애정을 표했다.
뜨거운 여름에 접어들었지만 앞으로도 공룡 복장은 계속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권현 씨는 "골이 들어가면 소름도 돋고 더운 줄 모른다. 덥긴 하지만 사실 바람을 불어넣는 장치가 있어서 생각보단 괜찮다. 무엇보다 다들 좋아해주시니까 계속 입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현 씨가 공룡탈을 뒤집어쓰면서 하나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강원 축구를 많은 팬들이 함께 즐기는 것이다. 강원은 이번 시즌 평균 관중 2417명으로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꼴찌다.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이 시 외곽에 지어진 데다가 대중교통이 마땅치 않아 어려운 점이 있다. 잘 쌓아올린 가변석의 인기는 뜨겁지만 아직 관중몰이는 쉽지 않다. 권현 씨는 "팬들이 많이 오시면 좋겠다. 중계 화면에선 생동감이나 역동성 있게 잡힐지 모르겠지만 가변석 쪽에서 보면 아쉽다. 조금 더 들어올 법하다고 생각하는데 쉽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인천이나 성남처럼 원정 경기에 가도 마찬가지더라. 어린이들이 사진도 찍고 평생 남을 추억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승패를 떠나서 경기장을 즐기고 사진도 남기길 바란다. 다음엔 경기 전 2시간쯤 일찍 가서 행사장 쪽을 돌아다녀볼까 싶다"면서 강원과 K리그의 인기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강원의 다음 홈 경기는 31일이다. 기적을 썼던 포항이 상대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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